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초당적인 민간단체인 '국가 안보 체제를 개혁하기 위한 연구계획(
[ Project on National Security ReformOpens in new window ]
)’은 지난달 26일 미국 행정부와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국가 안보가 근본적으로 위험에 처했다’고 경고하면서 비효율적인 국가의 안보체계 탓에 막대한 대가를 치른, 실패한 사례 중 하나로 북한 핵문제를 들었습니다.
‘새로운 방어 구축(Forging a New Shield)’이란 제목의 이 보고서는 미국이 북한 핵문제를 다루는 데 실패(US policy failure on the North Korean nuclear issues)함으로써 미북 양자 간은 물론 동북아시아 지역 그리고 전 지구적 차원에서 그 대가를 치러야 할 처지에 놓였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보고서는 미국 의회가 2008 회계연도 국방 예산을 승인하면서 행정부가 국가 안보를 다뤄온 방식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요구한 데 따라 이뤄졌습니다.
보고서 작성에는 오바마 행정부의 첫 국가정보국(DNI) 국장으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데니스 블레어 전 미국 태평양군 사령관과 뉴트 깅그리치 전 연방 하원의장 등 22명의 초당적 인사들이 참여했습니다.
보고서는 먼저 북한의 핵 실험은 국방부가 유지해 온, 핵 무기를 용납하지 않는 정책(“no bomb” policy)과 국무부가 펴온, 핵 비확산 체제를 유지하려는 노력을 무용지물로 만들면서 미북 양자 간 협상의 출발점을 확 바꿔버렸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이어 미국의 이같은 정책 실패는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당장 어떤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일본과 한국 또는 타이완이 핵 억지력을 위해서 핵 개발에 나설 우려도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북한의 핵 문제는 미국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처한 군사적 곤경과 함께 미국의 국력에 대한 전 지구적인 인식(global perceptions of American power)을 바꾸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습니다. 보고서는 그 한 예로 ‘쇠락(decline)’, ‘무기력(impotent)’ 등의 용어가 학계에서 자주 통용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보고서는 특히 만약 북한이 시리아의 핵 개발을 도왔다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북한이 비확산 체제를 허물려는 의도를 명백히 드러낸 셈이라면서 장기적으로 미국이 직면하게 될 핵 위협과 핵 억제와 관련한 도전은 몇 배 더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보고서는 이 때문에 미국이 북한의 핵 확산과 관련해 진정으로 우려하는 점은 이란과 같은 다른 핵 개발 국가들에 북한의 핵 개발이 일종의 지침(how-to-guide) 역할을 하게 된다는 점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보고서는 지난 90년대 초 제1차 북한 핵 위기가 발생했을 당시 협상 대표였던 갈루치 전 국무부 차관보가 국무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그리고 국방부로부터 서로 모순되는 지시(conflicting instructions)를 받았던 사실을 언급하면서 “이는 미국 행정부 내의 각 부처가 안보 전략을 놓고 사전 조율을 하지 않는 바람에 서로 다툼을 벌이는 상황에까지 이른 한 예”라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