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관계가 끝을 모르게 악화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북한이 한국 해군 함정인 천안함의 침몰에 연루했을 가능성이 점점 현실로 나타나면서 더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이미 북한은 이에 앞서 금강산 지구에 있는 남측의 부동산을 몰수/동결함으로써 사태를 더욱더 꼬이게 만든 바가 있습니다. 이에 관한 자세한 내용을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남북한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습니다. 최근에 나타난 사례를 들면서 남북한 관계가 점차 악화한 상황을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기자: 우선 전 세계와 동북아 지역에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와 관련한 발표를 20일 합니다. 한국 정부가 함정의 침몰을 북한의 도발로 공식화할 경우 남북 관계는 동결 수준까지 내려가 이명박 정부 하에선 정상화가 어렵다고 전망됩니다. 이런 가운데 전 북한 노동당 비서였다가 남한에 온 황장엽 씨를 죽이려던 북측 암살조가 검거됐습니다. 북한은 금강산의 남한 정부와 기업 부동산을 몰수/동결함으로써 대남 압박의 수위를 한층 높였습니다. 10일과 16일 남북 장성급회담 북측 단장을 통해 남한의 몇몇 탈북자 단체가 북한으로 삐라를 계속 보낸다면 동해와 서해의 육로 통행을 차단하겠다고 협박했습니다. 이 모든 상황은 한결같이 남북한 관계를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앵커: 북한은 작년 하반기에는 대남 유화책을 구사했습니다. 그러다가 이처럼 방향을 바꿔 벼랑 끝 전술을 계속 구사하며 대남 관계를 악화 쪽으로 몰고 가는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봅니까?
기자: 북한 지도부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후 강경책을 보이다가 작년 하반기에는 유화책으로 돌아섰습니다. 아마도 식량과 비료의 지원을 염두에 두었다고 보입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대가를 주고 하는 정상회담을 비롯해 이와 유사한 형태의 남북 교류를 바라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2월 2일 국무회의에 참석해 한술 더 떠서 이전의 한국 정부가 보인 관행처럼 북한에 대가를 지불하고 정상회담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이명박 정부 하에서는 이전처럼 뒷돈이나 무상 원조를 챙기기가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런 상황을 맞아 남북 관계를 극한의 대립 국면으로 몰고가서 북한의 내부 통제에 이용하는 편이 더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런 행태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심술부리기로 볼 수도 있습니다.
앵커: 위에서 사례로 들었던 일련의 도발은 남한이 간과하기에는 좀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됩니다. 남한이 이에 어떤 대응을 한다고 예상할 수 있습니까?
기자: 한국 정부는 천안함 사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소한다고 보입니다. 유명환 외교부 장관은 이미 4월 18일 "이 문제가 북한 소행으로 밝혀진다면 안보리에 회부해서 논의할 수가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안보리 의장에게 서한을 보내는 형식으로 회부 절차에 착수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구상하는 다른 방안으로 1)개성공단 사업을 제외한 남북 경제협력 사업과 민간 교역을 중단 또는 제한하고 2)북한 상선의 제주해협 통과를 불허하며 3)개성공단을 제외한 지역에 대한 민간인 방문의 불허를 비롯해 남북 인적 교류를 중단하며 4)인도적 물품을 제외한 대북 물자의 제공을 중단하는 일 등입니다. 이 가운데에서도 남북 교역의 중단 또는 제한은 북한에 상당한 제재 효과를 지녔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합니다.
앵커: 한국 통일부는 유관 부처에 대북 사업에 대한 집행을 보류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17일 전해졌습니다. 이는 한국 정부가 구체적인 대북 제재에 들어간다는 전주곡으로 볼 수 있나요?
기자: 그렇게 볼 수가 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산림청과 보건복지부 등 10여 개 부처에다 공문을 보내서 대북 사업과 관련한 예산 집행을 보류해 달라고 요청했다"면서 "이것은 천안함 사태와 금강산 자산의 몰수 등 여러 상황을 감안한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통일부는 이보다 앞서 11-12일에는 북한과 거래하는 업체에 제품의 추가 생산과 신규 계약의 유보를 권고한 바 있습니다. 이런 일련의 조치는 한국 정부가 대북 제재에 들어가려고 사전에 하는 정지 작업의 일환으로 보입니다. 한국 정부는 천안함 사건에 북한이 연루했다는 판단 아래 이미 대북 제재에 착수했다고 관측됩니다.
앵커: 남북한 관계가 악화할 경우 남북 교역은 물론 개성공단 사업까지도 중단될 수가 있습니다. 이럴 경우 남북한이 입는 피해는 어떻게 추산됩니까?
기자: 통일부와 남북 경제협력과 관련한 시민 단체인 남북포럼의 추계가 있습니다. 남북포럼은 16일 개성공단을 포함한 남북 교류가 전면적으로 중단될 경우 북한은 연간 3억7천만 달러의 손실을 보고 근로자 약 8만 명이 일자리를 잃는다고 전망했습니다. 통일부가 추산한 바를 보면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 교류가 전면적으로 끊어지면 북한은 약 2억 달러의 수입을 놓친다고 나타났습니다. 남북한이 하는 위탁 가공의 규모는 대략 한해 2억5천400만 달러인데 이중에 10-15%로 추정되는 노임 2천5백만-3천8백만 달러가 북한으로 들어가지 못합니다. 반면에 남측이 입을 타격도 큽니다. 북한에 위탁 가공을 하는 업체 약 200개와 북한과 교역하는 업체 약 580개는 상당한 영업 손실을 입는다고 추정됩니다. 북조선과 거래하는 업체의 투자 손실이 발생하고 남조선에서 농수산물과 관련한 수급상 문제 등이 나타날 가능성이 큽니다.
앵커: 북한의 군부가 이런 대남 압박의 전면에 나섰다고 보입니다. 그 이유는 어디에 있습니까?
기자: 북한 군부는 4월 19일 개성공단의 실태를 알아본 데 이어서 22일 금강산 지역의 남한측 부동산을 조사했습니다. 이 조사에는 박림수 국방위 정책국장을 비롯한 국방위 인사들이 나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군부 인사의 등장은 이전에는 잘 보지 못하던 현상입니다. 이 같은 배경은 분명히 그 이유가 있습니다. 작년의 대남 유화책이 소기의 성과를 내지 못하자 강경파인 군부가 나섰다고 분석됩니다. 군부의 등장은 당분간 대남 정책이 강경 노선으로 다시 선회한다는 점을 나타내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북한이 다시 강경 노선으로 돌아선 시기는 대체로 대청해전에서 패배했던 작년 11월 10일 이후로 추정됩니다.
앵커: 북한이 남한에 대해 계속 도발을 하는 더 근원적인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이나요?
기자: 4월 22일자 영국 신문인 파이낸셜 타임즈(FT)의 사설이 그 이유를 대략 언급했습니다. 북한은 남한에 무시를 당하지 않으려고 조선반도의 불안과 긴장을 계속 조성한다는 내용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북 유화책인 햇볕정책을 포기하고 북한을 못 본 채 했습니다. 이러한 무시가 북한으로는 참기 어렵고 70-80년대 도발도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고 FT는 분석했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더욱 꼬이며 악화하는 남북 관계에 관해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