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축구팀 망명 우려 짐바브웨서 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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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북한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2010 월드컵축구 본선 경기에서 선수와 임원의 망명 가능성을 매우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선수단이 다음 달에 짐바브웨에서 전지훈련을 하는 이유도 혹시 있을 지도 모르는 선수들의 망명 시도를 사전에 막기 위해서라고 현지 언론이 정부 관리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6월 초 개막 예정인 2010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북한이 5월25일부터 2주간 짐바브웨에서 막바지 전지훈련을 하는 배경엔 선수와 임원의 망명 시도를 우려한 탓이라고 짐바브웨 정부 관리가 밝혔습니다.

짐바브웨의 라디오 방송인 '민중의 소리(VOP)'는 28일 짐바브웨의 교육 스포츠 예술 문화부 관리의 말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습니다.

복수의 짐바브웨 정부 관계자는 "북한은 선수와 임원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머무는 동안 망명을 시도할 지 모른다는 강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짐바브웨 관리들은 "경비가 철저한 짐바브웨에서 선수와 임원의 탈출이 불가능할 것으로 믿고 평양이 안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방송은 북한이 주민들의 기본 권리를 인정하지 않기로 악명이 높다면서 주민들이 외국 땅, 특히 민주주의와 자유를 누리는 국가로 나오게 되면 탈출해 망명을 시도한 전례가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 짐바브웨 정부 관리는 "북한 선수들이 짐바브웨가 아닌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훈련장을 탈출해 망명을 시도하는 것이 훨씬 쉽다"고 말했다고 이 짐바브웨 방송은 전했습니다.

한편 짐바브웨 정부는 북한 축구 대표단이 전지훈련 장소를 불라와요에서 수도인 하라레로 바꾸기로 결정했다고 28일 발표했습니다. 월터 음젬비 짐바브웨 관광 장관은 하라레의 루파로 경기장의 잔디가 월드컵 준비에 더 적합하다며 이같은 결정이 순전히 스포츠와 관련해 내려졌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북한 축구팀의 짐바브웨 전지훈련 계획이 발표되자 짐바브웨 야당과 시민단체가 훈련 취소를 요구하면서 시위를 벌이겠다고 경고하는 등 강하게 반발한 점을 감안하면 짐바브웨 정부의 이번 결정이 시민들의 압력에 굴복한 결과라는 지적입니다.

앞서 짐바브웨 야당인 아프리카인민동맹당은 북한 축구팀의 짐바브웨 방문을 반대하면서 북한 대표단의 입국을 허락한 짐바브웨 정부의 결정이 도발적인 행위라고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또 짐바브웨 시민단체들은 정부 당국이 북한 축구팀의 훈련 계획을 취소하지 않으면 훈련장을 반북 시위의 거점으로 삼고 더 나아가 남아프리카의 월드컵 경기장에서도 시위를 펼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북한은 1980년대 짐바브웨의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이 반대파와 정적을 대거 숙청할 당시 4만 명에 이르는 무차별 주민 학살을 주도한 무가베 대통령의 친위 부대에 군사 교관을 보내 훈련시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