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터지나...” 북 권력층 불안에 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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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연평도 도발로 한반도에는 연일 긴장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한국 국민들은 이번 사태를 크게 우려하고 있지만 불안하기는 북한 주민들도 마찬가지라는 소식입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최근 친지 방문차 중국에 온 평양 주민 오 모 씨는 “툭하면 전쟁이 난다고 주민들을 못살게 들볶는 당국자들 때문에 많은 주민들이 ‘진짜로 전쟁이 나려면 이번에 아예 전쟁이 나면 좋겠다’며 북한당국의 전쟁놀음에 진저리를 치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말은 하루를 먹고 살기 힘든 극심한 생활고 때문에 자포자기식 심정에서 나온 불만 섞인 얘기지 전쟁에서 북한군이 승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고 오 씨는 덧붙였습니다.

오 씨는 북한에서 전쟁을 정말 두려워하는 계층은 권력과 부를 축적해 호의호식하는 당과 고위간부층이라고 말합니다. 이들은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 잃을 것도 없는 일반주민들과 달리 전쟁으로 안락한 생활과 생명을 잃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에서 살다가 중국에 정착한 북한 출신 화교 장 모 씨의 말도 같습니다. 잃을 것, 지켜야 할 것이 많은 계층은 벌써부터 걱정이 많다는 것입니다.

장 씨는 특히 주민들의 피땀을 쥐어짜며 원성을 사온 보위부나 보안부, 보위사령부 의 고위간부들이 전쟁이 터지면 맨 먼저 제 살길을 찾아 도망칠 계층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내부 소식에 밝은 북한 출신 화교 진 모 씨는 전쟁이 발발하면 일차적으로 정치범 수용소, 노동교화소 등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과 그들의 가족들이 제거대상 1호가 될 것으로 우려했습니다. 이들은 내부의 적대 세력으로 간주되고 있어 전쟁개시 즉시 재판 절차도 없이 처형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얘깁니다.

진 씨는 특히 외부세계 소식이나 정세를 좀 읽는다는 북한 주민들은 이번 북한군의 도발 이유를 “3대 권력 세습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을 밖으로 돌리기 위한 내부 체재 단속용”으로 본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이런 분석이 맞는다면 북한이 전면전을 각오한 것은 아닐 것이기 때문에 현 상황을 이대로 종료하고 남한의 도발에 대해 큰 승리를 거두었다고 주민들을 향해 대대적으로 선전하면서 그 공을 김정은의 업적으로 돌리게 될 것이라는 얘깁니다.

진 씨는 또 “김정일 정권은 미군과 남한 군을 상대로 한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북한이 핵보유국이 되는 날, 남한과 미국도 어쩌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을 하고 있다는 북한 내 간부 계층의 주장도 전했습니다. 진 씨는 “도발을 주도하고 있는 북한 고위간부들은 도발을 감행해도 막상 전쟁이 나면 잃을게 너무 많은 남한이 전면전으로 확대시키지는 못할 것이라는 점도 계산하고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진 씨는 그러나 “건강이 좋지 않은 김정일이 사망하고 나면 권력승계와 내부단속에 전념해야 하는 북한 당국이 남한을 상대로 도발을 계속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나름대로 전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