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들 “조선중앙TV 관심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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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당국이 언론매체들을 동원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현지시찰 소식과 중대 발표를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이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거나 관심조차 보이지 않는 실정이라고 합니다.

서울에서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조선중앙방송녹음 : 괴뢰들의 반공화국 심리전 재개에 전 전선에서의 전면적인 군사적 타격으로 대응할 것이다.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중대포고…

지난 12일 북한 당국은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조선중앙텔레비전을 비롯한 모든 통신, 언론매체들을 동원해 인민군 총참모부 ‘중대포고’를 발표했습니다.

이에 앞서 지난 6월 6일부터 8일까지 사이에도 ‘새로 확장된 대동강 과수농장’에 대한 김정일의 현지시찰 소식을 조선중앙텔레비전을 통해 매 시간대별로 반복 보도하면서 선전전을 펼쳤습니다.

하지만 최근 ‘자유아시아방송’과 연락이 닿았던 다수의 북한 내부 소식통들은 대부분의 북한주민들이 조선중앙텔레비전 보도에 관심이 없었고 심지어 김정일의 현지시찰 소식이나 인민군 총참모부 ‘중대포고’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하고 있다”고 증언했습니다.

13일, ‘자유아시아방송’과 통화한 신의주시의 한 주민은 최근 남북한 정세와 관련된 전화통화에서 “인민군 총참모부 포고가 나왔다는 말은 들어보았지만 텔레비전 방송으로 보지는 못했다”면서 “도대체 무슨 내용이냐?”고 되물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이 주민은 “지난 6월 4일경부터 현역 군인들은 모두 철갑모에 전투복장을 하고 대기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민간에서는 적위대 비상소집이 한번 있었을 뿐 별로 정세가 긴장된다는 느낌은 없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남조선이 우리(북한)와 전쟁을 하자고 한다는 소문은 많이 돌고 있으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쟁이 일어난다 해도 나하고는 상관없다는 입장이다”라고 전하고 “요새는 먹고 사는게 힘든데다 사회적 동원이 너무도 많아 전쟁이 날 것 인가에 신경 쓸 새가 없다”고 현지 분위기를 말했습니다.

함경북도의 또다른 소식통은 “‘중대포고’가 언제 나왔냐?”며 “요새 정세가 긴장한 것은 사실이지만 텔레비전을 보지 못해서 그런게 나온 줄도 몰랐다”고 증언했습니다.

김정일의 현지시찰 보도와 관련해서는 “요새 그런걸 보겠다고 텔레비전을 켜는 사람이 어디에 있느냐?”며 “김정일이 중국에 가든, 미국에 가든 나하고는 상관이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어 북한 주민들이 조선중앙텔레비전을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주민들이 조선중앙텔레비전을 제대로 보지 않는다는 소식은 최근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들을 통해서도 확인이 됩니다.

북한을 탈출해 지난 4월, 대한민국에 입국한 탈북 여성 이명주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명주 : 전기도 잘 안 오고요. 어쩌다 전기 오면 한국영화나 다른 거 보자고 하지 텔레비전방송은 보려고 안 해요

평양시 출신으로 역시 올해 4월 대한민국에 입국한 강혁철씨는 평양시 주민들도 전기가 오는 시간이면 남한 텔레비전이나 외국 녹화물들을 본다고 전했습니다.

강혁철 : 몰래몰래 보는 거죠, 중국거 많이 보고요. 한국 거는 방송을 잡아서 보고요.

문성휘 : 한국TV가 평양에서도 잡혀요?

강혁철 : 평양에서도 잡히고 개성에서도 잡히고…

문성휘 : 근데 평양에도 전기가 잘 안와요?

강혁철 : 거기도 잘 오지는 않아요.

북한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텔레비전 방송인 ‘조선중앙텔레비전’마저 이렇게 주민들에게 외면당한다는 이들의 증언은 사상교양을 중시하는 북한의 선전체계가 서서히 마비되어간다는 진단이 가능케 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