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한국정부의 대북 교역 중단 조치 이후 남한산 제품의 반입을 철저하게 금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남한 제품을 들여가다 적발되면 엄중 처벌한다는데, 중국에서 남한 제품을 구입하려는 북한 상인의 발길은 여전히 분주합니다.
어찌된 일인지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중국 단둥(단동)시내의 백화점과 시장을 둘러봤습니다. 남한산 복장 제품을 파는 상점들에서는 중국에서도 잘 알려진 한국 유명회사의 겨울철 내의와 멋쟁이 여성들이 즐겨 찾는 화려한 색상의 옷들을 진열해 놓고 손님을 맞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중국인 손님들은 남한산 제품의 가격을 물어보고는 너무 비싸다며 발길을 돌리기 일쑵니다. 진열장을 화려하게 장식한 한국산 물건이 그리 잘 팔려나가는 것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가게주인인 한국인 김 모 씨에게 장사가 어떤지 물었습니다. 김 씨는 "우리 가게를 포함해 여기 대부분 '한국 상품점'의 주된 손님은 북한 사람들"이라고 말합니다. 따라서 중국인 손님이 발길을 돌리는 데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눈치입니다.
남한 신발을 주로 취급하는 인근 상점에서는 신발 밑창에 새겨진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즉 '한국산'임을 증명하는 영어 글자를 전기인두로 지져서 없애고 포장을 새로 하는 작업이 분주합니다. 이렇게 원산지 표시를 없애달라는 요구를 하는 고객은 오로지 북한 손님들 뿐 이란 걸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중국 변방도시에서 남한 제품을 취급하는 상점은 대개는 종업원도 북한 출신 화교를 고용합니다. 상점의 주된 고객인 북한 손님들이 편한 마음으로 물건을 살 수 있도록 하는 상점 주인의 배려입니다. 물론 상점을 이용하는 북한 고객도 상점 주인이 남한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 북한 손님도 중국 사람이 운영하는 남한물품취급 상점보다 남한 사람이 운영하는 상점을 더 선호한다고 주인들은 말합니다.
상점 주인이 남한 사람인 경우, 물건이 중국에서 만든 가짜 한국산이 아니라는 믿음이 가고 또 현재 없는 물건을 주문하면 신속하게 남한에서 들여다 배달해주기 때문입니다. 가격 면 에서도 조선족이나 북한출신 화교가 운영하는 상점보다 저렴하다는 것이 남한 사람이 운영하는 상점을 선호하는 이유입니다.
이들 상점 주인들에게 북한에서 한국산 물건 반입을 단속한다는데 장사에 지장은 없는지 물어 보았습니다. 상인들은 오히려 "언제는 북한에서 남한산 물건을 반입해도 좋다고 허용한 적이 있느냐"고 되물었습니다. 그러면서 "장사가 특별히 나아진 건 아니지만 전만 못할 것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단둥에서 한국 상품 전문상점을 10년째 하고 있다는 이 모 씨는 북한에서 남한 물건을 소비하는 계층이나 남한 물건을 들여다 장사하는 사람들이 모두 힘 좀 쓰고 돈이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남한산 물건은 별 문제없이 북한에 반입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씨는 상인들 입장에서도 오히려 중국 손님보다 북한 손님이 훨씬 편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상담이 빠르게 진행되고 가격을 무리하게 깎으려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얘깁니다.
북한 당국은 겉으로는 남한산 제품의 반입을 금지하고 또 이를 사용하다 발각되면 처벌한다고 요란하게 선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주민들, 특히 부유층 사이에 뿌리 깊게 박힌 남한제품 선호풍조를 막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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