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정권 존속에 관한 부정적 전망 Q/A

북한 정권의 존속에 관해 부정적인 전망이 요즘 자주 나옵니다. 북한을 어느 각도에서 보는지에 따라 이와는 반대의 전망도 나올 수는 있습니다. 그렇지만 한국 내외의 대다수 관측통은 보편적 시각에 근거해서 김정일 정권의 체제 유지에 아주 비관적 평가를 내놓습니다. 이에 관한 자세한 내용을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먼저 김정일 정권의 체제 유지를 비관적으로 보는 사례를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기자: 여러 가지 가운데 두 가지가 눈에 띄었습니다. 우선 콜린 파월 전 미국 국무장관의 평가가 있습니다. 파월 전 장관은 5월 13일 서울에서 통일부 주최로 열린 '한반도 비전 포럼'이라는 세미나에 참석해서 "북한은 지난 60년간 고립과 독재, 빈곤 외에 보여준 게 없다"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역사의 평가를 피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북한이 역사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고 말해 북한의 변화를 전망했습니다. 스위스 연방의회 울리히 슐리에 의원도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았습니다. 슐리에 의원은 4월 다른 의원 4명과 함께 남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와서 일간지 '블리크'와 한 회견에서 "북한 주민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으며 북한 경제가 한계 상황에 다다랐다"고 말해 북한 체제의 존속에 비관적인 전망을 나타냈습니다.

앵커: 북한의 김정일 정권이 말기적 증세를 보인다는 이야기는 언론 보도로도 나갔습니다. 어떤 내용이었는지 소개해 주시지요?

기자: 한국의 KBS 텔레비전과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 보도 등이 있습니다. KBS는 5월 16일 오후 8시 특집 프로에서 북한 주민을 회견한 내용을 방영했습니다. 제작진은 "주민의 민심 이반이 심각했다"며 "이들이 최고 지도부에다 거침 없는 불만을 쏟아냈다"고 전했습니다. 어느 주민은 "빨리 죽어야 된다, 장군님. 죽고 경제 밝은 사람 올려놔서 인민들 배부르게 해야 된다 그거지 뭐"라고 말했습니다. 다른 주민은 "김정은이가 추대됐다니까, 막 거저 살아갈 일이 아찔합니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5월4일 RFA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현지 주민의 소요를 예상하고 무장 병력을 배치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례로 5월 초 인민보안부의 비상타격대 1천5백 명이 혜산시에 들어왔습니다. 사정은 청진, 함흥, 남포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같은 북한 당국의 조치는 2-3중의 통제 기구나 철저한 상호 감시만으로도 주민의 동요를 막아낼 수 없다는 불안감에서 나왔다고 보입니다. '고난의 행군' 때도 이런 조치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앵커: 현재 국제 사회에서는 북한이 붕괴할 경우를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어떤 내용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까?

기자: 5월6일에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보니 글레이저 선임연구원과 아시아재단 한미정책연구센터의 스콧 스나이더 소장이 내놓은 견해가 있습니다. 이들은 한국, 미국, 중국이 북한의 불안정 사태를 맞아 외국군 개입이 필요한 상황을 논의해야 하며 어느 국가든 북한에다 군대를 파견하기 전에 국제적 조율을 해야한다는 점에 합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4월 7일 나온 미국 헤리티지재단의 보고서가 있습니다. 이 보고서는 더 나아가 북한의 급변 사태를 맞아 핵무기를 통제하기 위해서 북한에 진주한 미군과 중국군, 한국군과 중국군이 충돌하는 사태를 최악의 시나리오로 상정(想定)했습니다.

앵커: 북한의 붕괴와 관련한 이야기가 이처럼 자주 나오는 이유는 어디에 있습니까?

기자: 북한 외부의 시각으로는 북한이 한계 상황에 다다랐기 때문입니다.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이에 대비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현재 북한은 시대 조류에 맞지 않는 계획경제와 이에 따른 황폐한 산업, 불충분한 농업 기반, 영양 부족 상태의 군대와 주민, 무리한 핵무기의 개발, 갑작스러운 지도부의 교체 등에 직면해 있습니다. 객관적인 지표로 봐서 북한 체제가 더 오래간다고 전망할 수가 없습니다. 여기에다 내부적으론 경제난과 화폐 개혁의 실패에서 오는 인민의 저항, 외부적으로는 핵실험에 따른 유엔의 제재로 북한 정권의 앞날은 산 넘어 산입니다. 인권 상황과 언론 자유의 상황은 세계에서 가장 나쁩니다. 경제적으로도 세계 최빈국의 대열에 속해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제 사회가 북한의 붕괴 가능성을 과소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기준에서 볼 때 인민의 인권과 복지를 외면하고서 일인독재를 실시하는 북한은 더 존재할 수가 없는 나라입니다. 북한의 존립은 사실상 불가사의(不可思議)입니다.

앵커: 국제 전문가들은 북한이 붕괴한 이후의 한반도에 관해 의견을 제시한 적이 있나요?

기자: 미국기업연구소(AEI)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선임연구원의 견해가 있습니다. 에버스타트 선임연구원은 5월 2일자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기고한 글에서 정치 지도자들이 인식해야 할 항목으로서 한국 주도의 한반도 통일이 궁극적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한국이 민주적이고 시장지향적이라는 사실을 그 이유로 들었습니다. 에버스타트 선임연구원은 독일의 사례처럼 한반도 통일이 언제 어떻게 올지 아무도 모른다면서 정책 담당자들은 철처한 대비를 해야한다고 충고했습니다. 4월 8-9일 서울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에 참가한 어느 중국 학자는 남북한 통일의 가능성이 지난 60년 그 어느 때보다 높다고 진단했습니다. 또한 미국의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에 있는 마커스 놀랜드 선임연구원은 '김정일 이후의 한국 (KOREA After Kim Jong il)'이라는 저서에서 한국은 북한 붕괴를 대비해 경제 체질을 강화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가 있습니다. 놀랜드 연구원도 갑작스러운 붕괴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충고했습니다.

앵커: 그러나 전 노동당 비서였던 황장엽 씨는 북한에서 급변 사태가 일어난다는 주장은 현실과 가깝지 않은 분석이라며 붕괴 가능성을 낮게 봤습니다. 그 이유는 어디에 있습니까?

기자: 황 씨는 그 이유를 비대한 감시 세력에서 찾습니다. 현재 북한에서는 군대, 경찰, 적위대 등 독재를 뒷받침하는 이른바 감시 세력의 숫자가 일반 인민보다 많아서 김정일 정권을 반대할 만한 큰 세력이 없으며 그래서 북한 체제의 내부 분열을 기대할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황 씨를 포함한 탈북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외에도 2-3중의 철저한 상호 감시망이 펴진 데다 공포의 구조화가 만연해 주민이 스스로 항거할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북한 당국은 상호 감시와 공포 사회를 구축해서 급변 사태를 일으킬 싹을 사전에 제거하고 있습니다. 북한 정권은 현재 체제를 지속시키려고 현대판 쇄국정책을 실시해 인민을 '우물 안 개구리'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이 쇄국정책이 북한의 붕괴를 막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북한 인민이 북한의 실체를 알지 못해서 침묵하는 점도 붕괴를 지연하는 요인이 됩니다. 국제 사회는 객관적인 지표 이외에 북한 내의 이 같은 특수한 상황을 잘 모르기 때문에 붕괴 전망을 내놓을 수도 있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북한 정권의 존속에 관한 부정적인 견해를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