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 정세긴장 믿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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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이 긴장된 정세를 운운하며 민간 무력까지 비상 대기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북한 주민들은 정세긴장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당국의 비상대기 명령을 탓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비해 조선(한)반도로 향하고 있는 미국의 칼빈슨호 핵 항공모함 전단이 4월 15일경이면 작전수역에 돌입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당국도 전 주민들에게 연일 긴장상태를 강조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9일 자강도의 한 소식통은 “김일성의 생일(4.15)을 맞으며 특별경비 주간이 선포된 가운데 중앙에서 긴장상태를 유지하라고 매일 독촉하고 있다”며 “중앙에서는 늘 긴장된 정세를 외치고 있는데 요즘 정세가 긴장하다는 게 사실이냐?”고 물었습니다.

최근 정세와 관련한 설명을 들은 소식통은 “정세가 긴장하다는 것이 사실이라 해도 우리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라며 “여기(북한) 사람들은 내일 당장 전쟁이 터진다고 해도 걱정할 게 아무 것도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중앙에서 입으로만 무적필승을 떠들지 말고 배짱이 있으면 한번 제대로 맞서보라는 것이 인민들의 요구”라며 “말장난에 불과한 중앙의 정세타령에 인민들은 ‘속빈 깡통 굴러가는 소리가 더 요란하다’는 말로 비웃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와 관련 11일 양강도의 한 소식통은 “정세가 긴장하다는 사실을 우리(북한)도 잘 알고 있다”며 “일부 재산이 많고 힘 있는 간부들은 현재의 긴장된 정세를 우려하고 있지만 일반 주민들은 정세가 어떻게 돌아가건 관심조차 없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정세가 긴장하다면 ‘차라리 전쟁이라도 확 일어나는 게 좋겠다’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그런 말을 함부로 입 밖에 내지는 못 한다”며 “그런 말을 하면 불온분자로 몰려 사상투쟁 대상이 된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전쟁이 언제 일어날지 모를 상태라면 중앙에서 태평스레 최고인민회의까지 개최할 수 있겠냐?”며 “전시상태도 아닌데 괜히 정세 긴장을 구실로 사람들을 못 살게 들볶는다고 주민들이 거세게 비난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우리나라(북한)는 시, 군 당위원회 책임비서, 인민군 사단장 이상은 모두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이라며 “때문에 정세가 정말로 긴장되면 주요 간부들과 군 지휘관들이 통째로 한 자리에 모이는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