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전쟁 분위기 점차 느슨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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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당국이 실제 전쟁할 것처럼 주민들을 동원해 전쟁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지만, 한쪽으로는 통제를 풀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쟁바람에 고생하던 주민들은 당국의 조치에 불만을 터놓고 있습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언론 매체들이 연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군부대 시찰 동정을 보도하면서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북한중앙 TV녹취: 군부대에서는 적들의 급소를 무자비하게 타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현대적인 첨단 기술 기재들을 자체 제작하는 성과를....

하지만, 북한이 외부에 공개하는 것과 달리 내부에서는 생업에 나선 주민들의 자유분방한 움직임이 여기저기서 포착되고 있습니다.

북한 신의주 지방과 몰래 밀무역을 하고 있는 중국 단동의 한 조선족은 "약 한 주일 전부터 조금씩 밀수를 다시 시작했다"면서 "아무리 전쟁이라고 해도 백성들이 굶게 됐는데 북한 밀수꾼들이 가만있겠는가?"고 25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말했습니다.

중국 밀수업자: 지금 여기 연선도 많이 풀려가지고, 한단 말입니다. 그러니까 돈을 대가지고 거기에 짐꾼들이 붙는다는 것입니다.

그는 "중국 텔레비전을 보니까, 북한에서 전쟁한다고 떠들고 있지만, 평양이나 전쟁한다고 복잡하게 놀지 건너편은 조용하다"고 말했습니다.

전자제품, 의류 등을 북한에 밀수하고 있는 이 중국인은 "요즘 들어 압록강에 통통이(밀수배)가 자주 뜬다"면서 "돈만 있으면 밀수 짐을 얼마든지 건네 보낼 수 있다"고 자신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전쟁분위기가 최고조에 올랐던 지난 3월초에는 주민들에게 여행을 금지시키고, 인원유동을 통제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여행제한도 많이 풀려 여행하는 사람들이 제법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렇게 전쟁분위기가 풀리기 시작하자, "설마 전쟁이 일어날까?"고 우려했던 주민들은 "역시 하지도 않는 전쟁 때문에 백성들만 고생했다"고 불만을 터놓고 있습니다.

얼마 전 자유아시아방송과 연락된 평안남도 평성 지방의 한 주민은 "아들이(김정은) 전쟁한다고 큰소리 쳤는데, 또 말뿐"이라면서 "결국 전쟁 바람에 녹아난 것은 주민들이다"고 반응했습니다.

그는 "북한 인민들도 말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전쟁이 나면 미국이 컴퓨터 원격조종으로 전쟁한다는 사실을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면서 "주민들은 산으로 대피하기도 전에 미군 폭격을 받아 죽을 수 있다는 공포에 빠져 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당국이 전쟁 분위기를 고조시키자, 주민들의 마음에는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을 바엔 전쟁을 하자"는 식의 '전쟁 선호심리'가 생겼습니다.

하지만, 정세가 긴장 국면에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자, 주민들은 당국이 기만한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함경남도 덕성군 지방의 한 농민도 "전쟁하면 언제 농사를 짓겠는가"면서 "아마 농사가 한창 진행되는 오뉴월에는 전쟁한다는 애기가 쑥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