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한다고 전망하는 대북 전문가는 거의 없습니다. 북한은 핵을 체제 수호의 중요한 수단으로 여길 뿐만 아니라 선군정치로 나온 최대의 업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로 이를 포기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관측됩니다. 이처럼 전망이 밝지 않은 북한의 비핵화에 관해서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북한의 비핵화에 관한 이야기는 정말로 자주 나옵니다. 그런데 북한의 비핵화는 이야기가 자주 나오는 만큼 그것에 비례해서 실현될 가능성이 있습니까?
기자:
북한의 비핵화에 관해서 현재로는 어두운 전망뿐입니다. 비핵화는 핵무기를 개발하거나 보유하지 않는 상태를 말합니다. 한국과 서방의 대다수 대북 전문가는 북한이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핵무기를 보유했기 때문에 핵을 포기하는 일은 결코 없다고 진단합니다. 북한은 핵무기를 가져야 최대 적국인 미국이 마음대로 북한을 건드리지 못한다는 판단을 하기 때문에 이를 포기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5일 핵확산방지조약(NPT) 발효 40주년을 맞아 “북한과 이란이 핵무기의 비확산 의무를 계속 거부한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북한이 핵무기를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는 전문가의 견해를 좀 소개해 주시지요?
기자:
가장 대표적인 학자로는 안드레이 란코프 박사를 들 수 있습니다. 한국의 국민대 교수로 재직하는 란코프 박사는 소련 출생이며 북한에서 체류한 경험이 있어 북한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압니다. 란코프 박사는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최근 한 회견에서 “북한은 어떤 경우에도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면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강대국은 북한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조건에서 북한은 외부 지원을 받기 어렵고 한편으로 핵을 포기하면 지원을 받을 수도 있지만 핵을 포기하고 나면 더 많은 지원을 받기는 어렵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이런 말은 핵을 가져야 국제 관심을 끌고 핵 위협에 대한 반대 급부로 대접을 받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앵커:
북한을 잘 아는 다른 분의 견해도 좀 소개해 주시지요?
기자:
미국 국무부의 한국과장을 역임한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씨의 견해가 있습니다. 이 분은 작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미국 여기자를 데리려 평양을 방문했을 때 동행했고 현재 미국의 스탠퍼드대 부설 아시아태평양연구소(APARC)에서 부소장으로 있습니다. 스트라우브 부소장도 RFA와 한 회견에서 “북한 지도부는 궁지에 몰려 있다. 여기서 벗어나려고 내놓은 방안이 핵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현재로선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는 명백한 의도가 없다. 다른 정권이 들어 서도 그럴 가능성이 아주 희박하다”고 진단합니다. 스트라우브 부소장의 이 같은 진단은 북한이 체제 수호의 목적 때문에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로 분석됩니다.
앵커:
북한의 비핵화를 비관적으로 보는 주요한 인사가 또 있습니까?
기자:
미국의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아시아 담당 보좌관으로 재직한 빅터 차 미국 조지타운대학 교수가 있습니다. 차 교수는 18일 워싱턴에서 “북한이 체제를 유지하려고 핵무기를 보유했기 때문에 현체제에서는 핵 포기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이밖에 차 교수는 “북한은 외부의 위협 때문에 핵을 개발했다고 하지만 실제로 북한 정권이 느끼는 위협은 외부보다는 정권 특성상 존재할 수밖에 없는 내부의 불안정에서 기인한다”고 진단합니다. 이런 진단은 북한이 외부의 실제적인 위협보다 전제 정권의 취약성 때문에 스스로 느낄 수밖에 없는 불안감에서 핵을 보유했다는 견해로 분석됩니다. 차 교수의 지적대로 이러한 불안감은 외부의 위협이 없어져도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뿌리가 아주 깊습니다.
앵커:
그런데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거나 보유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습니까?
기자:
미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강대국은 핵무기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어 상당한 감축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대폭적으로 핵무기를 감축하려 합니다. 한반도도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가 북한 핵무기를 용인할 경우 남조선과 일본을 비롯한 인근 국가는 물론 다른 국가의 핵무장을 막을 방도가 없어집니다. 물론 왜 북조선만 다른 강대국이 갖는 핵무기를 갖지 말아야 하느냐고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습니다. 남조선과 일본은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과학 수준을 갖고 있어 북한의 핵무기 보유에 맞서서 같이 핵 무기를 보유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세계 평화라는 목적을 위해 그것을 포기했습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갖지 말아야 한다는 당위성은 바로 이런 국제 질서의 혼란에 있습니다.
앵커:
북한도 이런 사정을 잘 알 텐데 그처럼 핵무기 보유에 집착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습니까?
기자:
우선 북한 나름의 급박한 사정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당위성이 북한에는 ‘쇠귀에 경 읽기’입니다. 북한은 스스로 안고 있는 취약성 때문에 외부 침입이 있으면 정권이 바로 붕괴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습니다. 이것을 막아주는 수단은 핵무기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북한은 절대로 핵무기를 포기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여기에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후계자로 알려진 세째 아들에게 외부의 위협을 받지 않는 상태에서 권력을 이양해야 하는 처지입니다. 그러려면 미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에서 핵을 보유한 국가라는 인정을 받아야 합니다.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를 받으면 외부의 위협이 없어지면서 한국과 일본을 위협해서 경제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합니다. 특히 북한 지도부는 핵무기를 갖고 있어야 지금 누리는 권력을 유지할 수가 있다고 판단합니다. 그러니 핵을 포기하면 체제 수호가 어려워지고 또 기득권도 뺏긴다고 생각하는데 비핵화의 대가로 대규모 경제 지원을 하겠다는 말이 귀에 들어올 리가 없습니다.
앵커:
북한 당국이 내놓은 성명이나 발표 등에서도 이런 점을 느낄 수가 있습니까?
기자: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19일 내놓은 글을 예로 들 수가 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황당한 궤변’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핵을 포기하면 경제적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는 말은 ‘희떠운 소리’ 이자 ‘천하 바보들의 궤변’”이라면서 핵을 포기한 대가로 국제 사회가 제공한다는 경제 지원을 일축했습니다. 이 글을 더 읽으면 북한이 비핵화를 바라지 않는다는 점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이 통신은 “우리가 외부의 경제적 혜택이나 바라고 그 따위 얼빠진 짓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오산”이라고 말하고 “한심한 자들만이 우리가 핵 억지력을 몇 푼의 경제 지원과 맞바꿀 것이라는 망상을 품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는 핵 포기와 경제 지원을 바꾸지 않겠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밖에도 제네바에 주재하는 북한 유엔대표부의 외교관도 2일 군축회의에 나와 조선에 대한 미국의 적대 정책이 지속하는 한 핵 포기는 ‘허황된 꿈’이라고 말했습니다.
앵커:
네, 지금까지 북한의 비핵화 전망에 관해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