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내 탈북자들 "북 축구 응원 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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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북한이 44년만에 월드컵에 진출해 브라질과 가진 첫 경기는 미국에 정착한 탈북자들도 관심있게 지켜봤습니다. 탈북자들은 북한 선수단이 승리한다면 모든 공이 북한의 지도자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응원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착잡한 심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수경 기자가 전합니다.

2008년 난민의 자격을 인정받고 미국에 정착한 탈북자 조진혜 씨는 이날 가족들과 함께 북한 선수단이 국제축구연맹 FIFA 1위인 브라질을 맞아 펼친 경기를 지켜봤습니다. 조씨는 북한 체제의 특성상 운동 선수들이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더라도 모든 상금과 공은 북한의 최고 지도자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경기를 보는 내내 북한 선수단을 응원할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조진혜: 별로 기분이 좋지는 않았습니다. 어머니도 같은 말씀을 하셨는데요. 민족적으로 보면 같은 민족이니까 이기면 좋겠지만 이겨서 돈 벌어서 가면 결국 김정일만 좋은 것이잖아요. 그리고 천안함 사건으로 사람을 그렇게 희생시켜 놓고 아무렇지도 않게 무슨 자격으로 대회에 참가하나 그런 생각도 들고..

미국에서 탈북자들로 구성된 평양예술단을 이끌고 있는 탈북자 마영애 단장도 같은 이유로 북한 선수들이 세계 최고의 상대를 맞아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좋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국제사회에서 핵문제와 천안함 사건 등으로 비난받고 있는 북한에서 온 선수라는 이유로 월드컵 무대에서 선수 개개인이 짊어져야 할 짐이 많았을 것이라며 안타까워 했습니다.

마영애: 씁쓸한 마음이 있습니다. 이번 천안함 사건의 원인인 북한이 이번 국제무대에 나왔을때 죄없는 선수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얼마나 따가울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2008년 난민의 자격을 인정받고 미국에 정착한 탈북자 김씨는 아예 이번 북한 경기를 쳐다보지도 않았다고 말합니다. 김씨는 미국 사람들은 운동과 정치를 별개의 문제라고 얘기하지만 그것은 북한의 현실을 몰라서 하는 말이라고 지적하고, 북한에서는 44년만에 이뤄진 이번 월드컵 진출도 정치와 연계해 김정일과 후계자를 위한 선전 활동에 이용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김씨는 북한의 축구 선수들이 이번 월드컵에서 차라리 좋은 성적을 거두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착잡해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