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先 에너지 지원, 後 핵검증 협상’ 희망

북한은 현 시점에서 핵검증 협상보다는 비핵화 2단계를 완료하는 데 더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그 때문에 검증 의정서를 채택하기 위한 6자회담이 연내에 개최될 가능성도 희박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습니다. 변창섭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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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근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은 지난주 뉴욕에서 힐 국무부 차관보와 성 김 국무부 북핵 특사를 만난 자리에서 검증 문제보다는 비핵화 2단계에 따른 대북 에너지 지원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당시 협상에 정통한 미국의 외교 전문가가 14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리근 국장도 만났다는 이 외교 전문가는 "현재 큰 관심사는 우선 북한이 신고한 시설에 대한 검증을 어떻게 실시할지에 대한 세부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지만, 북한은 이 문제를 풀기 앞서 6자회담 참가국들이 비핵화 2단계 합의에 따라 에너지 지원을 계획대로 제공할 수 있을지 여부에 더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리근 국장이 이번 방문 중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했지만 "미국 측이 에너지 지원과 관련한 정확한 일정을 주지 못했고, 그 때문에 검증 협상에도 진전이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이 전문가는 밝혔습니다.

미북 간 핵협상에 밝은 다른 외교 소식통은 "리근 국장이 검증처럼 까다로운 문제를 포함한 다양한 현안을 놓고 미국 측과 협상을 벌였지만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히고 "부시 행정부 임기가 끝나기 전에 미북 양측이 6자회담의 재개를 정당화할 수 있는 진전을 이루긴 힘들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미북 간에 논란을 빚고 있는 시료 채취의 허용 여부와 관련해 앞서 언급한 정통한 외교 전문가는 "지난 10월 힐 차관보의 방북을 계기로 미북 간에 시료 채취에 관해 구두 양해가 있었을 것으로 보지만, 그렇다고 해도 북한은 우선은 비핵화 2단계가 완료된 이후에야 본격적인 검증 논의에 응할 것이며, 검증을 받더라도 합의된 문서가 전제로 받을 것"이라고 말해 실제 검증에 들어갈 수 있으려면 구두 합의사항을 '문서화 협상'이 필수적임을 강조했습니다. 이 전문가는 "힐 차관보와 성 김 특사가 최근 리근 국장과의 협상을 포함해 몇 번에 걸쳐 검증에 관한 구두 합의를 문서화 하려고 시도했지만 번번히 실패한 이유는 문서화 대가로 북한에 더 줄 것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결국 이 문제는 차기 오바마 행정부가 풀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전문가는 특히 일부 언론 보도와 달리 "북한 외무성은 지난 12일 담화에서 시료 채취를 거부하겠다고 명시한 적은 없다"고 지적하고 "북한은 시료 채취를 포함한 검증 문제는 비핵화 3단계에 가서나 다룰 수 있다는 입장이고, 그 때문에 현 단계에서는 에너지 지원과 관련한 비핵화 2단계를 완수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비핵화 2단계의 진전 상황을 보면 6자회담 참가국은 북한이 핵시설을 불능화하는 대가로 북한에 제공하기로 한 100만톤의 중유 가운데 최근까지 50만톤을 제공한 상태입니다. 이에 따라 북한은 지난 12일 외무성 담화에서 북한에 대한 경제적 보상이 늦어짐에 따라 폐연료봉을 꺼내는 속도를 절반으로 줄이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