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최근 핵무기 개발에 관한 현황을 밝혀 미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북한이 유엔 안보리 의장에 보낸 서한에서 밝힌 현황의 요점은 '플루토늄의 무기화'와 '마무리 단계의 우라늄 농축'입니다. 북한의 이런 주장을 어디까지 믿어야할지가 문제입니다. 이에 관한 자세한 소식을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허형석 기자, 북한이 지난 3일 유엔에 주재한 신선호 대표의 이름으로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에게 편지를 보내 밝힌 핵무기의 개발 현황은 어떤 내용이었습니까?
허형석: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이를 박성우 기자의 문답식 보도로 이미 다룬 적이 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내용의 일부를 다시 소개하면서 그때 다루지 않았던 내용을 중심으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북한 당국은 “우라늄 농축이 성공적으로 진행돼 마무리 단계이며 폐연료봉을 재처리해 추출한 플루토늄을 무기화하고 있다”고 공개했습니다. 공표의 요체는 ‘마무리 단계의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의 무기화’입니다. 그러나 저간에 나타난 북한의 행태로 보아 이를 액면 그대로 믿을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결국 편지 행간의 뜻을 유추해 가면서 개발 현황을 추정해 볼 수밖에 없습니다.
앵커:
북한이 요점으로 밝힌 플루토늄의 무기화와 우라늄 농축을 자세히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허형석:
핵무기는 제조 원료에 따라 플루토늄탄과 우라늄탄으로 나눌 수가 있습니다. 북한은 두 가지 원료로 모두 핵무기를 만든다고 언급한 셈입니다. 우라늄탄은 자연 상태에 존재하는 가장 무거운 원소인 우라늄을 직접 농축하면 만들 수 있습니다. 은밀한 제조가 가능해 더 위험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반면 플루토늄탄은 원자로에서 사용한 핵연료, 즉 폐연료봉을 재처리해 그 안에 들어 있는 플루토늄을 추출한 뒤 기폭 장치를 연결해 만듭니다.
앵커:
그러면 북한이 제2차 핵 실험까지 했는데 어떤 핵무기로 실험을 했습니까?
허형석:
북한이 지금까지 플루토늄탄을 가지고 핵 실험을 했다고 한국과 미국 정보당국은 알고 있습니다. 미국은 지난 2006년 10월 제1차 핵 실험이 있었을 때 나온 제논과 크립톤의 양을 측정해 북한이 플루토늄탄으로 핵 실험을 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 결론이 맞다면 북한은 앞으로는 플루토늄만으로 핵 무기를 생산하지는 않겠다는 점을 밝히려고 이번에 유엔 안보리 의장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우라늄 농축을 언급했습니다.
앵커:
북한은 이처럼 우라늄 농축을 언급했는데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우라늄탄에 쓰이는 고농축 우라늄을 만들고 있습니까?
허형석:
우라늄 농축은 우선 원심분리법을 비롯해서 기체확산법, 레이저분리법, 화학교환법, 전자분리법 등 여러 공정 방식이 있습니다. 북한이 채택한 방법은 원심분리법입니다. 원통 속에서 가스 상태의 육불화우라늄을 고속으로 회전시켜 원심력을 이용해 고농축 우라늄을 얻는 방법입니다. 북한은 자체로 원심분리기를 제작하는 기술을 갖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래서 1998년부터 2001년 사이 파키스탄의 압둘 카디르 칸 박사한테서 P1형 원심분리기 20대와 P2형 설계도를 받았습니다. 또 러시아에서는 원심분리기의 재료로 사용되는 고강도 알루미늄 150t을 수입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앵커:
농축 우라늄으로 핵무기를 만들려면 어느 정도의 설비를 갖춰야 하고 비용은 얼마나 드는 것으로 나옵니까?
허형석:
연합뉴스 보도를 보면 농축 우라늄으로 핵무기 1개를 만들려면 우선 농축 우라늄 20-30kg과 원심분리기 1천 대가 필요합니다. 1대당 가격이 16만-24만 달러라는 점을 감안하면 1천 대를 구입하려면 1억 5천만-2억5천만 달러가 소요됩니다. 북한은 우라늄탄 3개를 만들려고 원심분리기 3천 대를 확보하려고 합니다. 이에 따르는 비용은 부속 경비까지 생각할 때 적어도 10억 달러가 든다고 전문가들은 추산합니다.
앵커:
북한은 이미 2차 핵 실험까지 한 플루토늄탄보다는 우라늄탄을 더 좋아한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허형석:
질이 좋은 핵무기를 쉽고도 은밀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우라늄탄은 플루토늄탄처럼 대규모의 시설이 필요없고 방출되는 방사능의 양도 매우 적어 외부에서 이를 감시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우라늄은 플루토늄과 달리 핵 재처리를 거치지 않아도 핵 무기 제조가 가능합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는 이런 은밀성을 가장 우려합니다. 제조 시설이 드러나지 않는 상태에서 농축 우라늄이 다른 곳으로 넘겨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이는 핵무기 비확산에 가장 위협이 되는 요소입니다.
앵커: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관해서 한국과 외국에서는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까?
허형석:
미국의 일간 신문 워싱턴 포스트(WP)는 지난 4일 북한의 우라늄 농축 기술이 이란의 지원으로 예상보다 더 진전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을 여러 차례 방문했던 미국 스탠퍼드대의 지그프리드 헤커 교수는 WP에 이란이 이 기술을 상당히 발전시켰기 때문에 북한의 우라늄탄 개발을 지원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원심분리기 재료와 기술이 부족해 우라늄탄 개발에 몇 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한편 한국의 일각에서는 북한의 유엔 대표가 보낸 편지는 6월 13일의 외무성 성명보다 진일보한 내용을 담고 있어 가볍게 볼 수는 없는 측면이 있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앵커:
북한은 이번에 우라늄 농축이 결속 단계에 왔다고 밝힘으로써 우라늄과 관련한 그동안의 발언을 스스로 뒤집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이것은 무슨 이야기입니까?
허형석:
북한은 우라늄을 농축한다는 사실을 시인한 적이 없습니다. 물론 미국 국무부의 제임스 켈리 차관보가 2002년 평양에서 강석주 외무성 부상에게서 북한은 농축 우라늄을 추진할 권리가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북한은 그 뒤로 내내 이를 부인해 왔습니다. 그러나 외무성 성명에 이어 이번 서한에서 우라늄 농축을 하지 않았다라는 말을 스스로 뒤집었습니다. 북한이 미국을 상대로 철저히 이를 숨길 수 있었던 이유는 우라늄 농축의 은닉성 때문입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북한의 핵 개발과 관련한 현황을 북한이 안보리 의장에 보낸 편지를 중심으로 해서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