앵커 :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첫 외교무대가 러시아가 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21일 열린 연두기자회견에서 북한 김정은 제1비서가 오는 5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릴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할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전문가의 분석이 나왔습니다.
러시아 출신 레오니드 페트로프(Leonid Petrov) 호주국립대학(ANU) 객원연구원은 21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여러 국가 지도자들이 초대된 행사에 참석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김 제1비서는 자신에게 모든 관심이 집중된 외교무대를 원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따라서, 북한이 러시아 측에 모스크바의 기념행사에 참석할 수 있다는 긍정적 첫 번째 신호를 보냈다는 데 크게 무게를 두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김 제1비서는 행사장에서 세계 지도자들로부터 외면당하는 당혹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마지막 순간 초청 수락을 번복할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그러면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모스크바에서 남북한 정상의 만남을 성사시켜 평화 중재자 역할을 하고 싶어하지만, 이것은 ‘현실 감각을 잃어버린’ 기대라고 페트로프 연구원은 지적했습니다.
한편, 러시아 사회과학원의 게오르기 톨로라야 박사는 앞서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국제대학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 제1비서가 모스크바에 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톨로라야 박사 : 김 제1비서가 모스크바 행사에 참석할 것으로 봅니다. 그러나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도 참석할 것이라는 말을 들은 적은 있지만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없습니다. 두 정상이 만나 한반도 문제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 등 주변국들과 함께 평화 통일을 위한 창조적인 협력을 모색하는 방안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톨로라야 박사는 또 양국 정상이 만나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톨로라야 박사 : 북한이 스스로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중단을 선언한다면 미국이나 한국도 협상을 진전시킬 첫 단추가 될 수 있을 겁니다.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면 핵실험을 하지 않는다는 제안은 선전이고 실제로 협상하는 것(more of a propaganda than an actual negotiation position) 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톨로라야 박사는 이 대학원 북한전문 웹사이트 38노스에 기고한 글에서 김 제1비서가 국제 무대에 나설 준비가 돼 있는지, 또한 그의 외교팀이 비현실적인 제안이나 정책안을 내놓지 않을 만큼 현명한 지 판단하기엔 이르다고 덧붙였습니다.
톨로라야 박사는 꿈 같은 생각(delusional)이지만 모스크바에서 남북한과 러시아, 중국의 정상이 한반도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의미 있는 대화를 제안한다면 국제 정세의 획기적 전기가 마련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