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이 먼저 도발” 북 보도에 주민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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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당국이 관영 언론매체들을 통해 남한 연평도에 대한 도발행위를 날조 선전하고 있지만 정작 북한 주민들은 이에 대해 알지 못하거나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해왔습니다. 간부들에게 특별히 배포한 상황설명에도 불구하고 사태의 본질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서울에서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 당국이 남한의 연평도에 대한 기습도발을 감행한지 4시간 20분이나 지난 23일 7시, 조선중앙텔레비전을 통해 남한 군이 먼저 도발했다는 날조된 보도를 내보냈습니다.

이러한 늑장 보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북한 주민들은 관영매체의 보도에 관심이 없는 탓에 사건발생 다음날인 24일에도 제대로 된 소식을 접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24일, 연락이 닿은 함경북도 회령시 소식통은 “요새 전력사정이 좋지 않아 텔레비전을 볼 수 없다”면서 “낮에는 아침 8시부터 12시까지, 밤에는 11시부터 1시까지만 전기를 주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렇게 전력사정이 긴장한 원인은 장마철 이후 계속된 가뭄으로 수력발전소들이 제대로 돌지 못하고 있는데다 석탄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화력발전소들마저도 전력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이 소식통은 정전사태로 인해 라디오방송과 텔레비전 청취를 할 수가 없어 남한의 연평도에서 교전이 있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며 현재 주변의 다른 사람들도 알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그는 북한군의 연평도 도발 만행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듣고 난 후에도 “이젠 지겨워서 그런 소리는 듣기도 싫다”면서 “전쟁이 나든 하늘이 무너지든 주민들 먹고사는 일과 상관없는 일”이라고 일축했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 혜산시의 소식통도 “겨울철을 맞으며 삼수발전소 전기를 모두 삼지연군에 돌리다나니 혜산시는 밤만 되면 암흑세상”이라면서 “텔레비전을 볼 수 없으니 대체 어디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북한군의 도발에 대해서도 “늘 있었던 일이 아니냐?”면서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한편 양강도의 또 다른 간부소식통은 “아침에 출근해서 부서별로 전달 받았다”며 남조선(남한)이 먼저 도발을 걸어서 그에 대한 보복을 했다는 간단한 설명이 있었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조성된 정세가 심각하니 당분간 맡겨진 초소(일자리)를 뜨지 말고 대기 태세를 유지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이 간부 소식통도 “언제는 정세가 긴장하지 않은 때가 있었느냐” 면서 그런 지시가 하루가 멀다 하고 내려와 이젠 무슨 말을 해도 꿈만할 뿐이라고 반응했습니다.

소식통들은 이번 도발과 관련해서도 북한 당국의 선전 내용을 그대로 믿는 사람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남한이 먼저 도발했다는 부서장들의 설명이 있었음에도 간부들은 “(김정일이) 또 한건 한 모양”이라고 농담을 주고받으며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