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재완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과 북한의 관계 개선은 북한의 국제 안보환경의 개선을 가져오지만, 남북관계가 경색되어 있는 한 단기간 내에 경제 회생은 어려우며, 대신 상대적으로 북한내 군부를 비롯한 강력기관의 지위를 하락시키고 내각 등 기타 기관의 지위를 상승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챠오위즈(Yuxhi QIAO) 베이징대 조선경제연구실 주임은 11일 아시아재단과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가 공동으로 주최한 '북한경제의 현황평가 및 향후전망'이라는 국제 세미나에서 중국측 발표자로 나서 "북한 지도층에서는 그동안 경제난의 원인을 미국의 경제봉쇄 정책으로 돌려왔으나, 한국을 비롯한 외부 자본이 계속 투입되지 않는 한 경제를 발전시킬만한 별다른 좋은 방도가 없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이때문에 국제안보 환경이 좋아지면 북한지도층에서는 경제상황을 호전시켜야 하는 내각의 압력을 받게 될 것이며, 이로 인해 경제정책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챠오위즈 교수는 설명했습니다.
챠오위즈: 정부가 지배하는 자원총량이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내부로부터는 변화에 대한 기대가 크고 최고지도층은 이미 경제강성대국 실현을 목표로 제시해왔고, 그러면 거의 한가지 가능성은 기존에 있는 비공식제도를 제도화시켜서 말하자면 개혁이라는.. 물론 북한식 개혁이겠지만. 개혁이나 개방을 함으로써 외부자본 유입을 증가시키고, 그 증가 다시 정부가 지배하는 자원총량을 기반으로 해서 내부의 안정을 기해야 하지 않겠느냐.
챠오위즈 교수는 북한이 국제안보 환경을 개선한 예를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과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 그리고 북한의 조명록 차수의 워싱턴 방문을 제시했으며, 이런 국제안보 환경 개선이 내각기관 등의 지위를 상승시키면서 2002년 7.1경제관리 개선조치와 같은 경제정책 변화가 나타났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한국측 발표자로 나선 이영훈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7.1경제관리 개선조치 이후에도 당과 군의 특권기관들은 내각의 간섭과 통제 밖에서 독자적인 자금관리와 경제운영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영훈: 과거에는 김정일 밑에 내각이 있어 조선무역은행을 통해 외화를 관리하면서 통일적으로 자원을 배분해 왔으나, 이제는 이들 특권기관들이 자원을 독자적으로 관리, 배분하고 있습니다. 이로써 내각은 실권이 없어진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는 외화벌이의 주요 수단을 장악하고 있는 당과 군 특권기관들이 자금이 부족한 내각을 대신해 내각 소속 기업들을 임가공 방식으로 관리 운영하거나 자신들 소속의 기업을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는 게 이영훈 연구위원의 설명입니다.
이영훈 연구위원은 특히 이런 특권 기관들은 일반 기업소에 대해 자금과 물자를 제공해 생산한 후 제품을 수출해 그 수입의 일부를 기업소에 제공한다면서 과거 내각이 수행하던 역할을 특권기관들이 대행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최근 북한에서는 간부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자료에서 관리들의 부패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면서 협동농장을 그 실례로 제시했습니다.
과거에는 양정총국이 군량미를 수매해서 인민무력부 후방총국으로 전달했으나, 최근에는 내각에서 농업생산에 필요한 비료나 경유 등 영농자재를 보장하지 못하게 됐다면서 지금은 군대를 포함한 각 특권기관들이 영농자재를 제공하는 대신 그 대가로 곡물을 가져간다고 이영훈 연구위원은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