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강온 대남 공세 Q/A

북한이 새해 들어서 남한에 대해 강온(强穩) 양면 전술을 다시 구사하고 나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 같은 전술은 북한이 의도한 바대로 대남 관계를 끌어나가는 동시에 나름의 실리를 최대한으로 뽑겠다는 치밀한 계산 아래 나왔다고 풀이됩니다. 이에 관한 자세한 내용을 허형석 기자와 같이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우선 북한이 새해 들어 남한에 대해 유화적으로 나온 사례를 들어주시겠습니까?

기자:

북한의 유화책은 반달 남짓한 기간에 가히 공세라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북한은 1일 신년 공동 사설에서 한국과 미국을 향해 적극적으로 대화하겠다는 의지를 비친 다음 11일 정전협정 당사국에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 회담을 제의했습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14일 금강산 관광과 개성 관광을 재개하기 위한 회담을 제의했고 15일 남한이 제공하겠다는 옥수수 1만 톤을 받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런가하면 북한은 남북한이 작년 12월 중국과 베트남 공단을 공동으로 시찰한 결과를 놓고 19일과 20일에는 개성에서 한국과 회담했습니다. 이런 일련의 사례는 공동 사설에서 밝힌 남북 관계의 개선 의지라는 맥락에서 이해됩니다.


앵커:

반대로 북한이 남한에 대해 강경하게 나온 사례는 무엇이 있나요?

기자:

북한은 15일 옥수수 1만 톤을 수령한다고 밝힌 지 불과 두 시간만에 국방위원회 명의로 이례적으로 강경한 대남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그 성명에는 “남조선 당국자들의 본거지를 날려 보내기 위한 보복 성전(聖戰)” “통일부와 국정원의 해체” 등의 내용이 있었습니다. 전례가 없는 국방위 성명은 남한이 북한의 급변 사태에 대비해서 계획을 수립했다는, 확인도 되지 않은 일부 남한 언론사의 보도에 대한 민감한 반응이었습니다. 또 17일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인민군 합동 훈련을 참관한 사실을 보도하면서 240밀리 방사포 차량의 사진까지 공개했습니다. 이와 같은 일련의 강경책은 그간 나왔던 유화책에 대한 희석이라고 분석됩니다.


앵커:

자, 그러면 북한이 유화책의 일환으로 금강산 관광과 개성 관광을 재개하기 위한 회담을 열자고 제의한 배경부터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기자:

우선 경제난의 타개가 배경이라고 보입니다. 북한은 2012년 강성대국 원년에 진입한다는 구호 아래 작년부터3대 세습의 구축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이를 원활히 진행하려면 경제난을 타개하여 주민 생활의 안정을 이룩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북한은 유엔 안보리의 제재 하에서 남한의 지원까지도 받지 못하는 상태에 있습니다. 북한은 화폐 개혁, 외화 사용의 금지, 경공업 독려, 종합시장의 폐쇄 등의 조치로 활로를 찾고 있습니다. 그러나 남한을 비롯한 국제 사회와 교류하지 않거나 이들의 지원이 없이 경제난 타개는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북한은 이런 상황을 해결하는 제일의 방안으로 금강산과 개성 관광의 재개를 선택했습니다. 이는 달러 상자로 북한 경제에 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두 지역의 관광은 한국 관광객이 2008년 7월 금강산 지역에서 북한 초병의 총격을 받고 사망하는 바람에 중단 상태에 있습니다.

앵커:

북한이 옥수수를 지원하겠다는 남한의 제의에 묵묵부답하다가 3개월만에 이를 갑자기 수용한 배경은 어디에 있나요?

기자:

명분보다는 실리를 찾겠다는 의도입니다. 북한은 작년 10월 남한이 식량난을 덜기 위해 옥수수 1만 톤을 지원하겠다는 제의를 무시했습니다. 이는 지원량이 이전 정부 때보다 적었을 뿐만 아니라 당시 있었던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한 협의가 무산한 데 따른 반응으로 보입니다. 그렇지만 옥수수 1만 톤을 지원하려면 구입과 운송에 약 356만 달러가 들어갑니다. 남한이 이런 비용을 모두 대겠다는데도 북한이 자존심만 갖고 안 받겠다고 버틴 행태는 현명한 처사가 아니었습니다. 북한 지도부는 인민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옥수수 1만 톤도 거부할 처지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이번에는 생각을 바꿔서 옥수수를 받으면서 이를 일종의 ‘마중물’로 하려는 의도도 있습니다. 북한은 이를 계기로 이전 정부 시절처럼 쌀 40만 톤, 비료 30만 톤과 같은 대규모 지원을 끌어내려 합니다. 이는 경제난 타개와 맥이 닿아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북한이 여러 유화책을 잇따라 내놓는 가운데에도 남한을 협박하는 국방위원회의 성명에서 보듯 강경책을 구사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기자:

북한이 남한에 대해서 고도의 심리전을 펴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일련의 유화책을 내놓으며 만만한 상대로 보이는 점을 가장 우려합니다. 이런 유화책으로는 남한에 끌려갈 수도 있다는 판단 아래 적절히 제동을 걸고서 긴장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마침 체제 전복의 시도로 본 남한의 비상 계획을 문제로 삼아 심리전 차원에서 강경한 성명을 발표했다고 분석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남조선 측에 남북 관계의 주도권을 빼앗길 수도 있다고 우려합니다. 이처럼 유화책이 나오는 가운데 긴장을 조성하며 반드시 돌출하는 강경책은 북한의 전통적인 수법입니다. 이는 한마디로 남한 쪽이 부담과 혼란을 느끼게 하려는 전술입니다.

앵커:

금강산과 개성 관광을 재개하기 위한 회담을 어떻게 전망할 수 있나요?


기자:

북한은 위와 같은 배경에서 남한에 사실상 회담을 공식으로 제의했기 때문에 일단 남한이 내놓은 재개 조건을 수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 정부가 제시하는 조건은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의 피격과 관련한 사건의 진상 규명, 재발 방지책의 마련, 신변 안전 보장의 제도화 등입니다. 작년8월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한국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접견하며 재발 방지를 공언한 만큼 이 조건들은 수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양측이 대금 지불의 방식을 변경할지에 있습니다. 북한에 대한 유엔 제재가 발효한 가운데 관광료가 달러로 북한으로 바로 가는 방식은 안보리 결의 제1874호와 상충하는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또 이는 북핵 문제의 진척과도 연계된 미묘한 문제여서 한국 정부도 이에 관한 의견을 정리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북한이 6자회담에 아직 복귀하지 않은 상황에서 용도를 알기가 어려운 현금을 북한에 제공하는 데는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의약품을 비롯한 현물 지급도 방안으로 나왔습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북한의 강온 대남 공세의 성격을 어떻게 볼 수 있습니까?


기자:

강온 공세는 지금까지 줄곧 나타난 북한 특유의 양면 전술입니다. 일본의 북한 전문가인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 게이오대 교수는 ‘널뛰기’가 원래 북한의 전략이라고 지적합니다. 일각에서는 북한 지도부의 혼선으로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말합니다. 그렇지만 북한이 고도의 전제(專制)주의 국가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혼선이 나왔다고 보기는 좀 어렵습니다.

앵커:

네, 지금까지 북한이 펼치는 대남 강온 전술에 관해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