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나온 미국의 대북 금융 제재안 Q/A

미국은 한국과 한 2+2 회담, 외교/국방장관 회담에서 천안함 사태의 후속 조치로 추가적인 금융 제재를 밝혀 관심을 끌었습니다. 천안함 사태를 계기로 북한에 대한 고삐를 더욱 확실히 쥐어야 한다는 판단이 이미 내려졌다고 보입니다. 미국은 한국과 대규모의 연합 훈련을 실시해 북한에 압박을 펼칠 예정인 가운데 다시 내놓을 금융 제재를 통해 북한이 천안함 사태를 일으킨 대가를 확실히 치르게 하겠다는 생각입니다. 이에 관한 내용을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21일 서울에서 한국의 외교/국방장관들과 회담을 마친 뒤 북한에 다시 금융 제재를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클린턴 장관이 밝힌 내용은 무엇입니까?

기자: 클린턴 장관은 미국이 취할 독자적 대북 제재의 방식, 대상을 밝혔습니다. 클린턴 장관은 "핵 확산을 지원하는 개인과 거래 주체에는 자산 동결이란 조치를 취하고 북한 무역회사의 불법 활동과 관련한 은행의 불법적인 거래를 중단시키겠다"고 말했습니다. 또 "대북 제제는 인민이 아닌 지도부와 자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미국 국무부의 필립 크롤리 공보 담당 차관보는 클린턴 장관의 발표가 있은 뒤 21일 워싱턴에서 추가 설명을 했습니다. 크롤리 차관보는 "국무부가 일련의 조치를 몇 달 연구해 왔다"면서 "내부적인 법적 준비 절차를 거쳐서 2주 내에 제재 조치를 발표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이번 조치가 안보리 대북 결의 1718호와 1874호의 이행을 강화하고 국제 규범을 위반한 북한의 불법 활동을 차단하는 데에 목표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한국 외교부는 23일 새 제재가 곧 시행된다고 예상했습니다.

앵커: 클린턴 장관이 염두에 둔 미국의 대북 금융 제재는 어떤 방식을 말하는 것입니까?

기자: 클린턴 장관이 구상하는 제재는 몇 년 전 시행됐던 방코델타아시아(BDA) 방식의 제재를 말합니다. BDA 방식은 2005년 북한이 위조 지폐와 불법 자금을 세탁하던, 마카오 소재의 은행 BDA를 돈 세탁의 우려가 있는 대상으로 지정한 조치입니다. 이후 전 세계 금융기관이 BDA와 거래를 기피해 그 은행의 기능이 마비에 빠졌고 북한 자금 2500만 달러도 동결됐습니다. 이는 당시 북한에 상당한 고통을 안겨주었습니다. 이번에 미국이 비슷한 방식의 금융 제재를 실시할 경우 북한은 엄청난 고통을 느낄 것으로 전망됩니다. 당시 북한은 "피가 얼어붙는다"며 고통을 호소한 바가 있습니다. 클린턴 장관이 BDA 방식을 또 거론한 점에 상당한 의미가 있습니다.

앵커: 위와 같은 내용을 담은 미국의 추가적인 금융 제재는 어떤 의미를 지녔다고 보이나요?

기자: 클린턴 장관이 향후 조치가 인민보다는 지도부를 겨냥했다고 밝힌 대로 미국 정부는 북한 정권으로 들어가는 모든 돈줄을 끊는 데 주안점을 두었습니다. 미국은 지금까지 대량살상무기 (WMD)의 확산과 관련한 활동이나 거래에 초점을 맞춘 데 이어 이제부터는 불법 활동을 통해서 모은 돈까지 겨냥한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북한이 재래식 무기, 마약, 위폐, 가짜 담배 등을 거래해 불법으로 벌어들인 돈이 정권의 생명을 연장해 왔다는 판단 아래 강도 높은 금융 제재를 구상했다고 보입니다. 국제 금융은 미국을 통하지 않고는 거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미국의 새 대북 금융 제재가 시행되면 일단 상당한 효력을 발휘한다고 관측됩니다.

