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 체제 항거 엄두 못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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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다수 북한 주민은 극심한 생활고에도 불구하고 북한 정치 체제에 항거할 생각조차 못하고 있다고 미국 유력일간지 LA타임스의 베이징 지국장이 주장했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의 평범한 주민의 삶을 그린 ‘부러울 것은 아무것도 없다(Nothing To Envy)’의 저자인 바바라 드믹 지국장은 북한 주민의 대다수는 외부 세계와 차단된 채 선전과 선동으로 인해 아직도 북한 체제에 대해 ‘진정으로 믿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드믹 국장: 제가 접경지역에서 만난 탈북자는 길주에서 몇 주 전에 나왔다면서, 북한에서 탈출하기 전까지는 북한의 김일성 전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칭송하는 노래와 춤 이외에는 아무것도 몰랐다고 말했습니다.

드믹 국장은 대부분의 미국인이 북한하면 김일성, 김정일, 핵무기, 집단체조 등을 연상할 정도로 북한의 정치나 이념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녀는 평범한 북한주민의 삶을 알리기 위해 이 책을 준비했다고 말했습니다. 드믹 국장은12월 29일 발간되는 책의 제목을 “김일성 지도자와 노동당이 돌봐주는 세상에서 제일가는 나라”라는 내용의 유명한 북한동요 ‘세상에서 아무것도 부러울 것이 없다’에서 인용했다고 덧붙였습니다.

1990년대 북한의 기근으로 굶주림에 지친 북한사람이 길에 떨어진 동물의 배설물 속에 들어있는 옥수수나 쌀 알갱이를 주워서 씻어 먹는다는 기가 막힌 이야기를 들었다고 드믹 국장은 설명했습니다. 기근 후에 북한에는 장마당 거래등 사설 시장경제제도가 주민의 생존수단으로 등장했는데, 북한지도부가 최근 규제를 강화하자 주민이 반발했다고 밝혔습니다.

드믹 국장: 북한의 핵실험 직후 마지막으로 북한 접경지역에 갔을 때 핵 실험지역 근처인 길주에서 온 다수의 사람들을 만났어요. 그런데 식량사정이 나아진 것 같지 않았어요. 북한정권이 시장 여는 시간을 제한하고 콩이나 쌀 같은 곡물을 못 팔게하고, 장마당에 나오는 여성들의 나이를 제한하는 등 경제 활동면에서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다고 제가 만난 길주의 탈북자들이 불평했죠.

북한 동북지역 청진의 사설장마당에서 젊은 여성을 추방하고 쌀,콩 같은 곡식을 팔지 못하게 하자, 생계에 위협을 받는 여성이 사설 장마당의 관리자에게 저항했다고 드믹 국장은 밝혔습니다. 직업, 식량 등 모든 것이 당에서 공급되던 예전에는 당에 대한 충성심이 가장 중요했으나 사설 시장 거래 등으로 약간의 경제적 독립성을 가진 여성은 이제 시장을 폐쇄하거나 거래를 제한하면 항의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일부 국경지역을 제외한 대다수의 북한 주민들은 진정으로 북한 체제를 믿고 있고, 라디오나 인터넷 등 외부 소식의 차단으로 인해 정치체제에 대한 ‘혁명’은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고 드믹 국장은 밝혔습니다.

드믹 국장은 탈북자가 자신의 목숨만 희생해 이 암울한 체제를 벗어날 수 있다면 항쟁을 하겠지만, 저항을 해서 가족들까지 위태롭게 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아직은 선전•선동 효과로 대다수의 주민이 ‘정치혁명’은 생각도 못하는 실정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녀가 책을 쓰게 된 계기는 1998년 북한 기근에 대한 기사를 쓰기 위해 통화한 남한에서 유치원교사를 하는 젊은 여성 탈북자에게 들은 첫사랑 이야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기근과 교육제도에 대해 취재를 한 후에 이 탈북여성이 북한에서 공산당 고위간부의 아들과의 비밀스러웠던 첫사랑때문에 북한을 그리워한다고 밝혔고, 이를 계기로 ‘보통 북한 사람들의 삶’에 대한 책을 쓰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드믹 국장의 새 저서는 서로 신분이 달라 결혼할 수 없었던 이 남녀의 이야기, 집없는 아이로 떠돌게 된 공산당 간부의 아들, 의사, 공장일꾼 등 다양한 계층에서 온 6명의 탈북자의 삶에 대해 전해줍니다. 2004년부터 6년에 걸쳐 청진지역에서 온 탈북자와 그들의 친척 등 100여명을 취재했지만 그들 중 어느 누구도 북한 지도층에 속하는 사람들은 아니라고 드믹 국장은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