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경협 미묘한 입장차…한국 “실현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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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과 중국이 14일 열린 북한의 양 경제특구 공동 개발을 위한 합의 내용 발표에서 미묘한 입장 차이를 내비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양국이 합의한 공동개발 가속화에 의문을 표시하는 등 실현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황금평 위화도와 나선 등 두 경제지대 공동개발을 위한 제3차 ‘조중공동지도위원회’ 회의 결과를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 관영 매체를 통해15일 공개했습니다. 중국보다 하루 늦은 점 외에도 북한 측 발표는 앞서 14일 공개된 중국 상무부 발표 내용과 약간 차이를 보였습니다.

우선 북한측 발표는 이제껏 별 진전을 이루지 못했던 황금평지구 개발과 관련해 ‘세부계획 작성’ ‘국경통과 지점 확정’ 등의 표현을 써가며 ‘개발에 실제적으로 착수할 수 있는 유리한 전제조건들이 마련됐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기초시설 건설을 위한 설계에 관한 양해문이 조인됐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위화도지구의 경우 ‘빨리 착수해 황금평 위화도경제지대 개발에 대한 쌍방의 의지를 세계에 보여줄 데 대한 문제도 강조됐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세부 사항은 중국 측 발표문에서는 빠진 것으로 그 동안 나선지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국이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황금평 위화도 개발을 본궤도에 올려 놓기 위한 계기가 마련됐음을 애써 강조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입니다.

앞서 중국 관영 CCTV는 전날 회의 결과를 전하면서 양국이 경제 협력에서 실질적인 발전 단계에 들어섰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진전 사항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중국 CCTV 녹취 : 중국과 북한이 오늘 베이징에서 북한 내 두 경제특구 공동 개발을 위한 3차 회의를 개최했습니다. 천더밍 중국 상무부장과 장성택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장이 공동으로 회의를 주재했습니다. 중국 상무부는 양국 간 협력이 실질적인 발전의 단계에 진입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중국 관영 영자신문인 차이나 데일리는 15일 중국 상무부의 아시아 담당 국장을 인용해 중국의 대북 투자가 가까운 미래에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 중국 관리는 북한의 양 경제특구가 중국의 대북 투자를 늘리는 유인책이 될 거라며 이를 통해 중국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대북 투자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대북 투자에 있어 가장 ‘큰 손’이랄 수 있는 한국 정부가 이번 북중 양국 간 합의에 대해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그 반응이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상태입니다.

결국 이제까지와 마찬가지로 핵 문제와 남북관계, 북미관계 등 대외환경이 대북 투자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큰 상태여서 북중 양국이 합의한 양 경제특구 개발 가속화의 실현 여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겁니다.

한편, 북한이 양 경제특구 개발 가속화와 함께 경제개발에 필요한 자금 지원을 중국 측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최창용 교수는 북한식 발전 모델을 고민중인 북한 지도부로선 동남아 공산권 국가들의 중장기 개발 전략을 눈여겨 봤을 거라고 분석했습니다.

최창용 교수: (북한으로선) 유연하게 갈려고 하는 것 같고 또 할 수 밖에 없는 데 개혁 개방을 했을 때 정권의 안전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가, 그리고 북한식 경제개발 모형이 가능할 것인가(가 고민일 테죠.) 특히 캄보디아 베트남 라오스 모두 국제금융기구든 아니면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아서 3 ~5년 국가개발전략을 다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중장기 개발전략이 있는 것과 없는 건 엄청난 차이가 있는 거죠.

중국 측은 북한이 차관 형식으로 요청한 자금 지원에 대해 군비 전용을 막기 위한 용도 제시와 함께 광물자원을 담보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