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 Q/A]

다음달 8일 북한을 방문하는 미국의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북미 양자회담에서 북핵 문제의 돌파구를 마련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이 회담은 미국과 북한이 북핵 문제를 놓고 직접 대화를 함으로써 북핵 문제와 6자회담의 진로를 알게 해주는 자리라는 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허형석 기자와 함께 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겠습니다.

앵커:

미국과 북한이 그동안 어떤 과정을 거쳐 보즈워스 특별대표의 방북을 계기로 양자회담을 시작하게 되나요?


기자:

미국과 북한은 양자회담을 성사하기까지 상당한 신경전을 벌였습니다. 북한은 미국에서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하고 나서 북핵 해결에 은근한 기대감을 표시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가 이렇다할 반응을 하지 않자 6자회담의 종식을 선언한 뒤 장거리 로켓 발사, 미사일 발사, 핵 실험 등 일련의 강공책을 구사했습니다. 반면 미국은 이 같은 기습을 당하고 나서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 제1874호를 끌어내는 한편 독자적인 금융 제재로 맞섰습니다. 북한은 이후 전략을 바꿔서 유화책을 병행하며 거부했던 보즈워스 특별대표의 방북을 요청했습니다. 미국은 약속 뒤집기를 거듭하는 북한의 전략에 말리지 않겠다며 이에 충분히 뜸을 들였습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젠 대화를 더 미룰 수 없는 상황을 맞아 8일 서울에서 보즈워스 특별대표의 방북을 발표하고 양자대화의 개시를 알렸습니다.


앵커:

미국이나 북한이 모두 신경전을 벌이면서 이처럼 어렵게 마련한 양자회담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까?

기자:

우선 두 가지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 회담은 미국과 북한이 도발과 제재라는 평행선을 달려오면서 벌였던 신경전에서 벗어나서 오마바 행정부의 출범 이후 처음으로 고위급 당사자 의 수준에서 북핵 문제를 논의한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미국은 이번에 세 번째로 대북특사를 평양에 보냅니다. 1999년에는 윌리엄 페리 대북정책 조정관, 2002년에는 제임스 켈리 국무부 차관보가 있었습니다. 또 이 회담은 북한 핵 문제를 논의해 오던 기존의 6자회담이 존속하는지 또는 다른 협상으로 대체되는지를 가늠하는 자리라고 하는 데도 의미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앵커:

오바마 대통령은 보즈워스 특별대표의 방북을 아시아 순방의 마지막 기착지인 서울에서 19일 발표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무슨 이유로 이런 발표를 서울에서 했나요?


기자:

오바마 대통령은 북핵과 관련한 한국과 미국의 공조를 확인시켜 주는 한편 한국의 입지와 역할을 존중하는 의미로 이를 서울에서 발표했다고 보입니다. 또 이명박 대통령이 제안한 북핵 일괄타결 방안인 ‘그랜드 바겐’을 지지한다는 뜻을 우회적으로도 표현하고 싶은 의사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북핵의 직접 당사자는 궁극적으로 한국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도 갖고 있어 발표 장소를 서울로 선택했다고 봅니다. 미국은 이런 발표를 서울에서 함으로써 향후 북핵과 관련해 한국의 입장을 중시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나타냈다고 풀이됩니다.

앵커:

보즈워스 특별대표는 켈리 전 국무부 차관보에 이어 7년만에 미국 대통령 특사로 북한을 방문합니다. 두 사람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입니까?

기자:

공통점은 미북 관계가 아주 나빠진 방문 시점입니다. 켈리 전 차관보는 2002년 조지 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악의 축’으로 지목함으로써 관계가 아주 좋지 않은 때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보즈워스 특별대표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 주도의 강력한 대북 제재가 발효해 북한이 고통을 느낄 때 방북합니다. 차이점은 국제 환경의 변화입니다. 켈리 전 차관보는 남북 관계나 북일 관계가 그런대로 좋을 때 방문하는 시점을 잡았습니다. 반면 보즈워스 특별대표는 남북 관계, 미북 관계가 그리 좋지 않고 특히 북한이 아주 고립한 상태에서 방북합니다. 이밖에도 켈리 전 차관보는 미국 제의로 방북한 반면 보즈워스 특별대표는 북한 제의로 평양에 갑니다.


앵커:

미국과 북한은 각각 어떤 전략과 입장을 갖고 이번 회담에 나오고 있나요?


기자:

이미 말씀을 드린 대로 미국은 양자회담을 앞두고서 이것이 협상이 아니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북한이 6자회담으로 복귀하도록 설득하는 자리라는 이야기입니다. 미국은 이번 회담을 6자회담 복귀에 관한 약속을 받아내고 9.19 공동성명의 이행을 재다짐하는 자리로 삼으려고 합니다. 반면에 북한은 북핵 문제의 본질이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에 있다는 논리를 펴며 이 자리를 이용하여 북핵 문제를 비롯한 북미 관계의 정상화, 정전협정의 폐기, 핵 보유국 인정 등 양국 간 현안을 해결하는 자리로 삼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습니다. 북한이 “조미대화의 결과를 봐가며 6자회담을 열 수 있다”고 말했던 배경에는 기존의 6자회담보다는 양자회담을 중시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양측이 이런 전략과 입장을 그대로 견지한다면 회담은 성과 없이 끝날 수도 있습니다.


앵커:

이번 북미 양자회담에 북측 대표로 미국의 보즈워스 특별대표를 상대할 것으로 보이는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은 어떤 인물입니까?


기자:

강 제1 부상은 이전에 설명을 드렸던 대로 ‘북한 외교의 실세’입니다. 20년 동안 막전과 막후에서 북핵 문제를 다루어 미국의 협상 전략을 훤히 꿰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과 협상해 1994년 제네바합의를 이끌어냄으로써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각별한 신임을 받습니다. 북한은 원래 김계관 외무성 부상을 상대역으로 내정했다가 미국이 더 고위급 대표를 요구하는 바람에 강 제1 부상을 협상 대표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강 제 1 부상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올해 8월 김정일 위원장과 면담할 때를 비롯하여 김 위원장과 주요 인사의 면담마다 배석할 정도로 김 위원장의 의중을 잘 헤아리는 최측근입니다.


앵커:

미국 대통령의 특사인 보즈워스 특별대표가 북한을 방문합니다. 김 위원장은 특별대표를 만날까요 만나지 않을까요?


기자:

대북 전문가들의 견해는 갈립니다. 김 위원장이 그를 만나지 않는다는 이유를 보겠습니다. 보즈워스 특별대표가 김정일 위원장과 만났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또는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보다는 격이 떨어지며 대북 관계 개선보다는 압박의 임무를 띤다는 점입니다. 반면 김 위원장이 북미 관계 개선의 강력한 의지를 보이려고 ‘깜짝 쇼’로 미국 대통령의 특사를 면담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김 위원장은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 방문을 발표할 정도의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잘 활용할 가능성도 충분히 갖고 있습니다.

앵커:

네, 지금까지 보즈워스 특별대표의 북한 방문과 관련한 이모저모를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