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해결 실패로 ‘쇠락하는 미국’ 인상 심어-의회 보고서

미국은 북한 핵문제를 다루는 데 실패했고 이는 미국의 힘이 쇠퇴하고 있다는 인상을 전세계에 심어 주고 있다고 미국 의회 보고서가 지적했습니다.

9월 21일 촬영한 북한 영변 핵시설 사진-왼쪽(화살표)에 지난 6월에 폭파된 냉각탑이 있었던 자리가 보인다
9월 21일 촬영한 북한 영변 핵시설 사진-왼쪽(화살표)에 지난 6월에 폭파된 냉각탑이 있었던 자리가 보인다 (PHOTO courtesy of Digital Globe)

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초당적인 민간단체인 '국가 안보 체제를 개혁하기 위한 연구계획(

Project on National Security ReformOpens in new window ]

)’은 지난달 26일 미국 행정부와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국가 안보가 근본적으로 위험에 처했다’고 경고하면서 비효율적인 국가의 안보체계 탓에 막대한 대가를 치른, 실패한 사례 중 하나로 북한 핵문제를 들었습니다.

‘새로운 방어 구축(Forging a New Shield)’이란 제목의 이 보고서는 미국이 북한 핵문제를 다루는 데 실패(US policy failure on the North Korean nuclear issues)함으로써 미북 양자 간은 물론 동북아시아 지역 그리고 전 지구적 차원에서 그 대가를 치러야 할 처지에 놓였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보고서는 미국 의회가 2008 회계연도 국방 예산을 승인하면서 행정부가 국가 안보를 다뤄온 방식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요구한 데 따라 이뤄졌습니다.

보고서 작성에는 오바마 행정부의 첫 국가정보국(DNI) 국장으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데니스 블레어 전 미국 태평양군 사령관과 뉴트 깅그리치 전 연방 하원의장 등 22명의 초당적 인사들이 참여했습니다.

보고서는 먼저 북한의 핵 실험은 국방부가 유지해 온, 핵 무기를 용납하지 않는 정책(“no bomb” policy)과 국무부가 펴온, 핵 비확산 체제를 유지하려는 노력을 무용지물로 만들면서 미북 양자 간 협상의 출발점을 확 바꿔버렸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이어 미국의 이같은 정책 실패는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당장 어떤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일본과 한국 또는 타이완이 핵 억지력을 위해서 핵 개발에 나설 우려도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북한의 핵 문제는 미국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처한 군사적 곤경과 함께 미국의 국력에 대한 전 지구적인 인식(global perceptions of American power)을 바꾸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습니다. 보고서는 그 한 예로 ‘쇠락(decline)’, ‘무기력(impotent)’ 등의 용어가 학계에서 자주 통용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보고서는 특히 만약 북한이 시리아의 핵 개발을 도왔다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북한이 비확산 체제를 허물려는 의도를 명백히 드러낸 셈이라면서 장기적으로 미국이 직면하게 될 핵 위협과 핵 억제와 관련한 도전은 몇 배 더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보고서는 이 때문에 미국이 북한의 핵 확산과 관련해 진정으로 우려하는 점은 이란과 같은 다른 핵 개발 국가들에 북한의 핵 개발이 일종의 지침(how-to-guide) 역할을 하게 된다는 점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보고서는 지난 90년대 초 제1차 북한 핵 위기가 발생했을 당시 협상 대표였던 갈루치 전 국무부 차관보가 국무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그리고 국방부로부터 서로 모순되는 지시(conflicting instructions)를 받았던 사실을 언급하면서 “이는 미국 행정부 내의 각 부처가 안보 전략을 놓고 사전 조율을 하지 않는 바람에 서로 다툼을 벌이는 상황에까지 이른 한 예”라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