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대통령 후보간의 두번째 토론이 벌어진 7일 워싱턴에는 두 개의 행사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열렸습니다.
이 두 행사의 주인공은 민주당과 공화당 두 후보의 외교적 입장을 대변하는 미국 행정부의 전직 관리들입니다.
한사람은 공화당의 매케인 후보 진영에서 외교 고문을 맡고있는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국장인 마이클 그린입니다.
이 사람은 부시 대통령을 보좌하면서 완전하고 돌이킬수 없는 북한 핵의 폐기 정책을 세운 사람입니다.
다른 사람은 클린턴 행정부 시절 국방 장관을 지내고 한국인 고아를 입양해 키울 정도로 한국을 잘 아는 윌리엄 페리 씹니다.
페리 씨는 7일 워싱턴 아메리칸 대학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북한이 미국에 다음 행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 무모한 일을 해서는 안된다는 경고성 발언을 했습니다.
페리: I would say to them, don't do anything rash.
이런 발언의 뒤에는 자신이 지지하고있는 민주당의 오바마 대통령 후보가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담고있습니다.
오바마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중하게 기용할 외교 관리 후보 중에 바로 페리 전 국방장관이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무모한 짓을 해서는 안된다는 페리 전 국방 장관의 발언에는 북한과 협상을 해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오바마 후보의 평소 의지도 깔려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페리 전 장관 바로 전에 워싱턴에서 별도로 정책 간담회를 가진 마이클 그런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국장은 북한은 어려운 검증 조건을 내걸면서 시간만 끌고 다음 행정부로 부터 더많은 것을 얻으려 할 것이라면서 북한을 협상 대상으로 보는 것에 대해 페리 전 장관보다 인색한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마이클 그린 전 국장은 북한이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부시 행정부를 상대로 핵 검증 협상을 어물쩍 넘어가려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하면서 그런 엉성한 검증서를 다음 공화당 행정부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린: If it's just Yongbyon, you've got to include things like waste facilities and things like that. If you don't get those... (어차피 검증 대상이 영변 뿐이라면 핵폐기물 시설 등은 반드시 포함시켜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매케인 행정부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 봅니다. )
페리 전 장관은 매케인 공화당 후보가 북한과 협상할 준비가 안돼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페리 전 장관은 공화당의 매케인 후보는 지금까지 북한과의 협상을 반대해 왔다면서 매케인 후보가 북한에 대한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매케인이 집권한 후 북한 핵문제의 진전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같은 페리 전 국방장관의 지적은 앞서 정책 간담회를 가진 그린 전 안보회의 국장이 매케인 후보가 갖고 있는 부시 행정부의 핵 협상 평가에 대한 발언에서도 그대로 반증되고있습니다.
매케인 공화당 후보는 북한 핵의 검증 대상을 영변 핵시설로 좁힌 부시 행정부의 대북 핵협상에 대해서 대단한 불만족감(great dissatisfaction)을 갖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아직 오바마와 매케인 두 후보의 북한에 대한 정책적 입장이 다듬어져 있지 않은 상태여서 지금 이뤄지고 있는 두 진영 외교 보좌진 등의 논쟁은 그동안 나왔던 북한 전문가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수준이지만 선거 막판에 두 후보의 대결이 날카로와질 경우 북한 문제에 대한 두 진영 정책 참모들의 입장도 첨예하게 맞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러나 현재 북한 문제에 관해서는 부시 행정부 시절 관료들을 정책 참모로 영입한 공화당의 매케인 후보 진영이 민주당의 오마바 진영보다는 더 많은 정보를 갖고있다는 평이 많아서 앞으로 정책 대결은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평가 보다는 북한의 핵 검증 문제의 완전함을 강조하는 매케인 후보의 입장이 더 많이 논란 거리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