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들, 집전화 이용 정보교환 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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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으로 해를 가릴 수는 없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역시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지 못하나 봅니다. 북한 당국이 아무리 외부 정보를 통제해도 주민들은 정보공유 시대로 성큼 다가서고 있습니다. 놀랍게도 그 1등공신은 집 전화라 하는데요.

서울에서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지방 사람들을 촌놈이라고 깔보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지금은 평양에서 방구 뀐 소리도 금방 지방까지 들려온다” 최근 북한 함경북도 청진시에서 대학생활을 하는 김모씨는 ‘자유아시아방송’과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평양을 거점으로 하던 정보 중심이 지방과 국경지역으로 다변화되면서 평양시 대학생들과 지방대학생들 간의 정보격차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김씨는 “평양 사람들은 중요한 국내정보들을 많이 가지고 있지만 국외정보에는 빠르지 못하다”면서 “외국 정보가 가장 빠른 지역은 라진-선봉지구를 비롯한 국경지역”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지금은 옛날과 달라 평양시 대학생들과 지방 대학생들 간의 정보 교환이 활발하다”면서 “모를 것들이 있으면 즉시로 전화를 걸어 물어본다”고 말해 집전화를 통해 주민들이 다양한 정보에 접근하고 있음을 전했습니다.

“집전화로 아무런 논의나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김씨는 “김정일이나 정부(북한당국)를 대놓고 욕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웬만한 말은 할 수 있다”며 “우리는 평양시 대학생들을 통해 간부들의 해임철직이나 그와 관련된 내막들을 알아내고 대신 평양시 대학생들은 우리를 통해 중국 사람들의 생활형편이나 최근 남조선(한국) 정세 같은 것들을 자주 물어 본다”고 대답했습니다.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시에 살고 있는 주민 강모씨도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집전화를 놓으면서 평양과 다른 지방의 물가를 매일 알아볼 수 있어 장사도 훨씬 편해졌다”며 “시내 중심구역은 30%이상의 가정들에 집전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그는 “전화를 설치하는데 돈이 많이 들지 실제 사용하는데는 돈이 많이 들지 않는다”며 “체신소까지 거리에 따라 집전화를 설치하는데 (북한돈) 10만원부터 15만원정도가 든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전화설치비가 이렇게 많이 드는 것은 전화선을 늘이는 돈을 모두 본인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전화비는 보통 한달에 2천원정도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강씨에 의하면 북한 주민들이 사용하는 집전화기들은 대개 중국산들인데 당국은 전화기를 설치할 때 노래소리가 나오는 수신벨 장치를 모두 고정시켜 일반 벨소리밖에 울릴 수 없게 만든다고 합니다. 이는 “자본주의 이색적인 노래들을 주민들이 들으면 안 된다는 이유 때문”이라고 강씨는 전했습니다.

그는 “아직 지방에는 손전화(휴대폰)가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집전화로 모든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밖에 없다”며 “집전화를 설치하는데 부담이 들긴 해도 외지소식들을 제때에 알 수 있기 때문에 가정생활에는 필수”라고 말해 북한 주민들의 정보수효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음을 증언했습니다.

한편 북한에 한창 보급중인 컴퓨터는 ‘정보수단’으로써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에 대해 청진시 대학생 김씨는 “아직 컴퓨터가 많지 않은데다 검열이 너무 심해 사람들이 컴퓨터로 정보를 주고받으려 하지 않는다”면서 “개인들의 경우 컴퓨터는 보유할 수 있어도 프린터는 보유할 수 없다”고 강조해 컴퓨터에 대한 단속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김씨는 “개인 전화들을 아무리 감시한다 해도 그 모든 전화기들을 일일이 감시한다는 것은 어림도 없는 일”이라며 “특별히 당국의 눈에 나지 않는 이상 도청당할 우려는 없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