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을 이용해 핵을 개발 중이라며 미국의 정보 당국이 제시한 증거는 북한이 미국에 건낸 알루미늄 관의 표본과 원자로의 가동 일지에서 발견된 고농축 우라늄 입자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 신문은 이 고농축 우라늄 입자를 분석해 연대를 측정한 국가정보국(DNI)이 북한의 우라늄 농축 활동을 '3년 반' 전의 것으로 결론을 지었다고 최근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핵 과학자들은 고농축 우라늄의 입자를 분석한 연대 측정이 의미있는 결과를 내려면 우라늄을 농축한 뒤 최소한 20년은 지나야 한다면서 미국 정보당국이 제시한 '3년 반 전'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핵 과학자들은 고농축 우라늄의 생성 연도를 알기 위해서는 천연 우라늄을 농축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방사성 원소인 토륨-230의 농도를 측정해야 하지만 우라늄 농축이 최소한 20~30년은 지나야 하고 우라늄 입자의 양도 많아야 의미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핵 과학자인 강정민 박사입니다.
강정민 박사: 우라늄을 농축한 뒤20~30년은 지나야 검출 가능한 토륨의 양이 만들어 진다. 수 년이라고 하는 짧은 기간으로는 우라늄 234에서 토륨-230이 생기는 양이 너무 적어서 검출이 불가능합니다. 북한이 자체적으로 그것도 3년 반 전에 (고농축 우라늄을) 만들었다고 하는 이런 내용의 결론은 기술적으로 봤을 때 매우 불합리하다고 볼 수 있는 거죠.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고농축 우라늄을 통한 핵 개발의 전문가인 스콧 캠프 박사도 핵 물질과 관련한 학술지인 IPFM (International Panel on Fissile Materials) 최신호에 ‘몇 년 전에 농축된 우라늄 입자의 나이를 측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거나 불가능하다(extremely difficult or even impossible)’라고 밝혔습니다.
실제 워싱턴 포스트는 문제의 우라늄 입자가 ‘파키스탄에서 북한이 원심분리기를 들여올 때 묻어온 것일 수 있다’며 에너지부는 국가정보국과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핵문제 전문가인 게리 새모어 미국 외교협회 부회장은 우라늄을 농축해 북한이 핵을 개발하려 했다는 의혹을 둘러싼 이번 논란은 엄격한 검증 체계를 확립해야 하는 당위성을 더 부각시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새모어: 우라늄 농축을 둘러싼 논란은 사실 몇몇 정부 관리를 제외하곤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가 어렵다. 단지 핵 과학자들 간에도 논란이 있다는 정도만 얘기할 수 있다.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 강력한 검증 체계가 확립돼야 한다. 북한의 농축 우라늄을 통한 핵 개발 현황에 관한 이런 불확실성이 엄격한 검증체계가 확립돼야 한다는 점을 더 강조해 주고 있다. 여기에는 아무런 이견이 없다.
부시 대통령과 행정부의 고위 관료들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북한의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엄격한 검증체계를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 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새모어 부회장은 분석했습니다.
그러나 새모어 부회장은 고농축 우라늄을 둘러싼 논란이 오바마 행정부와 북한 간 핵 협상에 다른 장애물이 될 것이라고 내다 봤습니다.
새모어: 농축 우라늄 문제는 미국과 북한 간 핵 협상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란 점에 모두 동의할 것이다. 상대적으로 덜 논란거리였던 플루토늄을 통한 핵 개발에 관한 검증 의정서를 확립하는 것도 매우 어렵다고 결론이 났다. 우라늄 농축 계획에 관한 검증체계의 확립은 더욱 힘들 것이다. 왜냐하면 우라늄을 농축해 핵무기를 개발하려는 계획에는 더 많은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에 검증과 관련해 더 강제적인 조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새모어 부회장은 특히 오바마 행정부의 국가안보팀도 엄격한 검증 체계가 꼭 필요하다고 믿고 있으며 이 중 일부는 부시 행정부가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 문제를 분리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북한에 양보한 데 대해서 비판적이라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