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제16회 광주 아시아경기대회가 11월 27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는데요. 북한은 금메달 6개에 그치면서 메달 종합순위에서도 12위에 머무는 부진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번 아시아경기대회을 통해 본 북한 체육의 ‘빛과 그림자’를 서울에서 노재완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이번 광저우 아시아경기대회에 역대 최대 규모로 참가했습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북한 선수단은 19개 종목에 188명.
물론 중국, 한국, 일본과 비교하면 그리 많은 선수단은 아니지만, 북한의 어려운 경제사정을 감안하면 나름 신경 쓴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김정은을 후계자로 공식화하고 처음 맞는 국제종합대회인 만큼 북한으로선 이번 대회에서 내심 좋은 성과를 기대했습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북한이 내건 목표는 금메달 10개 획득과 종합순위 10위권 진입이었습니다.
북한은 대회 초반만 해도 기대했던 대로 역도와 사격에서 사흘 연속 금메달을 따내면서 선전하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금메달 소식을 이어가지 못하고, 대회 종반 레슬링 자유형 여자 48kg급에서 금메달 1개를 겨우 추가하는데 그쳤습니다.
북한의 최종 성적은 금메달 6, 은메달 10, 동메달 20개.
금메달 8, 은메달 15, 동메달 17를 따낸 홍콩에 이어 종합 12위를 기록했습니다.
목표로 내걸었던 금메달 10개 달성은 물론, 종합순위에서도 10위권 밖으로 밀려나고 말았습니다.
역대 최악의 성적을 낸 지난 카타르 도하대회 때와 비슷한 성적입니다.
한때 중국, 한국, 일본에 이어 아시아 4강으로 꼽혔던 북한 체육은 아시아 10위권조차 버겁게 됐습니다.
북한전략센터 김광인 소장입니다.
김광인:
체력이 국력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북한이 10위권 밖으로 밀려나는 이유는 결국 국력의 소진이라고 설명할 수밖에 없는데요. 현대 스포츠는 체력과 정신력만으로 하는 게 아닙니다. 과학 스포츠입니다. 다시 말해서 과학적인 프로그램으로 선수들을 훈련하고, 장비도 아주 우수해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데, 지금 북한의 경제 형편으로는 그렇게 못하는 것이죠. 이번 아시아경기대회에서의 성적은 바로 그것을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번 대회에서 다른 나라 선수들이 시합에서 상대선수로 북한 선수들만 만나면 대진 운이 좋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북한의 체육수준은 아시아에서조차 동네북으로 전락했습니다.
그나마 금메달이 기대됐던 체조 종목에서조차 북한이 출전하지 못하면서 북한의 메달 전망은 대회 시작 전 부터 차질이 발생했습니다.
아시아경기대회를 코앞에 두고 열린 세계체조선수권대회에서 북한의 홍수정이 나이를 속이고 출전하는 바람에 국제체조연맹(FIG)이 북한 체조대표팀에 대해 2년간 국제대회 출전정지 제재를 내렸기 때문입니다.
금메달이 유력시 되던 사격 영웅, 김정수의 부진도 북한에겐 못내 아쉽습니다.
그리고 아시아경기대회 3회 연속 금메달을 노렸던 여자 축구가 결승전에서 일본에 1대 0로 패하면서 아쉬움은 더욱 컸습니다. 한 때 계순희를 앞세워 세계무대에서 강세를 보였던 유도도 세대교체의 실패로 선수권자를 배출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아쉬움 속에서도 희망은 찾았습니다.
북한의 메달 전략 종목인 역도에서의 선전입니다. 북한은 남자 69㎏급 김금석과 77㎏급 방금철이 금메달을 따낸데 이어 남자 56㎏급 차금철과 62㎏급 김은국, 여자 58㎏급 박현숙이 은메달을 따냈습니다.
아시아 역도가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점에서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의 메달 전망을 밝게 했습니다.
비록 동메달이지만, 금메달 못지않은 귀중한 성과를 올린 종목도 있었습니다. 바로 육상의 마라톤과 양궁입니다.
대회 마지막 날, 펼쳐진 여자 마라톤에서 북한은 김금옥 선수의 빛나는 투혼으로 3위에 입상하는 성과를 올렸습니다.
정성옥 선수의 대를 잇는 북한 여자 마라톤의 희망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북한은 양궁에서도 세계최강 한국과 중국을 상대로 권은실이 여자 개인전에서 동메달을 획득하는 선전을 기록했습니다.
권은실은 2008년 북경 올림픽에서 중국, 한국 선수들에 밀려 4위를 차지한 바 있어 이번 대회에서 거둔 동메달은 올림픽 동메달에 버금가는 성과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한편, 한국은 금메달 76, 은메달 65, 동메달 91개로 금메달 48개에 그친 일본을 여유 있게 따돌리고 종합순위 2위를 차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