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 포기가 더 이익이라고 판단할 때 자진 폐기”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편이 더 이익이라고 판단할 때라야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고 우크라이나가 ‘넌-루거 프로그램’을 통해 핵을 폐기하는 과정에 직접 참여했던 미국의 전직 고위 외교관이 밝혔습니다.

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윌리엄 그린 밀러 전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는 5일 워싱턴의 우드로 윌슨 센터에서 한 강연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할지 여부는 북한의 지도부와 주민들이 핵을 포기하는 것이 북한에게 이익이라고 판단할지에 달렸다고 말했습니다.

(When enough of their leadership and people decide that it’s the interest of their country do so.)

밀러 전 대사는 북한이 우크라이나와 마찬가지로 경제적 지원을 대가로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대답했습니다. 밀러 전 대사는 지난 1993년부터 1998년까지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로 근무하면서 우크라이나가 핵을 폐기하는 과정에 직접 간여했습니다.

구 소련이 해체된 뒤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핵무기를 갖게 된 우크라이나는 핵무기 보유가 인류에게 매우 큰 위험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핵을 자진해서 포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밀러 전 대사는 밝혔습니다.

그는 이어 “당시 우크라이나의 지도자들은 독립을 유지하고 (외부의) 경제적 지원을 받기 위해선 반드시 핵을 포기해야 한다는 현실을 받아들였다”라며 “이는 합리적인 선택(reasonable bargain)이었다”라고 말했습니다.

(They accepted the necessity of eliminating the third largest nuclear arsenal in the world in exchange for economic assistance and support. That was a reasonable bargain in my view. I helped negotiated and I’m proud of it.)

밀러 전 대사는 북한과 같은 약소국가는 위협을 느끼거나 고립돼 있다고 판단될 때 핵 개발에 매력을 느끼는 경우가 많지만 이는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핵 폐기에 적용됐던 ‘넌-루거 방식’을 북한의 핵 폐기에도 적용할 수 있을지 여부는 북한의 선택에 달렸다”라면서 즉답을 피했습니다.

그러나 밀러 전 대사는 “상대를 서로 존중하고 동등하게 대한다면 협상이 성공할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라며 인내심을 가지고 대화를 통해서 북한의 핵을 폐기하는 데 나서야 한다는 말을 잊지 않았습니다.

앞서 미국은 의회 전문위원을 수 차례 북한으로 보내 북한이 우크라이나와 마찬가지로 ‘넌-루거 방식’을 통해 핵을 포기할 경우 얻게될 정치적, 경제적 이익을 상세히 설명했습니다.

또 미국 의회는 핵 실험을 한 국가에 대해서 미국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글렌 수정법’의 북한 적용을 면제한 조치를 비롯해 ‘넌-루거 방식’의 북한 적용에 큰 관심을 기울여 왔습니다.

‘넌-루거 방식’은 미국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벨로루시 등 구 소련이 보유한 핵을 폐기하는 데 적용해 왔습니다. 평화적으로 핵을 폐기하기 위해 도입된 이 방식은 미국이 주도하고 국제사회가 함께 협력해 핵을 폐기하기 위한 자금과 기술은 물론 핵 과학자와 기술자들의 재교육까지 지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