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월드컵 해적방송, 선수 잠적설, 선수 처벌설 등 월드컵 기간에 북한을 둘러싼 오보와 추측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투명하지 못한 북한의 특수성과 모르는 대상에 대해 믿고 싶은 것만 받아들이는 일반적인 심리 현상이 이런 소문을 만들어 낸다는 지적입니다.
노정민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이 지난 12일 '2010 남아프리카 공화국 월드컵'의 개막전을 방송한 이후 곧바로 해적 방송의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한국 언론과 외신은 월드컵 중계권이 없는 북한이 무단으로 개막전을 방송했다고 단정적으로 보도했고 미국 국무부는 이를 두고 북한을 '범죄국가'로 지목하며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시아태평양방송연맹(ABU)이 아시아의 가난한 나라인 북한에 무상으로 월드컵 경기를 중계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밝혀져 '해적 방송' 논란은 오보임이 확인됐습니다.
또 월드컵 기간 중 북한 선수 4명이 잠적하고 심지어 망명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최근에는 포르투갈에 0-7로 대패한 북한 선수들이 고국으로 돌아가면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추측이 연일 언론에서 제기됐습니다.
이렇게 언론이나 일반 사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는 북한에 대한 부정적인 소문과 추측은 선입견을 품거나 정보가 충분하지 않아 잘 알지 못하는 대상에 관한 일반적인 심리적 특성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연세대학교 심리학과의 황상민 교수입니다.
황상민:
북한이라는 나라가 돈을 내고 월드컵을 제대로 중계할 리가 없다. 그래서 해적방송일 거다. 이렇게 판단하는 것은 미개의 국가, 잘 모르는 대상, 나쁜 대상에 대해서 사람들이 통념이나 선입견을 적용하는 일반적인 현상이에요. 누구나 북한에 대해서 선입견이 있거든요.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이 통념에 근거한 것인가 사실에 근거한 것인가, 아니면 우리가 믿고 싶은 것을 이야기하는가'는 상당히 불분명한 것이 많아요.
또 황 교수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무엇이 사실이냐에 근거하지 않고 각기 다른 방법으로 북한을 보고 있으며 사실을 확인하기보다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을 믿으려 하는 심리적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외교 전문지인 외교정책 포커스(Foreign Policy In Focus)의 존 페퍼 편집장은 북한이 보여주는 폐쇄성과 투명하지 못한 모습, 정보소통의 단절 등도 북한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John Feffer:
핵실험, 미사일 발사, 최근의 천안함 사건 등과 함께 정보가 없다는 것이 결합해 이런 추측이 많이 나온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은 접근도 매우 어렵고, 국제사회를 향한 의사소통도 전혀 없는 신비한 나라이기 때문에 흥미 있는 소재를 찾다 보니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페퍼 편집장은 북한을 쉽게 접할 수도 없고 또 실제로 북한이 부정적인 모습을 보여 왔기 때문에 많은 미국인도 북한에 대한 오해나 선입견을 품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습니다. 특히 포르투갈전에서 대패한 북한 선수들의 처벌 여부에 관심이 많지만 그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페퍼 편집장은 덧붙였습니다.
한편, 전문가들은 북한 사회를 일반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방식으로 이해하지 말고 차이를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며 특히 북한 당국과 주민을 분리해서 바라보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내부의 문제와 앞으로 변화를 예측하는 데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44년 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에 진출했지만 결국 3패로 마감한 북한 대표팀은 16강에 진출하지 못하고 귀국길에 오릅니다.
월드컵 본선 진출의 쾌거를 이뤘지만 범죄 국가와 비정상적인 팀으로 비친 북한이 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와 소통하고 투명성 있는 모습이 요구되며 인권 개선과 함께 핵, 미사일 위협과 같은 부정적인 행동도 중단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