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축구, 유능한 지도자 육성 등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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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전 축구국가대표 감독들은 북한 축구가 발전하려면 세계적인 흐름을 아는 축구지도자를 양성하고 공격력을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충고합니다.

한국 축구계 주요 인사들의 제안을 김진국 기자가 소개합니다.

북한이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아시안컵 축구대회에 19년만에 출전해 무득점으로 탈락하자 한국의 전 국가대표 감독들은 예상 외의 부진을 수비 축구의 한계로 설명합니다.

수비 축구만으로는 이기는 경기를 할 수 없다며 다양한 공격 전술을 도입하고, 지도자들을 축구 선진국에 보내 현대 축구의 흐름을 익혀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1994년 미국 월드컵 대회에 출전한 한국 선수단을 이끈 김 호 전 감독은 북한의 부진을 감독 교체에서 찾았습니다.

김 호: 북한이 좋은 경기를 하지 못한 것은 감독이 바뀐 변화가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해서라고 봅니다. 새로운 전술의 변화를 시도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득점을 하거나 승리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김 전 감독은 한국, 호주, 일본과 함께 중국과 중동 국가들이 축구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면서 아시아 축구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지고 있다며 북한이 뒤처지지 않으려면 세계 축구의 추세를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호: 현대 축구는 공격어김 (오프사이드) 전술을 많이 쓰기 때문에 상대방 진영 깊숙이 공격수가 나갈 수 없습니다. 수비에서 공격의 전환을 빠르게 하는 연결이 중요합니다. 결국 한국의 박지성, 구자철 선수 같은 허리 공격수(미드필더)를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합니다.

2000년대 초반 한국대표팀 감독을 지냈던 김호곤 울산 현대프로축구팀 감독은 북한이 아시안컵 대회에서 8강에 오르지 못하고 탈락했지만 국제경기 경험을 많이 쌓는다면 다음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올릴 수도 있다고 긍정적으로 전망했습니다.

김호곤: 최근 북한의 남녀 축구가 상당히 발전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월드컵대회에서 북한이 좋은 경기를 보여줬습니다. 아시안컵에 좋은 성적을 기대하고 출전했을 텐데 성적이 안 좋아서 충격이 클 것입니다. 많은 국제 경기를 통한 경험을 쌓아야 하는데 아직 그런 점이 부족합니다.

김 감독은 북한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 유리한 점도 많다면서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하는 속도를 높이면서 득점을 노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호곤: 북한은 대표 선수 차출이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 없이 쉽습니다. 다른 나라는 소속 구단에서 뛰면서 대표팀에 합류하는 일정이 짧지만 북한은 일 년 내내 함께 합숙하면서 훈련합니다. 그래서 서로의 장단점을 너무나 잘 알 수 있고 호흡이 잘 맞아서 전력 상승에 상당한 도움이 됩니다. 탄탄한 조직력에 현대 축구의 전술을 도입하면 북한 축구가 아시아의 상위권에 오를 것이라고 봅니다.

1970년대 한국축구 대표팀 주장이었던 박상인 부산교통공단 감독은 북한 축구의 상징으로 굳어진 수비 축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박상인: 북한 축구는 수비 축구입니다. 보통 수비에 6-7명을 집중하다 역습하는데, 수비에 치중하다 보니 공격에 나가는 속도와 숫자가 부족합니다. 정대세라는 출중한 공격수가 있지만, 선수 한 명만으로는 득점할 수 없습니다. 한국은 박지성, 기성용, 이청용 선수 등 대표팀의 3분의 2가 외국에서 활약하지만 북한은 국제 경험이 부족한 선수가 대부분입니다.

박상인 감독은 북한은 공격 축구를 추구하지 않기 때문에 축구의 발전 속도가 느리다면서 공격 전술을 보강하라고 주문했습니다.

박상인: 북한 축구가 발전하려면 지도자의 견문이 넓어야 합니다. 한국은 어린 선수를 가르치는 지도자부터 외국에서 새로운 전술과 지도 기술을 배워와서 학생들 전수합니다. 북한 지도자들도 선진 축구를 많이 접해야 합니다.

1990년 서울과 평양에서 열린 남북통일축구에 한국대표팀 주장으로 출전했던 정용환 부산축구협회 이사도 세계 축구의 정보가 취약하다는 점을 북한 축구의 가장 큰 약점으로 꼽습니다.

정용환: 북한 축구가 문이 닫혀 있는 상황이어서 세계 무대의 경험이 부족합니다. 특히 지도자들이 유럽도 가야 되고 남미도 가야 됩니다.

정 이사는 북한이 아시안컵에서 무기력한 경기를 했던 이유도 전술부족 때문이었다고 분석합니다.

정용환: 북한이 아시안컵을 너무 만만하게 본 것 같습니다. 북한이 8강에 오르지 못할 팀이 아닌데 떨어졌습니다. 경기 초반부터 상대방이 공을 가지면 저돌적인 공세로 일관하다 보니까 후반에 체력이 떨어져 반격을 못했습니다. 결국 감독의 책임입니다. 지도자가 차분하게 준비했으면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었다고 봅니다.

북한은 지난 7일 개막한 카타르의 아시안컵 대회에 우승을 목표로 출전했지만, 첫 경기인 아랍에미리트연합과 비긴 뒤 이란과 이라크에 패해 1무승부 2패로 탈락했습니다.

한편, 한국을 비롯해 호주, 일본, 카타르, 이라크, 이란, 우즈베끼스딴 (우즈베키스탄), 요르단이 8강에 오른 아시안컵 대회는 오는 23일까지의 8강전과 25일부터 이틀간 열릴 준결승 경기, 그리고 29일에 열릴 결승전으로 아시아 축구 최강자를 가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