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자루이 방북, 대북제재 완화시킬까

MC: 중국 공산당의 왕가서(王家瑞, 왕자루이) 대외연락부장이 평양을 방문 중입니다. 파스코에 유엔 사무차장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특사 자격으로 9일 평양을 방문합니다. 서울의 박성우 기자와 함께 자세한 소식을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 박성우 기자, 안녕하세요.

박성우

: 네, 안녕하세요.

진행자

: 중국 공산당의 왕가서 대외연락부장이 북한을 방문 중인데요.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박성우

: 왕가서 부장의 방북은 6자회담에 북한을 끌어내려는 중국의 노력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중국은 6자회담의 의장국이지만, 최근까지 회담 재개를 위해서 공개적으로 적극적인 노력을 하진 않았습니다. 이건 ‘북한이 미국과 추진 중인 양자 대화의 결과를 좀 지켜보겠다는 태도를 중국이 견지했기 때문’이라고 한국의 어느 당국자는 해석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12월에 한 차례의 양자 대화가 이뤄졌지만, 여전히 6자회담의 교착 국면이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이 ‘선 제재 완화’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이걸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6자회담에 돌아갈 테니 체면을 좀 세워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는 거라고 해석합니다.

실제로 북한은 1월 말에 뉴욕에서 미국 측과 실무접촉을 갖고 “양자 대화를 한 번 더 하자”고 제안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여기서 제재를 완화하는 문제와 평화협정을 논의하는 문제를 매듭짓자는 요구를 한 거지요.

하지만 미국이 거절했습니다. ‘대화에 나오는 것만으로는 제재를 완화해 줄 수 없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그리고 미국은 이미 할 만큼 했으니, 이젠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이 좀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게 미국 측의 입장인 걸로 보입니다. 이렇게 되니까, 지금까지 중립적인 태도를 견지해 오던 중국이 왕가서 대외연락부장을 평양에 보낸 거라고 해석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진행자

: 그럼 중국이 어떤 식으로 북한의 체면을 살려줄 수 있나요?

박성우

: 물론 중국이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배되는 행동을 할 수는 없습니다. 유엔과 미국의 대북 제재는 요약하자면 대량살상무기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돈줄을 묶겠다는 겁니다. 중국이 이런 안보리 결의 1874호에 반하는 대북 지원을 할 수는 없지만, ‘인도적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북한에 추가적인 경제 지원을 할 수는 있습니다. 이건 제재로 인해서 물자 부족으로 허덕이는 북한의 숨통을 틔워주는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어떤 측면에서는 제재를 완화하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앞서 말씀하셨지만, 유엔도 반기문 사무총장의 특사를 평양에 보내는데요. 대북 제재는 두 축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하나는 미국의 제재이고, 또 다른 하나가 바로 유엔의 제재입니다. 유엔은 북한에서 인도적 사업을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대북 제재를 완화하지 않으면서도 인도적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통해서 대북 제재를 완화하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의 설명을 잠시 들어보시겠습니다.

양무진

: 유엔의 1874호 제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북한은 ‘제재의 모자를 쓰고는 (6자회담에) 돌아가지 않겠다’고 강력하게 내세우고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북한의 6자회담 참여만으로 제재를 완화하는 건 어렵기 때문에, 일단은 각국에서 제재와 관련되지 않은 인도적 지원 같은 게 제재 완화의 분위기 조성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박성우

: 다시 정리해 보자면, 북한이 핵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기 전에 제재를 완화할 수는 없다는 게 미국이나 유엔의 입장입니다.

그런데 북한은 지난 4월에 ‘6자회담에는 다시는 절대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지요. 그랬던 북한이 다시 6자회담에 나오려면 자존심이 많이 상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제재 속에서는 6자회담에 복귀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는 건데요.

이런 상황에서 국제사회가 대승적 차원에서 융통성을 좀 발휘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게 양무진 교수의 설명입니다. 왜냐면 북핵 문제는 어차피 북한이 6자회담에 돌아와야 해결할 수 있는 구조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라는 거지요.

하지만 일각에서는 북한이 유엔 안보리의 제재를 ‘희석’하려는 의도가 보이는 만큼, 북한의 전략에 말려들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습니다.

진행자

: 알겠습니다. 앞으로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위한 수순은 어떻게 전개될까요?

박성우

: 북한이 6자회담 복귀를 선언하지 않으면 이른바 ‘투-트랙 전략’ 그러니까 제재와 대화를 지속한다는 미국의 전략이 바뀌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궁극적으로 북한이 ‘제재의 완화’라는 목표를 성취하려면 어쨌거나 6자회담 복귀를 선언하고 핵 문제의 진전을 이뤄야 합니다.

현재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북핵 업무를 담당하는 누군가를 조만간 중국에 보내서 중국 땅에서 6자회담 복귀를 선언함으로써 중국의 체면을 세워주는 방안을 취하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도 최소한 ‘북한의 6자회담 복귀’라는 명분이 있어야지 대북 추가 지원이 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 알겠습니다. 박성우 기자, 수고했습니다.

박성우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