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남북대화 제의는 남남갈등 야기 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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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는 북한의 ‘조건없는 남북대화’ 제의는 한국이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남남갈등이 야기되고 국제사회로부터 완고하다는 비난을 받을 것이라는 전술적 계산에서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이 지난 5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이명박 정부 들어 처음으로 남북 당국이 조건 없이 회담을 개최할 것을 포함한 정부와 정당, 단체들의 연합성명을 내놓았습니다. 이에 대해 토마스 허바드(Thomas C. Hubbard) 전 주한미국대사는 북한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주한미국 대사를 지낸 허바드 대사는 6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무조건적 대화 제기’가 지금까지 수없이 보아온 도발과 유화정책의 반복일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허바드 전 대사:

북한이 지금까지 도발을 야기하고 나서 대화하겠다던 태도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지나간 일은 잊고 대화하자고 하는데 지난해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을 일으킨 것을 한국민이 어떻게 잊어버리겠습니까? ‘조건없는 대화’의 개념을 잘 파악해야 할 것입니다.

허바드 전 대사는 미국 국무부의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대화와 협상을 위해 한국과 중국, 일본을 순방하고 있지만, 북한이 앞서 약속한 대로 비핵화를 할 의지가 있는지, ‘조건없는 대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분석해봐야 의미 있는 대화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우드로 윌슨 센터 방문연구원으로 있는 북한대학원 대학교의 류길재 교수도 북한의 제안은 민족대단결 논리에 기초한 통일전선전술, 또는 대남 인민민주주의 혁명전략에서 흔히 보는 내용으로 남남갈등을 조장하려는 전술적 변화에 불과하다고 말했습니다.

최근에 한국사회가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을 거치면서 북한에 대한 강경한 목소리의 여론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한켠에서는 남남갈등이 상당히 격화되고 있는 조짐이 보이자, 한국에서 북한의 입장을 옹호했던 사람의 입지가 좁아진 것을 상쇄시키기 위해 북한이 유화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것입니다. 한국정부가 북한의 대화 제의를 무시하거나 강경한 입장으로 맞받아치면 한반도 위기의 원인이 어디에 있던지 갈등을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하지 않는다는 국제사회의 비난이 이어질 수 있다고 류 교수는 덧붙였습니다. 그는 특히 이달 하순으로 예정된 중국 후진타오 즉 호금도 국가주석의 방미가 있기 전에 대화를 제안해 한국의 입장을 곤란하게 하려는 의도가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류 교수:

한국사회 내부의 남남갈등은 국제사회로까지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북한의 도발로 조성됐던 한반도의 위기 상황에 대해서 한국 정부가 계속해서 강경한 입장으로 반응하면 북한이 위기의 원인이지만 중국은 물론이고 국제사회가 유연하고 폭넓게 관계개선의 방향으로 이끌고 나가지 못하는 것에 대한 질책이 따를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은 이것을 염두에 두고 이런 제안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지난해 민간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했던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동아태 담당 부총재의 고문과 조엘 위트 전 국무부 북한담당관은 북한이 여러 경로를 통해 대화를 원한다는 의사를 표명해 왔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위트 전 북한담당관은 진정성 여부를 떠나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북한의 추가 도발이나 핵개발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