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 기자회 “김정일 최악 언론 약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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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세계언론자유의 날을 맞아 국경없는 기자회가 제작한 포스터. (사진-국경없는 기자회)

MC: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세계에서 언론을 심각하게 탄압하는 지도자 명단에 올랐습니다. 이수경 기자가 전합니다.

프랑스에 본부를 둔 국제언론감시 단체인 ‘국경없는 기자회(RSF)’는 3일 유엔이 정한 ‘세계언론자유의 날’을 맞아 김정일을 포함한 40명의 지도자를 2010년 세계 최악의 ‘언론의 약탈자들(Predators of Press Freedom)’로 선정하고 명단을 발표했습니다.

이 명단에는 김 위원장 외에도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과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등도 포함됐습니다. 또한 탈레반 지도자 물라 오마르와 람잔 카디로프 체첸 대통령, 알리 압둘라 살레 예멘 대통령 등이 올해 새롭게 '약탈자' 명단에 추가됐습니다.

국경없는 기자회의 길스 로데트(Gills Lordet) 편집인은 3일 자유아시아방송과 한 전화통화에서 이 명단에 오른 지도자나 조직때문에 지난해 언론인들의 살해와 투옥 등 피해가 잇따랐다고 말하고, 40명의 약탈자들 중에서도 김 위원장이 최악이라고 밝혔습니다.

Gills Lordet: 명단에 오른 40명의 순위를 매긴다면 김정일 위원장은 최악입니다. 북한에는 언론의 자유가 전혀 없습니다. 북한에서는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정보와 뉴스를 주민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도 없기 때문입니다.

로데트 편집인은 북한은 언론 통제를 목적으로 북한의 모든 언론사와 기자들을 국가에 소속하게 만들었다며 김 위원장은 언론을 독재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국경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이날 보도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관영 언론은 줄곧 김일성과 김정일 부자를 숭배해 왔습니다. 특히 편집증적이고 호화로운 생활을 즐기는 김 위원장은 북한의 언론에 대해 1990년대 기아로 수많은 주민들이 굶어죽었던 사실에 대한 언급을 금지했습니다. 대신 북한의 방송은 매일 김 위원장의 활동에 대한 보도로 하루의 뉴스를 시작하고 신문의 1면도 언제나 김 위원장의 이야기로 채워진다고 기자회는 비꼬았습니다.

김 위원장은 또 2008년 중국에서 유입되는 모든 외국의 비디오와 잡지, 전화기와 컴퓨터, 그리고 CD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라는 지시를 내렸으며 당국의 허가없이 손전화를 사용하던 몇몇 북한 주민이 처형당하기도 했다고 기자회는 전했습니다. 기자회는 또 북한 당국은 적어도 15만 명이 수용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강제 수용소를 운영하고 있는데 그곳에 수감된 주민들 가운데는 단지 외국의 라디오 방송을 청취했다는 이유로 보내진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기자회는 특히 김 위원장이 북한 주민들을 청취 대상으로 운영하는 외국의 라디오나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들의 라디오 방송에 대한 강박관념이 있다고 말하고, 이들 라디오 방송을 듣는 주민들을 색출하는 한편, 관영 언론을 통해 이들 방송을 자주 협박하기도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국경없는 기자회는 2010 ‘언론의 약탈자들’의 선정과 관련한 새로운 공익 광고에서 김정일 위원장을 포함한 3명의 약탈자를 광고의 주인공으로 내세웠다고 밝혔습니다.

국경없는 기자회가 3일 웹사이트에 공개한 김 위원장을 주인공으로 제작한 포스터 광고에는 김정일의 얼굴이 알아보기 힘들정도로 구겨진 사진과 함께 '언론의 자유만이 그들을 손상할 수 있다. 우리의 싸움을 지지해 달라'(Only a free press can hurt them. Support our fight)는 문구가 새겨져 있습니다.

김 위원장과 함께 국경없는 기자회의 새 광고에 등장한 인물은 이란의 아마디네자드 대통령과 리비아의 카다피 대통령으로 모두 독재정치를 통해 언론의 자유를 위협하는 상징적인 인물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