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북핵문제 전망 Q/A

2010년은 북핵 사태와 관련해 새 전기를 맞을 수도 있는 해이기도 하다고 다수 대북 전문가는 전망합니다. 미국과 북한이 양자 대화에서 북핵 문제의 해법으로 연결되는 접점을 찾아,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따라서는 북한의 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빠른 진전을 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관해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2010년 새해 벽두에 바라본 북핵 사태의 전망은 어떻게 나타나고 있습니까?


기자:

일단은 긍정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미국과 북한은 작년 12월 평양에서 양자 대화를 한 뒤 북핵 해법의 접점을 찾았습니다. 미국의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방북 직후 10일 서울에서 “양국이 6자 회담 재개의 필요성과 9.19 공동성명 이행의 중요성에 대해 공동 이해에 도달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11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서 “양국 사이에 일련의 공동 인식이 이룩됐다”면서 “조미 쌍방은 남아 있는 차이점을 좁히기 위해 앞으로 계속 협력하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1월1일 관영 매체를 통해 내놓은 신년 공동사설에서는 대화를 통한 비핵화 의지를 다시 피력했습니다. 따라서 2010년은 미국과 북한이 6자 회담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 협상을 잘 진행할지 또는 파국을 맞을지를 가늠하는 해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작년의 양자 대화에서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친서가 전달됐습니다. 북한도 성의를 표시하려면 이것에 상응하는 조치를 올해 보여야 하는데 이를 어떻게 전망하는지요?

기자:

이것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달려있다고 봅니다. 북한이 정말로 비핵화 의지가 있다면 이에 상응하는 조치가 나와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지만 북한은 아직 완전한 비핵화 의지가 없어 대응 친서와 관련해 이렇다할 움직임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상황은 언제나 가변적이어서 대응 친서가 없다고 잘라말할 수는 없습니다. 확률이 떨어진다는 추론만 가능합니다. 북한의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이 양자 회담을 하러 미국을 답방한다면 김 위원장의 친서를 휴대할 가능성을 상정해 볼 수는 있습니다.


앵커:

미국과 북한은 이번 양자 회담에서 북한 비핵화를 다루는 6자 회담의 틀 안에서 한반도의 평화 체제를 다루는 4자 회담을 열기로 양해했다고 알려졌습니다. 이와 같은 4자 회담이 올해 북핵 해결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보십니까?


기자:

6자 회담이 잘 진행되면 ‘상승 효과’가 있다고 봅니다. 북한이 되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비핵화 의지를 보인다면 그처럼 고대하는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4자 회담은 개최될 수가 있습니다. 북한의 비핵화를 논의하는 6자 회담과 한반도의 평화 체제를 논의하는 4자 회담이 ‘쌍두마차(雙頭馬車)’로 상승 작용을 일으키며 북핵 문제와 한반도의 평화 체제와 같은 한반도 사태의 해결에 도움을 크게 줄 수도 있습니다. 북한은 신년 공동사설에서 비핵화의 전제로서 평화 체제를 적극적으로 다루겠다는 의도를 또 나타냈습니다. 그러나 상승 효과가 나타나려면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먼저 그리고 충분히 표명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필요합니다.

앵커:

자, 그렇다면 북한의 비핵화에서 제일 중요한 요소는 북한의 의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북한이 새해 들어 이런 의지를 보이리라고 전망할 수 있나요?

기자:

낙관적이라고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북한은 핵 무기의 보유를 생존 수단으로 보기 때문에 이를 쉽게 포기하려 하지 않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가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포기하는 대가로 조미 관계의 개선, 평화협정 체결, 대규모 경제 지원 등 여러 방안을 제시하지만 의혹의 눈길을 버리지 못합니다. 앞에서 말씀을 드린 대로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모든 게 달렸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지금까지 의혹의 눈길을 쉽게 떨치지 못했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의혹의 눈길과는 반비례하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6자 회담과 4자 회담이 빨리 진행될지와 지금까지 나타난 바처럼 북한의 시간 벌기가 또 이어질지가 달려 있다고 전망됩니다.


앵커:

북한이 올해에도 비핵화로 돌아서기가 어렵다는 과거 사례를 들어주실 수 있습니까?

기자:

북한 당국이 이전에 핵 보유와 관련해서 내놓은 발언을 보면 됩니다. 북한 외무성은 9월 30일 ‘핵 없는 세상’과 관련해 유엔 안보리가 내놓은 결의 1887호를 배격했습니다. 외무성은 “우리를 핵무기 보유로 떠민 근원들이 존재하는 한 핵무기 포기는 꿈에도 생각할 수 없다”면서 “북한이 비핵국가로 핵무기비확산조약에 다시 들어가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다”고 비핵화를 향한 의지가 없다는 점을 밝혔습니다. 그런가하면 29일엔 박길연 외무성 부상이 유엔 총회에서 “미국이 제재를 앞세우고서 대화를 하겠다면 우리도 핵 억지력의 강화를 앞세우고 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발언은 핵 포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강하게 시사하는 대목입니다.

앵커:

위에 나온 발언을 음미하면 2010년에도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고 전망하기는 어렵습니다. 북한이 이처럼 핵무기 보유에 집착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습니까?

기자:

체제 유지의 필요성 때문입니다. 북한은 현체제를 유지하려면 강대국에 대항하는 수단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러한 수단으로 핵무기를 보유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이 전세계적인 비핵화를 추구하는 바람에 역풍을 맞았습니다. 국제 사회가 바라는 비핵화를 수용하면 대항할 수단이 없어질 뿐만 아니라 협상력도 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핵을 가진 상태에서 모든 일을 해결하고 더 나아가 핵무기 보유를 기정사실화하는 방향으로 나가려고 합니다. 자주권과 같은 나름의 논리로 핵무기 보유를 정당화하고 궁극적으로는 북미 양자 회담을 통해 이에 관해 미국의 인정을 받으려고 외교력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 같은 맥락에서 양자 대화에는 2010년에도 꽤나 공을 들일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덧붙여 한국 국방부 산하의 국방연구원은 25일 꽤 비관적인 2010년도 전망을 냈습니다. 국방연구원은 “북한이 핵무기 보유국의 위상을 포기하지 않는다”면서 “이를 기정사실화하기 위해 3차 핵실험을 하고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앵커:

자,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를 정리해 주시지요?

기자:

2010년 올해는 북핵 문제의 해결을 가늠해 보는 해입니다. 미국과 북한은 작년 12월의 양자 대화에서 북한 비핵화를 논의하는 6자 회담을 재개할 필요성에 공감해 일단 북핵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기 위한 전기를 마련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15년간 보여온 시간 벌기로 다시 일관한다면 올해에도 북핵 문제에서는 지루한 줄다리기와 신경전만이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모든 상황은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얼마만큼 갖느냐에 전적으로 달려있다고 봅니다.

앵커:

네, 지금까지 2010년 새해의 북핵 사태를 허형석 기자와 함께 전망해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