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대통령, 내달 러 열병식 불참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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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다음달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제2차세계대전 전승 기념 행사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참석하더라도 김 제1비서와는 악수조차 나누지 않겠다고 공언했던 밀로스 제만 체코(체스꼬) 대통령이 행사 참석을 전격 취소했습니다. '가지 말라'는 국내외의 거센 압력 탓으로 풀이됩니다. 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오는 5월9일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 열릴 2차세계대전 전승 기념 행사에 유럽연합 회원국 정상 중 유일하게 참석할 예정이었던 밀로스 제만 체코 대통령.

결국 고집을 꺾고 기념 행사의 절정격으로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펼쳐질 러시아군 열병식(군사 퍼레이드)은 참관하지 않겠다고 물러섰습니다.

17일 체코 대통령궁에 따르면 제만 대통령은 지난주 열린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러시아를 방문하되 열병식 행사에는 참석하지 않겠다고 전격 선언했습니다.

당시 기자회견에서 대통령궁 대변인은 제만 대통령이 대신 그 시간에 로버트 피코 슬로바키아 수상과 양자회담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대변인은 제만 대통령의 열병식 불참 결정이 체코 정치권과 미국 등의 압력 탓이 아니라 독자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항변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리미아반도 합병에 항의해 서방 지도자들이 대거 행사 불참을 선언한 상태에서 혼자만 참석하는 데 정치적 부담을 느낀 탓이라는 지적입니다.

그 동안 러시아의 군사력을 과시하는 데 들러리를 서게 된다며 열병식 행사 참석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체코 정부 안에서 계속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제만 대통령은 앞서 이 달 초 국내 라디오 방송에 모스크바 행사에 참석하더라도 김정은 제1비서와는 악수조차 나누지 않고 외면하겠다고 밝힌바 있습니다.

행사 참석이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키면서 ‘김 제1비서가 참석할 행사’라는 따가운 시선까지 겹치자 미리 김 제1비서와는 악수도 않겠다고 선언한 겁니다.

성사될 경우 김 제1비서가 권력을 승계한 뒤 첫 해외순방이 될 러시아 방문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