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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평양 거리에 도시미화용 장미꽃이 등장했다고 하는데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로 장미심기 운동이 벌어져 평양 주민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합니다.
최민석 기자가 보도합니다.
최근 평양 거리에 장미꽃이 만발하다고 얼마 전 북한을 방문했던 한 중국인이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이름을 밝히길 원치 않는 이 중국인은 “과거에 비해 평양거리에 장미가 많아 볼만했는데, 일부 거리의 꽃들은 생화가 아니라 조화, 즉 가짜꽃이었다”고 방북 소감을 밝혔습니다.
관광객 신분으로 평양을 돌아본 그는 “현지 주민들이 장미꽃을 가꾸느라 고생을 많이 하더라”면서 평양에 장미꽃이 생겨나게 된 뒷담도 전했습니다.
이 중국인에 따르면 지난 5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베이징(북경) 거리에 심은 장미꽃을 보고 “장미꽃이 보기 좋다. 평양에도 심게 하라”고 지시를 내린 다음부터 본격적으로 조성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중앙에서는 각 인민반들에 ‘장군님 방침’이라며 장미꽃 화단을 맡겨주었고, 또 인민반에서는 집집마다 “장미꽃을 얻어오라”고 포치(지시)했다는 후문입니다.
아파트 꼭대기에서 생화를 얻을 수 없게 된 주민들이 세대 당 2천 원씩 모아 바치자, 인민반에서는 그 돈으로 가짜 장미꽃을 사서 심었다고 이 중국인은 말했습니다.
장미꽃이 부족해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방안까지 고려한다는 걸 봐서 평양에서 장미꽃 바람이 크게 분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장미꽃에 대한 사연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장미꽃을 얻기보다는 그 꽃밭을 유지하기가 더 힘들다고 이 중국인은 덧붙였습니다.
평양 전역에서 장미 심기가 벌어지다보니 남의 꽃을 뽑아가는 도난사고도 빈발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주민들은 자기 구간을 24시간 경비서야 하는데, 경비에 한번 빠지자고 해도 500원씩 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돈으로 장미꽃 경비원을 고용해 세운다는 게 그의 설명입니다.
중국인은 이 같은 평양의 모습을 전하면서 “인민들은 먹을 게 배를 곯는데, 화초나 가꾸라는 지도자의 지시가 이해되지 않는다”면서 “거기에 가짜 장미를 지키는 주민들의 모습은 코미디와 같았다”고 술회했습니다.
북한 중앙텔레비전도 얼마 전 평양거리에 갖가지 꽃들이 조성되었다고 소개했지만, 문제의 장미꽃에 대한 언급은 없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올해 3월 후계자 김정은을 대동하고, 평양 화초연구소를 시찰하고, “수도거리에 꽃을 많이 심어 인민들을 기쁘게 하라”고 지시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