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권력의 3대 세습을 놓고 요즘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내외의 대북 관측통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3남을 후계자로 내정했는지에 엇갈린 주장을 내놓고 있고 그의 진짜 이름을 놓고도 여러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에 관한 자세한 내용을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 보겠습니다.
앵커
: 허형석 기자, 자유아시아방송(RFA)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인 김정운(김정은) 씨가 후계자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는 이야기를 전해드린 지가 엊그제지요. 그런데 내정 여부에 관해 엇갈린 주장이 벌써 나온다는데 두 가지 주장은 각각 무슨 내용입니까?
허형석
: 첫 번째 주장은 북한이 한국과 미국에 유화정책을 구사하는 시기와 거의 때를 같이 해 후계 논의를 중단했다는 이야기입니다. 북한이 논의를 중단했다고 추정할 만한 여러 근거가 나오고 있습니다. 두 번째 주장은 후계 논의를 중단하지는 않고 대내외적 여건의 변화로 이를 내부적으로 은밀하게 진행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두 가지 주장이 후계자 논의가 이전보다 빈도수가 줄어 가속도를 받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는 일치하지만 논의의 중단 여부에 관해서는 서로 다른 견해입니다.
앵커
: 그렇다면 일각에서 주장하는 후계자 논의의 중단은 어떤 배경에서 나왔다고 보입니까?
허형석
: 크게 세 가지 이유를 꼽을 수 있습니다. 우선 김정일 위원장이 건강을 회복해 이런 상황에서 후계자 문제를 논의해 권력누수 현상을 일부러 맞을 필요는 없다는 이유가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4월 9일 제12기 최고인민회의 전체회의에서 건강하지 않은 모습을 나타냈다가 최근에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을 접견하고 대외 활동을 왕성히 하는 등 비교적 건강한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3남 김정운 씨를 내세운 ‘150일 전투’의 성과가 예상보다 좋지 않은 점도 이유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밖에 올해 1월 후계자로 지명됐다고 알려진 3남이 무리하게 인사에 관여하는 바람에 김 위원장이 후계 논의를 중단했다는 이유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10일 일본 교도(共同)통신과 회견하며 후계 내정설을 부인해 후계 논의의 중단이 힘을 받고 있는데 이 발언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나요?
허형석
: 두 가지 측면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 상임위원장이 명목상 국가원수이자 권력 서열의 2인자라는 점에서 그의 발언을 일단 주목할 필요는 있습니다. 북한과 같이 일당독재를 하는 국가에서 김영남 위원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의중을 그대로 전달했다고 보입니다. 반면 일인독재 체제라는 같은 맥락에서 김영남 위원장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은 순진하다고 한국 세종연구소의 정성장 수석연구위원은 말합니다. 김영남 위원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제기된 직후에도 교토통신과 회견하며 건강에 문제가 없다고 말해 이번 발언의 신빙도는 떨어지는 편입니다.
앵커
: 다른 일각에서 주장하는 후계 작업의 지속은 무엇을 배경으로 삼고 있습니까?
허형석
: 두 가지 사례가 이를 잘 대변하고 있습니다. 우선 8일자 일본 마이니치(每日)신문의 보도 내용입니다. 신문 보도를 보면 북한은 3남 김정운 씨를 신성화하고 후계 구도를 확립하기 위해 인민무력부와 국가안전보위부 등 체제를 지키는 부서에서 이를 위한 ‘교재’를 사용하게 했다는 것입니다. 마이니치신문은 후계 체제와 관련한 이야기는 많았지만 ‘존경하는 김정운 대장동지의 위대성 교양자료’를 비롯해 이를 뒷받침하는 문서가 나오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습니다. 이밖에도 북한은 3남의 실명을 거론하며 그의 자질과 능력을 북한 주민에게 적극 알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국의 연합뉴스 보도를 보면 북한은 가정에 설치된 유선 라디오 방송인 ‘제3방송’으로 지난 7월께부터 이런 방송을 내보내고 있습니다.
앵커
: 후계자 작업의 중단이 사실이라면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회복이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히는데 이를 실증하는 사례는 무엇이 있습니까?
허형석
: 김정일 위원장의 왕성한 현지지도를 우선적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한국 통일부 발표를 보면 김 위원장은 9월 3일로 100회의 현지지도를 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9월 3일까지 공개 활동이 74회였던 점에 비추어 약 1.4배 정도 증가했습니다. 또 김 위원장의 건강 회복은 그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현정은 한국 현대그룹 회장을 비교적 오랜 시간 접견한 데서도 잘 드러났습니다. 앞서 7월 22일 한국의 세계일보는 북한을 방문했던 대북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김 위원장의 건강이 생각보다 더 좋다고 전한 바도 있습니다.
앵커
: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나 여러 사례를 종합하면 북한은 후계 논의를 일단 중단했다고 봐야 합니까?
허형석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로동신문을 보면 어느 정도 이 이야기가 맞다고 할 수 있습니다. 7월 6일자 신문을 보면 김 위원장이 평안북도 대계도의 간척지를 방문해 노동자들과 함께 찍은 조작된 사진이 나옵니다. 거기엔 ‘우리 장군님과 끝까지 뜻을 같이하자!’는 말이 나옵니다. 로동신문이 이 같은 사진을 게재한 이유는 김 위원장을 중심으로 다시 뭉치자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데 있다고 보입니다. 반면 후계 문제의 논의가 대외적으로 부담이 돼 북한이 이를 조용히 진행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북한이 대남, 대미 평화공세를 통해 2012년 강성대국을 달성하려고 방향을 급선회한 만큼 후계자 논의가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판단을 내렸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현시점에서는 논의 중단까지는 말하기가 어렵더라도 논의의 활성화가 아닌 점만은 확실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 마지막으로 김정운 씨의 이름이 무려 세 가지로 나와 이를 둘러싼 혼란도 있는데 왜 이런 혼란이 나왔습니까?
허형석
: 한마디로 북한 사회의 폐쇄성 때문입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이런 일이 있을 수 없습니다. 김정운 씨의 이름은 현재 김정운을 비롯해 김정은, 김정훈까지 세 가지로 나오고 있습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이 8일 중국에서 입수한 자료를 토대로 삼아 그 문서에 이름이 ‘김정은’으로 나와 김정운이 실제 이름이 아닐 수도 있다고 지적하면서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일각에서는 김정운 씨가 최근 개명을 했다는 이야기까지 내놓고 있습니다. 한국 정보당국은 그의 이름을 ‘김정은’으로 판단하면서도 정확한 답을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앵커
: 네,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북한의 후계자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김정운 씨에 관한 이런 저런 의문에 관해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