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북 급변사태 공동대책 마련

평양 메기공장을 시찰하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평양 메기공장을 시찰하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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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한국 정부가 지난 8월 미국 하와이에서 연 비공개회의에서 북한의 급변사태 발생에 대비해 한국의 주도로 양국이 경보체제를 만들기로 합의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습니다.

노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과 한국 정부는 지난 8월 4일과 5일 하와이의 이스트웨스트 센터(East-West Center)에서 열린 비공개회의에서 북한의 급변사태에 공동 대응하는 데 필요한 기본원칙과 양국 간 세부적인 협력 분야를 논의했다고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이 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당시 미국 측은 성 김 6자회담 대표를 단장으로 국무부와 국방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주한 미군, 에너지부의 당국자 12명이 회의에 참석했으며, 한국 측에서는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포함해 외교통상부와 청와대, 국방부, 통일부, 국정원 관계자 12명이 자리를 함께했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미국과 한국이 2008년 9월과 올해 4월 2차례에 걸친 외교 당국 간 사전 협의를 통해 북한의 급변사태 발생 시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바 있지만, 범정부 차원에서 양국이 북한의 급변사태를 논의한 것은 지난 8월 비공개회의가 처음이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회의에서 다룬 내용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이나 정권교체 등에 따라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했을 때에 대비한 양국의 대응 원칙과 협력 분야입니다.

미국과 한국은 급변사태의 대응에 관한 기본 원칙으로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되 자유민주주의에 기초한 통일한국을 건설하는 데 양국이 협력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또 이를 위해 중국의 긍정적인 협조를 유도한다는 데도 뜻을 같이했습니다.

또 이를 위한 협력 분야로는 미국과 한국 정부가 정보를 공유하면서 북한의 급변사태에 관한 경보체제를 수립하고, 대량 탈북 사태에 대처하는 방안도 양국이 함께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또 급변사태 발생 시 북한의 핵을 비롯한 대량살상무기(WMD)를 빠른 시간 내에 통제하고 한국에 대한 군사적 도발을 사전에 차단하는 데 서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 이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북한의 급변사태를 연구해 온 마이클 휘네건(Michael Finnegan) 전 국방부 소속 한국 국장은 곧 닥칠 북한의 급변사태는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중국 등 주변국 모두에게 큰 도전이라면서, 과거 한국 정부와 달리 미국과 한국 정부 간에 이런 논의가 시작됐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특히 급변사태 시 한국의 주도적인 역할이 중요하다고 휘네건 전 국장은 강조했습니다.

Mike Finnegan: 미국과 한국은 함께 북한의 급변사태를 논의할 책임이 있습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주변국도 북한의 급변사태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특히 북한의 급변사태를 대처하는 데는 미국도 중국도 아닌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main actor)을 해야 합니다.

지난 6월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의 브루킹스연구소와 한국의 한국국방연구원(KIDA)간 ‘북한의 급변사태’ 논의에 참석하기도 했던 휘네건 전 국장은 당시에도 급변사태로 인해 닥칠 도전에 어떻게 대비하고 주변국과 무엇을 협력할 것인가를 중점적으로 논의했다며 김 위원장의 사망과 권력 변화는 물론 자연 재해와 식량난 등 어떤 상황에서도 급변사태는 일어날 수 있다는 인식이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의 민간연구기관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도 최근 발표한 오바마 행정부의 ‘2010년 국방정책검토보고서’에서 미국 정부가 직면했거나 앞으로 닥칠 위협을 대비해야 할 안건으로 북한 체제의 붕괴를 지목하기도 했습니다.

또 월터 샤프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 29일 북한 내 식량 사정과 탈북자 문제에서 권력 투쟁, 정권 교체에 따른 불안정한 상황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내용에 관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미국 국방부와 연구기관 등 북한의 급변사태를 준비하는 움직임이 뚜렷해지는 가운데 빅터 차 조지타운대학교 교수는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한 미국과 한국 간 대응계획을 수립할 때 중국과 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브루킹스 연구소의 리처드 부시 박사는 급변사태 발생 시 한국과 미국, 중국, 일본의 이해관계가 다르다며 이를 꾸준히 논의하고 협력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