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남한 광고: 아, 나 오늘 진짜 수고했어.
한국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맥주 광고입니다.
남한 광고: 그래 수고했으니까 이 정도는 해 줘야지, 나를 위해서. 뭐 이런 거 있잖아요. 캬!
열심히 일하고 나서 시원한 맥주를 한 잔을 들이킬 때의 느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북한 광고: 평양의 자랑, 대동강 맥주!
북한도 지난 7월2일부터 조선중앙TV를 통해 맥주 광고를 시작했습니다.
북한 광고: 아, 시원하다.
이 광고는 대동강 맥주가 “발효도가 높고 연하고 깨끗하다” 그리고 “스트레스 해소와 이뇨 작용이 있다”며 “인민들의 건강과 장수에 기여”한다는 내용의 문구를 사용했습니다. 전형적인 상업 광고의 내용입니다. “시원하다” 그리고 “깨끗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건 남측 광고와도 유사합니다.
하지만 차이점도 많습니다. 특히 북측 광고는 굉장히 깁니다. 남측의 공중파 TV 광고는 대부분 15초짜리이지만, 북측의 이번 광고는 2분47초나 됩니다.
남측은 지난 수십 년 째 TV로 맥주 광고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측이 특정 상품을 TV를 통해 동영상으로 광고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기존 TV 광고는 정지 화면을 이용해 화장품이나 과자를 보여주는 식이었습니다.
남측은 거의 모든 종류의 상품을 TV로 광고합니다. 반면 북측에서 볼 수 있는 TV 광고는 현재 세 가지입니다. 7월2일 대동강 맥주에 이어 8월16일 개성고려인삼, 그리고 8월29일엔 옥류관의 메추리 요리 광고를 시작했습니다.
이처럼 숫자는 적지만, 전문가들은 북측이 TV 광고를 시작했다는 사실 하나만 갖고도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물건을 판매하는 게 목적인 광고는 자본주의의 상징이기 때문입니다.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입니다.
조한범: 북한이 아직 전면적인 개혁이나 개방의 길로 들어섰다고 볼 수는 없지만, 부분적으로는 최근 몇 년 동안 내부적 시장화의 확산 효과가 어느 정도 있었다고 봅니다. 이런 면에서 보자면, 초기적인 형태의 시장 요소의 유입과 그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2002년 7월1일에 발표한 ‘경제관리 개선조치’를 통해 북측은 이미 시장경제 요소의 도입을 시도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상품의 TV광고에 대한 필요성도 예전부터 제기됐을 것이며, 북측 지도부가 그 필요성을 이번에 정책적으로 수용한 걸로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합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이우영 교수입니다.
이우영: 일종의 내수 진작이라는 목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 수년간 개방의 결과로 북한 내부에서 자본을 축적한 사람도 있고, 조금 부유한 집단도 있는데, 이런 집단의 소비를 촉진해서 경제적 도움을 주겠다는 판단을 내리지 않았나 보고 있습니다.
북한이 TV 광고를 시작한 이유는 경제적 측면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이미 남한의 경제적 번영과 중국의 변화된 모습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북측 당국도 이젠 자본주의적 요소들을 통제만 할 게 아니라 관리가 가능한 수준으로 허용할 필요가 있었을 거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이는 북한의 대내적인 안정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한성대학교 김귀옥 교수는 설명합니다.
김귀옥: 홍보를 함으로써, ‘우리 국가도 일반 주민들을 위해서 이만큼 수요 증진에 부응하고 있고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걸 보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사회통합 차원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북측의 이번 TV 광고는 김정일 위원장의 관심사를 반영하고 지시를 이행하는 차원에서 시작한 거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노동신문은 지난해 4월28일자 기사에서 “김 위원장이 대동강 맥주의 질을 높일 것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보도했고, 조선중앙방송은 지난 8월 23일 옥류관의 메추리 요리가 김 위원장의 지시로 만들어졌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