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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방문한 북한 대표단이 심혈관 질환에 효능이 있는 ‘아스피린’을 즐겨 찾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밖에도 북한의 간부들은 특정 질병에 관한 외국 약을 선호하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를 구입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노정민 기자가 전합니다.
민간 교류를 통해 미국을 방문한 북한 대표단이 미국에서 많이 찾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의약품인 ‘아스피린(Aspirin)'입니다. ‘고혈압’과 ‘고지혈증’ 등 혈관계 질병이 많은 북한 간부들에게 나눠주거나 해열제, 진통제로 사용하기 위해서입니다.
미국과 북한 간 민간 교류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미국의 한 인사는 북한 대표단이 미국에 올 때 ‘아스피린’을 자주 찾는다며 최근 북한 의료진들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도 제법 많은 양의 ‘아스피린’을 구해갔다고 1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했습니다. 특히 ‘아스피린’은 간부들 사이에서 많이 발생하는 ‘고지혈증’에 효능이 좋아 많이 사용한다고 당시 북측 대표단의 말을 인용해 이 인사는 설명했습니다.
‘고지혈증’은 혈액 안에 필요 이상으로 지방성분이 많아 염증과 심혈관계 질환을 일으키며 비만이나 술, 당뇨병 등의 원인으로 생기는 병입니다.
미국 동부에 거주하는 의사 출신의 탈북자는 북한 간부들이 진료를 받는 병원에 가면 대부분 ‘고혈압’과 ‘고지혈증’ 환자가 주를 이룬다며 혈액순환을 좋게 하기 위해 ‘아스피린’을 많이 복용한다고 말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해열제나 진통제로서 ‘아스피린’의 효과가 좋아 북한에서 이를 찾는 사람이 많고 이처럼 미국이나 중국 등에서 들여가는 ‘아스피린’의 일부는 장마당에도 유통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간부 출신인 미국 북한인권위원회의 김광진 연구원도 북한에서 심혈관이나 순환기 질병에는 ‘아스피린’이 좋다는 소문에 간부들이 이를 많이 찾는다고 설명했습니다.
김광진 연구원:
아스피린이 좋다고 소문이 많이 났어요. 피를 맑게 하고 피 순환에 도움이 되고 뇌 혈전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간부들이 많이 찾습니다. 미국 산 아스피린이라고 하면 더 좋다고 생각을 하죠.
또 북한에서는 텔레비전을 통해 ‘아스피린’의 효능을 설명하고 사용을 권장하는가 하면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고 김일성 전 주석이 ‘아스피린’을 처방받지 않은 데 대해 아쉬워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의 간부들이나 부유층은 ‘아스피린’ 외에도 특정 질병에 관한 외국산 약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간’과 관련된 질병에 인도에서 만든 ‘히말라야 liv.52'는 북한 간부들이 매우 좋아하는 약입니다. 또, 뇌 혈전에는 러시아에 들여온 ‘사향’, 각종 위 질환에는 ‘잔탁(잔땅크)’을 사서 복용한다는 설명입니다. 물론 러시아산 ‘웅담(곰열)’도 간부들에게 인기입니다.
간부들에게 잘 알려진 이같은 의약품은 북한에서 쉽게 구할 수 없기 때문에 외부에서 찾게 되고 가끔 외국으로 출장을 갈 때마다 이를 구매하거나 부탁을 많이 하게 된다고 김 연구원은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아스피린’을 비롯해 외국의 특정 약을 선호하고 들여가는 풍토는 질병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처방을 받기 어려운 북한의 무너진 의료체계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김광진 연구원:
고혈압에는 ‘아스피린’, 간에는 ‘liv.52’, 위에는 ‘잔땅크’, 그런 식으로 대표약이 있습니다. 기회가 있을 때 그런 대표약을 많은 사가는 거죠. 북한의 의료 시스템이 붕괴되고 치료를 못 해주기 때문에 자체의 진단과 자체의 치료에 의존한다는 건데 자기 병에 맞는 처방을 받지 못하고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가장 잘 알려진 약을 찾을 수밖에 없다는 거죠.
북한 간부들은 영양 섭취가 좋지만 배가 나오고 풍채가 좋아야 품위가 있어 보인다는 생각에 좀처럼 운동을 하지 않고 관리가 부족해 적지 않은 간부가 비만은 물론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등 각종 성인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북한의 후계자로 공식화된 김정은은 최근 간부들에게 업간체조를 지시하며 건강관리를 당부했다는 소식도 전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