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테러국 재지정, 협상 카드로 사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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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고 해제 한 데는 법적 요건보다 정치 외교적 요인이 더 크게 작용했다고 미국 의회조사국이 밝혔습니다. 의회 조사국은 특히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재지정이 향후 미북 간 대화에서 협상의 지렛대로 사용될 수도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미국 의회 산하의 의회조사국(CRS)은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문제를 다룬 최신 보고서에서 2008년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한 결정이 법적 요건보다는 정치적, 외교적 요인에 더 많이 기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의회조사국은 지난 6월29일 발간된 33쪽 분량의 보고서에서 “많은 분석가들이 2000년대에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유지하는 데도 정치 외교적 고려가 더 작용했다고 주장한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의회조사국의 이같은 분석은 법적 요건이 안돼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할 수 없다는 미 국무부의 입장과 배치되는 것으로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가능성이 여전히 열려있다는 해석이어서 주목됩니다.

보고서는 그 근거로 미국 국무부가 2005년 작성한 보고서에 일본인뿐 아니라 다른 나라 국민이 북한에 납치됐다는 믿을 만한 보고서가 있다고 기술돼 있다며 이는 1987년 대한항공기 폭파 이후 북한이 테러 활동을 지원한 적이 없다는 국무부의 입장과 배치된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또 북한이 헤즈볼라와 타밀 반군, 그리고 이란 혁명 수비대 등에 무기와 군사훈련을 제공하는 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밖에 2009년 북한제 무기를 싣고 이란으로 향하던 선박이 수차례 적발됐다면서 이 북한제 무기의 최종 목적지가 미국이 정한 국제 테러단체인 헤즈볼라와 하마스라고 서방과 이스라엘의 정보기관, 그리고 전문가들이 믿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보고서는 특히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재지정이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미북 간 대화에서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만약 북한이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된다면 향후 재개될 미북 간 핵 협상에서 테러지원국 해제를 대화를 위한 선결 조건으로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같이 예상했습니다.

보고서는 하지만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재지정이 협상의 장애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지도부가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미북 간 합의를 이행하려는 의사가 없다는 것으로 해석해 6자회담 재개 가능성을 더 희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겁니다. 또 북한 김정일 정권 안에서 강경파의 입지를 강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고서는 예상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이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된다면 한반도의 긴장 조성이 북한이 아니라 미국과 그 동맹국이라는 점을 중국에 설득하려들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또 실제 중국이 북한의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대북 압력을 강화해 달라는 미국과 한국의 요청을 거절하는 구실로 삼을 수도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보고서는 하지만 한국과 일본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 다시 올리는 데 환영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1987년 115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한항공기 테러와 관련해 이듬해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북한은 2008년 10월11일 당시 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에 의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됐지만 그 동안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미국 의회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돼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