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단체 “북, 간첩사건 조작 중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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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이 주민들의 공포 심리를 조장하기 위해 ‘간첩사건’를 만들어 조사하고 있는 가운데, 자식들을 구할 길 없게 된 한 노모(老母)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하자, 탈북자 단체들은 북한 당국의 반인권적 행위를 규탄하면서 이들 가족에 대한 구명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11월 3일 북한군 보위사령부에 간첩 혐의로 붙잡힌 자식들을 면회하러 갔던 한 70대의 어머니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사건의 주인공은 함경북도 회령시 계림동 39반에 살고 있던 주민 김설옥(70세)씨입니다. 그는 최근에 많이 내린 눈으로 날씨가 추워지자, 감옥에 갇힌 자식들에게 솜옷을 주기 위해 찾아갔으나, 자식들이 한국과 내통한 간첩혐의로 곧 공개 처형될 것이라는 북한군 보위당국의 통고를 듣고 사태를 절망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그곳 사정에 밝은 대북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간첩’으로 체포된 이 노모의 자식들 중 딸은 지난 7월 한국에 있는 탈북자들이 가족 친척들에게 보내는 돈을 전달해주고 한국의 탈북자들과 내통했다는 혐의로 체포되었고, 뒤이어 아들 2명도 ‘방조죄’로 보위사령부에 끌려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노모는 자식들이 남기고 간 손자 4명을 돌보면서 아들딸들이 풀려나기를 기다렸지만, 간첩죄로 처형될 것이라는 통고에 심한 정신적 타격을 받았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또한 이 소식통은 ‘간첩혐의’로 체포된 맏아들이 회령시 인민병원에서 근무했고, 둘째 아들 역시 북한의 한 연구기관에서 근무하는 등 한때 북한 체제를 위해 일했던 사람들로, 이들은 고의적으로 체제를 반대하기 보다는 먹기 살기 어려워 탈북자 가족들의 돈 심부름을 해주고 수수료를 조금 받은 것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함북도 출신 탈북자들도 이 사건에 연루되어 9세대가 모두 ‘간첩혐의’로 끌려갔다는 소식을 가족들과 전화통화에서 들었다고 말해 이 소문은 현재 청진시와 회령시 등지로 퍼져가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탈북자가 많이 발생한 함경북도 북부 국경일대 주민들은 북한의 열악한 경제상황으로 한국에 나온 탈북자들이 송금해주는 돈으로 먹고 살아왔습니다. 때문에 함경북도 회령시와 온성군을 비롯한 국경지역에서 한국에 나온 탈북자들과 연락하는 일은 ‘보통일’로 되어 왔습니다.

그런데도 북한군 보위부가 이들 가족을 포함해 9세대에 달하는 사람들을 ‘간첩집단’으로 몰아 처벌하려는 것은 최근 국경주민들 속에서 확산되고 있는 한국에 대한 환상과 주민들의 일탈 현상을 막아보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현지 주민들도 북한군 보위당국의 비인권적 처사에 술렁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노모가 살고 있던 지역에서는 혹시 자식 한 명이라도 가석방되어 나와 어머니의 장례를 치렀으면 하는 바램으로 5일 동안 노모의 시신 처리를 미뤄왔지만, 북한 보위부와 보안서에서는 “시체를 빨리 처리하라”는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특히 현지 주민들은 평소 인심이 좋았던 그 집안이 운이 나쁘게 이번 시범케이스에 걸렸다고 동정의 말을 건네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한국에 있는 탈북자 단체들도 북한 당국의 이러한 반인권적 행위에 분노를 표시하면서 이들 가족들의 인권이 최소한 보장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입니다.


“국경연선 지역에서 송금을 전달한 사람들까지도 간첩이라는 누명을 씌어 탄압하고 있는데, 그렇게 할수록 북한은 점점 더 인민들로부터 더 멀어질 것이고, 인민들의 따돌림을 받을 것은 분명한 일입니다. 지금 억울하게 북한 감옥에 갇혀서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형제들을 구원하기 위한 탈북자단체들의 전면적인 구명운동을 국제사회와 더불어 힘있게 전개해나가겠습니다.”

김영일 ‘성공적인 통일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대표도 국제인권 단체인 엠네스티와도 연대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최근에 들려오는바에 의하면 그들이 공개처형을 한다는 소리도 들려오는데요, 엠네스티를 비롯한 국제 공인된 기구들을 통해서라도 이들의 신상정보를 알려주고 그 사람들의 구명활동에 적극 동참하도록 적극 호소할 것입니다.”

이외 다른 탈북자 단체들은 남은 가족들의 구명운동을 위한 활동을 전 국민적 차원에서 벌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