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 처형, 김정은 정권 불안정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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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센트럴랭커스터대학 한국학연구소의 헤이즐 스미스 소장이 지난달 28일 미국 워싱턴의 우드로윌슨센터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에 관해 발표하고 있다. RFA PHOTO/ 양희정
영국 센트럴랭커스터대학 한국학연구소의 헤이즐 스미스 소장이 지난달 28일 미국 워싱턴의 우드로윌슨센터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에 관해 발표하고 있다. RFA PHOTO/ 양희정

앵커: 북한 장성택 처형은 김정은 정권의 불안정을 반영한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 장성택 처형은 김정은 정권의 불안정성을 보여준다고 영국 센트럴랭커셔대학(University of Central Lancashire)의 헤이즐 스미스(Hazel Smith) 한국학연구소장이 최근 주장했습니다.

스미스 소장: 김정은이 효율적인 정치적 관리 능력이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그는 자리다툼과 상업적 이득을 취하려는 엘리트 간의 기회주의적인 분파 싸움을 헤쳐나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스미스 소장은 미국 워싱턴의 우드로윌슨센터에서 지난 28일 열린 ‘장성택 처형 이후 남북한 관계 전망(North Korea after Jang Sung Taek and the Outlook for Inter-Korean Relations)을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권력을 스스로 쟁취한 것이 아니라 상속받았기 때문에 핵심 권력층에서 정치적 지지기반(political constituency within the power elite)이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김 제1비서는 아버지나 할아버지와 달리 엘리트들의 충성심을 얻지 못한 채 불안정하게 다스리고 있다고 스미스 소장은 말했습니다. 김일성, 김정일 시대의 주체사상이나 국방위원회와 같은 결집요소가 아닌 단지 ‘김 씨 혈통’이라는 김정은의 권력기반은 엘리트 간의 파벌 싸움을 다스릴만큼 강력하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주민의 분노에 대처하기 위한 선제조치로 아버지 김정일이 ‘국방위원회’를 중심으로 선군정책을 펼친 것과 같은 정치적 관리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주장입니다.

스미스 소장은 김 제1비서가 1990년 중반 대기근 이후 북한에 장마당이 활성화되면서 외부세계 정보를 접한 주민들과 불만을 가진 엘리트 계층, 중국에 대한 지나친 경제의존도 등 다각도의 위협에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제1비서가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한 것은 김 씨 일가 마저도 정치적 안정을 보장할 수 없다는 인식을 갖게 했다고 스미스 소장은 지적했습니다.

우드로윌슨센터의 제임스 퍼슨 선임연구원은 강력한 권력을 가진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김 씨 일가나 핵심 엘리트를 처형하는 대신 추방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 통일연구원의 최진욱 박사는 당과 군부 간의 경쟁을 조율하는 강력한 힘을 가졌던 김정일과 달리 김정은은 장성택이 지나치게 큰 힘을 갖도록 허용했다고 말했습니다.

최진욱: 장성택이 신속하게 처형당한 것은 김정은과 장성택과 경쟁하는 엘리트 세력이 장성택이 가진 힘에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는 걸 말합니다. 장성택 권력이 너무 컸다는 말입니다.

최 박사는 장성택을 추방시키면 다시 권력을 되찾을 것을 두려워한 김정은이 고모부를 처형함으로써 단기적으로는 엘리트 계층의 충성심을 얻을 수 있을 것이지만 장성택과 같은 상황이 재발할 경우 김정은이 어떤 도전에 직면할 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