앵커: 미국이 이렇게 대북 금융 제재와 같은 강경 기조로 방향을 잡은 이유는 어디에 있습니까?

기자: 미국 당국자들이 천안함 사태를 일회성의 돌발 사태라기보다 제2, 제3의 도발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확실한 대비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의 정보 당국은 북한이 후계 구도와 맞물린 내부의 불안정 때문에 외부 도발을 다시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분석됩니다. 이 같은 기류는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으로 지명을 받은 제임스 클래퍼 씨가 상원 정보위에 보낸 답변서에서도 감지됩니다. 클래퍼 씨는 "북한이 대내외적인 정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한국에 직접 공격을 하는 위험스러운 새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워싱턴 정가에선 한국 정부의 요구, 대북 유화 정책이 결국 실패였다는 미국 정부의 판단, 권력 승계를 맞은 북한 정권의 취약성 때문에 미국이 강경 기조로 돌아섰다는 견해도 내놓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한반도 정세가 이런 상황을 맞아 더 한층 긴장의 수위가 높아지지 않을까요?

기자: 미국의 대북 압박이 강해지면서 한반도의 긴장 수위가 더 높아진다고 전망됩니다. 북한은 천안함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먼저 6자회담의 재개를 제의했습니다. 이 같은 유화적인 제의도 한국과 미국이 지금은 6자회담의 재개와 같은 출구 전략을 논의할 때가 아니라는 견해를 갖고 있는 이상 반향 없는 메아리가 되고 말았습니다. 대북 교역을 금지한 한국 정부의 5.24 조치에 따라 중단된 남북 관계가 상당 기간 공전을 면하지 못한다고 관측됩니다. 미국의 추가적인 대북 금융 제재에다가 한국과 미국의 연합 훈련도 한반도의 긴장을 높이고 있습니다. 연합 훈련에서 나타나는 한국과 미국의 동맹 과시는 중국이 신경을 쓰는 부분입니다. 한반도의 긴장은 천안함 사태와 이와 관련한 안보리 토의를 통해 북한과 중국이 자초한 측면이 큽니다.

앵커: 북한은 미국의 추가적인 금융 제재에 어떤 반응을 보일 것으로 예상됩니까?

기자: 북한 외무성은 이에 바로 대응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북한의 생각을 알 수가 있는 단서는 나왔습니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한 북한 대표단 대변인인 리동일 외무성 군축과장은 22일 "클린턴 장관의 대북 제재가 유엔 안보리 의장 성명에 위배한다"면서 "의장 성명은 서로 자제하고 평화적으로 대화와 협상을 통해 조선반도의 현안을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은 BDA 방식의 제재로 상당한 고생을 한 만큼 앞으로 금융 제재에 대해 상당히 거세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말을 통해 긴장 수위를 높이는 한편 제3차 핵실험 또는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같은 추가 도발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됩니다. 북한이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이유는 제재 수위가 예상보다 높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앵커: 미국이 새 조치를 2주 내로 내놓는다고 발표한 점으로 미루어 이미 상당한 정도로 북한 계좌를 파악했다고 보입니다. 미국이 파악한 북한의 해외 계좌는 얼마나 되는지요?

기자: 미국 정부는 북한의 불법 계좌 100여 개 이상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23일 한국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이 계좌들을 정밀하게 추적해서 조만간 적법성을 가려 거래 중단에 나선다고 알려졌습니다. 이처럼 미국의 추가적인 대북 금융 제재는 해당 은행보다 특정 계좌를 겨냥합니다. 미국은 BDA 제재의 경험을 살려 북한의 불법 계좌를 추적해 왔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미국이 천안함 사태의 대응 조치로 북한에 대해 다시금 시행하려는 금융 제재의 이모저모를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