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함경북도 국경지역을 시찰하는 동안 그 일대에서 휴대전화가 불통되는 사례가 잇따랐습니다. 김정일의 안전을 위해 경호부대가 방해 전파를 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함경북도 무산군을 방문했다고 북한 매체가 보도한 12월 4일.
무산군에 있는 가족들과 평소 전화통화를 하던 탈북자 김철호(가명)씨는 며칠 동안 가족들과 연락할 수 없었습니다. 최근 가족들과 연락이 닿은 김 씨는 김정일이 무산광산을 찾았던 당시 무산군에서 중국 전화가 터지지 않아 애를 먹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2007년 한국에 정착한 김 씨는 "김정일이 무산군을 현지지도 하는 동안 일반 주민들은 그가 온 사실을 전혀 몰랐다"면서 "과거에는 김정일의 현지지도가 있다고 하면 주민들을 동원시켜 행사 준비를 요란하게 시켰는데, 지금은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함경북도 회령시가 고향인 탈북자 박 씨도 "김정일이 회령시를 찾았던 지난 12월 5일(북한TV 보도 날짜)에도 가족들과 연락할 수 없었다"며 "후에 가족들의 말을 들어보니 김정일 경호부대가 방해 전파를 쏘아 그 일대가 불통 지역으로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8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중국 연변지방의 무역업자들도 북한 무역업자들과 연락이 두절됐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에서 쌀, 공산품 등을 수입하고 있는 북한 무역업자들은 중국 전화기를 가지고 중국 대방들과 상시적으로 연락해왔습니다. 하지만, 김정일의 현지 방문기간에는 통화할 수 없었다는 게 그들의 전언입니다.
중국 무역업자들은 "김정일 경호부대가 전파방해 장비를 탑재한 특수차량을 가지고 다니면서 그 일대에 방해파를 쏴서 전화가 통하지 않았다"고 인식하는 분위깁니다. 또한 이 시기에 북한과 가까운 용정, 화룡 등 중국 쪽 국경지역에서도 전화기 신호가 좋지 않았다고 현지 중국인들은 전했습니다.
이로써 최근 김정일 경호부대에 경호 장비가 새로 보강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최근 북한 전역에 이집트(에짚트)의 오라스콤 텔레콤과 '고려링크'가 합작으로 된 손전화가 개통되면서 김정일에 대한 테러에 대비해 그가 가는 곳마다 전화통화를 할 수 없게 전파를 차단한다는 것입니다.
지난 2004년 중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던 김정일을 겨냥한 것으로 알려진 '용천폭발사고'도 휴대전화로 정보유출이 된 것으로 알려져, 호위부대가 북한에서 개통된 휴대전화에 대비한 새로운 경호대책을 세웠다는 지적입니다.
현재 함경북도 청진시에는 수천 대, 회령시에도 수십 대의 북한 손전화가 개통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북한 전문뉴스 데일리NK도 8일 "청진, 무산, 회령 일대에 자동차와 주민 통행이 전면 금지됐고, 회령 교화소 주변에도 호위인력이 두배 이상 증가되기도 했다"고 현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최근 김정일 경호부대에 나타난 이런 변화는 후계자로 등장한 김정은의 소행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최근 김정은은 김정일의 현지시찰을 수행하는 간부들에게 무선마이크를 착용하게 하는 등 '아버지의 안전'에 각별한 관심을 돌린다는 것입니다.
이 역시 훗날 '장군님(김정일)의 호위사업과 현지지도 보좌를 세심하게 했다"는 김정은의 위대성으로 선전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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