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대남 평화공세를 펼친 것은 북핵 개발 프로그램상 예정돼 있던 계획이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를 돌파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건데요.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이병순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과 함께 올해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 내용을 짚어봤습니다.
목용재 : 위원님 안녕하세요.
이병순 : 네 안녕하세요.
목용재 : 김정일 사망 직후인 2012년 1월 신년 공동사설을 제외하고 김정은의 신년사는 이번이 여섯 번째입니다. 과거 김정은의 신년사들과 이번 신년사를 비교했을 때 주목할 부분이 있을까요.
이병순 : 기존 신년사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됐습니다. 새해 인사, 지난해 업적 평가, 새해 과제로 나뉘었습니다. 지난해는 끝인사 부분에 자아비판을 첨가하고 공손하게 인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정치적인 연출을 했습니다. 두 번째 부분인 새해 과제는 대내, 대남, 대외 과제와 정책 방향을 담고 있었습니다. 이번엔 기존 틀에서 벗어나 인사 부분에서 북한이 최고 업적으로 꼽는 핵 무력 완성 선언을 김정은 육성을 통해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이 부분에 상당히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김정은은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만들었다는 자신의 업적을 부각시켜 국내적인 정통성, 세습 정당성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하고 독재를 공고히 하려고 한 겁니다.
목용재 :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평창올림픽 참가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특히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도 표명했는데요.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이병순 : 평창올림픽 관련 내용만 보면 북한이 상당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남 과제를 제시한 부분을 보면 전제 조건을 많이 거론하고 있습니다. 즉 '현재 남조선 당국이 통일문제를 저버리고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을 추종해 남북 관계를 풀기 어려운 경색 국면으로 몰아가 통일의 앞길에 난관과 장애를 조성했다'는 겁니다. 한국 정부에 '미국과 대북 핵 공조를 저버리고 우리와 민족 공조에 나서라'는 전제 조건을 제시한 겁니다. 즉 대북정책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평창 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힌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을 지속해왔습니다. 북한은 이런 고강도 도발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어느 정도 예상했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평창 올림픽 활용 계획이 기존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 안에 포함돼 있었다고 보는 것이 올바른 평가일 겁니다. 이것이 노리는 바는 국제 대북제재 완화, 한·미 대북공조 균열, 한국 국민들의 대북 경계심과 경각심 이완, 김정은의 민족·통일 지도자상 구축, '북핵은 민족 자산'이라는 환상 심기, 한·미 정부 이간을 통한 한·미 동맹 와해 시도 등일 것입니다. 만약 북한 선수와 고도로 훈련된 미녀 응원단이 평창에 참가할 경우 한국의 안방 TV 장악을 통해 한국 국민들의 대북 혐오 정서를 하루아침에 바꿀 수 있다는 고려도 했을 겁니다.
목용재 : 반면 미국에 대한 북한의 입장은 상당히 강경합니다. 미국을 향해 '핵 단추' 등 핵무력과 관련한 구체적인 언급을 했는데요. 북·미 관계와 관련해 '핵 단추'를 언급한 의도는 어떻게 해석해야 합니까.
이병순 : 이번 신년사에서 강조했듯이 북한은 자신들의 핵 개발과 경제 건설 병진 노선은 옳았고 이를 통해 얻은 핵무기는 절대 포기할 수 없으며 어떤 경우에도 핵무기가 없는 상태로 돌아갈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해달라는 얘깁니다. 인정하지 않고 군사적 시위와 압박을 계속하면 핵전쟁도 불사하겠다는 것이 북한의 입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목용재 : 일각에서는 북한이 한국과는 화해 분위기를 조성하고 미국과는 긴장감을 조성하는 이른바 '통남봉미' 전술을 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이병순 : 북한은 핵 문제를 미국과의 문제로 보고 있으며 남북문제로 보지 않습니다. 북한은 한국을 미수복된 미국의 식민지로 봅니다. 남북대화는 핵문제와는 상관없이 북한의 필요에 따른, '한국 이용하기'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진정한 의미의 '통남'은 이뤄질 수 없습니다. 미국과의 문제 해결을 위한 수단이자 징검다리일 뿐입니다.
목용재 : 내년은 북한 정권수립 70주년을 맞이하는 해입니다. 신년사에도 언급이 돼 있는데요. 김정은이 올해 북한을 어떻게 운영할지 전망 부탁드립니다.
이병순 : 북한은 핵무기를 완성하는데 주력할 겁니다. 기술적으로 마무리해야 할 부분이 남아있고 대량 생산과 실전 배치의 문제도 남아있습니다. 경제 발전을 위한 구상도 상당히 비중있게 밝혔지만 올해도 핵무력 완비에 집중할 겁니다. 또한 한미를 상대로 위협과 유화적인 태도를 번갈아 구사하면서 자신들의 목적 달성에 필요하다면 고강도 군사도발, 7차 핵실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도 불사할 것으로 보입니다.
목용재 : 김정은 위원장이 한류, 혹은 외부 문화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에 대한 내용도 신년사에 나오는데요. '비사회주의 현상을 뿌리 뽑기 위한 투쟁을 벌여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한다고 보십니까.
이병순 :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주민들의 '부르주아 문화', 즉 자본주의 생활 방식의 침투입니다. 이는 무력보다 더 무서운 체제 위협 요소입니다. 북한 젊은 층은 사상적 해이 정도가 공기가 주입될데로 주입된 팽팽한 풍선과 같은 상황이라고 보면 될 것입니다. '비사회주의 현상 뿌리뽑기'라는 극약 처방과 같은 조치가 없으면 이런 풍조가 전국적으로 만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국가 핵무력 완성도 하루아침에 날아갈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목용재 : 네 알겠습니다. 위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이병순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