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폐기하면 오바마 임기 중 미북관계 근본적 변화”

미국의 전, 현직 관리들은 지난주 리근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에게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면 차기 오바마 행정부에서 미북 관계에 근본적인 변화가 올 수 있다며 북한의 태도 변화를 촉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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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섭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근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이 지난주 오바마 차기 행정부 인사를 비롯해 미국의 전, 현직 관리들과 만난 뒤 10일 미국을 떠났습니다. 북한 외무성 관리 5명으로 이뤄진 대표단을 이끌고 미국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직후인 지난 5일 미국을 방문한 리근 국장은 도착 당일 저녁 에번스 리비어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을 만났습니다. 리근 국장은 이튿날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와 북한 핵 검증 문제에 관해 비공개 협상을 했지만 돌파구를 마련하지는 못했다고 정통한 외교 소식통이 전했습니다.

리근 국장은 7일에는 비영리 단체인 전미외교정책협회(NCAFP)가 주최한 비공개 토론회에서 성 김 국무부 북핵 담당특사는 물론 도널드 그레그, 토머스 허바드, 스티븐 보스워스 등 전직 주한 대사, 스테이플턴 로이, 윈스턴 로드 등 전직 주중 대사,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을 비롯한 전, 현직 관리들을 두루 만났습니다. 리근 국장은 또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의 한반도 외교자문팀장인 프랭크 자누지 상원 전문위원과 리처드 루가 상원의원 보좌관인 키이스 루스 씨, 한반도 전문가인 게리 새모어 외교협회 부회장과 리언 시걸 사회과학원 동북아프로젝트 팀장도 만났습니다.

이번 모임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들에 따르면 전미외교정책협회 프로젝트 팀장인 도널드 자고리아 전 헌터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비공개 토론회에서 미국 측 참석자들은 북측 대표단에게 과거 역대 미국 행정부 가운데 현재의 부시 행정부만큼 북핵 문제를 풀겠다는 '의지와 능력'을 가진 행정부는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미국 측 참석자들은 "북측 대표단이 귀국해 진정으로 핵계획을 포기하고 핵무기를 철폐하겠다는 구체적인 표시를 할 경우, 차기 오바마 행정부 임기 중인 몇 년 내 미국과 북한 관계에 근본적인 변혁(fundamental transformation)은 물론 북한 주민들의 삶에도 비슷한 변화가 찾아올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정통한 외교 전문가가 밝혔습니다.

또 이날 비공개 토론회에서 주된 화제인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 미국 측 참석자들은 나름의 해법을 북측 인사들에게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미국 측 한 참석자는 북측 인사들에게 "핵무기가 확산되다보면 결국은 누군가에 의해 조만간 사용될 것이기 때문에 미국의 중심적 과제는 핵 확산 방지이며, 이건 비단 북한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이 미국 측 참석자는 북한의 문제는 "핵 확산이란 일반적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자국의 안보를 유지하느냐 하는 것인 만큼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대가로 안보를 향상시킬 수 있는 조치를 원하는 것은 불가피하고, 또 이런 요구가 불합리한 요구도 아니다"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 측 다른 참석자도 동감을 표시하고 북한의 안보 우려를 해소하는 동시에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이정표를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견해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같은 미국 측 참석자들의 견해에 대해 북측 인사들은 미국과 북한 간에 신뢰가 회복되고 미국의 핵위협이 없으면, 북한은 단 한 개의 핵무기도 필요하지 않다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하면서도 결국은 미북 관계의 정상화가 비핵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북측 인사들은 지난 2001년 부시 행정부가 출범한 지 6년이 지난 다음에야 미국과 북한의 협상이 시작됐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우리가 6년을 더 기다릴 순 없다. 핵문제에 관해 오바마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우리가 귀를 기울이는 것도 그 때문"이라면서 차기 오바마 행정부가 부시 행정부의 대북 협상기조를 유지해줄 것을 강력히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