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남한에서 어린이들이 즐겨 부르는 ‘곰 세 마리’라는 동요가 북한에서도 인기라고 하는데요. 그런데 노랫말이 다르다고 합니다.
어찌 된 일인지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노래] ‘곰 세 마리’
‘곰 세 마리’는 한국에서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4분의 4박자 다장조의 동요입니다. 누가 이 노래를 만들었는지는 분명치 않습니다. 외국에서 흘러들어왔다는 말도 있고, 언젠가부터 남한에서 부르기 시작한 구전 동요라는 말도 있습니다.
어쨌거나 ‘곰 세 마리’는 부르기 쉬운데다 율동이 재밌기 때문에 한국에서 3-4살 어린이들이 제일 먼저 배우는 노래 중 하나입니다.
[노래] 유치원 어린이들이 부르는 ‘곰 세 마리’
그런데 이 노래가 북한에서도 널리 알려져 있다고 탈북자들은 말합니다. CD 알판이나 DVD에 담겨 북한에 유입되는 남한의 TV 연속극 때문입니다.
특히 남한에서 2004년 하반기에 방송된 ‘풀 하우스’라는 연속극이 ‘곰 세 마리’라는 노래를 북한에 전파한 계기였던 걸로 알려졌습니다.
[노래] 송혜교의 ‘곰 세 마리’
당시 극 중에서 여배우 송혜교 씨가 율동을 하면서 ‘곰 세 마리’를 불렀는데, 이게 북한의 청소년들에게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는 겁니다. 탈북자 단체인 ‘NK지식인연대’의 김대성 부장입니다.
김대성: ‘곰 세 마리’라는 노래가 상당히 재미있잖아요. 또 사상성도 없고. 그러니까 이 노래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북한에 퍼지기 시작했는데요. 당국에서도 이 노래가 퍼지는 걸 크게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이 노래가 동요이고 사상성도 별로 없기 때문에, 출처가 어디든 신경 쓰지 않았던 거지요.
그런데 북한 지도부가 최근 3대 세습을 공식화하면서 북한에서는 요즘 동요 ‘곰 세 마리’가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가사의 내용을 바꿔서 김정은의 권력 세습을 풍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대성 부장은 “최근 회령시 오산덕 중학교 교실과 화장실에서 쪽지가 발견됐는데, 여기에는 ‘곰 세 마리가 다 해먹고 있어// 할배 곰, 아빠 곰, 새끼 곰// 할배 곰은 뚱뚱해, 아빠 곰도 뚱뚱해, 새끼 곰은 미련해’라고 적혀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 부장은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사람들이 살찐 김정은의 모습을 남한의 동요로 풍자한 것”이라면서 “보안 당국이 즉각 이 쪽지를 수거한 뒤 철저하게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전문가들은 철저한 통제 사회인 북한에서 주민들이 체제에 대한 풍자를 시도했다는 점을 주목합니다.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입니다.
조한범: 북한의 정치적 안정성이라는 게 상당히 불안정한 상태로 유지됐다고 봐야 하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3대 세습체제로 가면서 내재돼 있던 불만이 점차 현저화하는 걸로 볼 수 있고요. 가장 초보적인 단계에서 풍자 내지 희화 형태로 북한 정권에 대한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남한의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하고 자주 부르는 동요 ‘곰 세 마리’가 북한에서는 3대 세습을 풍자하는 데 사용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