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경협-경제개혁 기대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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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중국 방문에 나선 북한의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후진타오 중국 국가 주석을 만나 양국 간 경제협력 문제 등을 논의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일부 미국 전문가들은 향후 북한의 경제개혁과 북중 간 경협 진전에 대해 유보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양성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중국의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원자바오 총리는 경제개선 움직임을 보이는 북한에 대해 지원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영국의 로이터통신은 17일 후 주석과 원 총리가 장 부위원장을 만나 라선과 황금평 경제지구에 대해 북중 양국이 상호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협력하길 희망한다는 의사를 전했고 또 중국 정부가 북한의 경제개발과 민생개선을 위해 지원에 나서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미국 내 전문가들은 북중 간 경제협력 진전, 또 북한의 경제개혁 움직임과 관련해 유보적이거나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미국 해군분석센터(CNA)의 켄 고스 해외지도부연구담당 국장은 우선 이번 장성택 부위원장의 방중으로 중국 측은 북한의 경제개선 의지의 진실성을 가늠해 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 측이 경제개선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 등을 중국 측에 요구하면서 그 개선 방향과 구체적인 내용 등을 중국 측에 설명했을 것이기 때문이란 설명입니다.

고스 국장은 따라서 앞으로 중국 측의 대북지원 상황을 보면 이번 장 부위원장의 방중 성과와 함께 북한의 경제개선 움직임의 진위가 어느 정도 파악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고스 국장: 만일 중국이 앞으로 막대한 자금을 포함한 대북 지원책(aid package)을 내놓는다면 이는 중국이 이번 북한의 경제개선 움직임을 단순한 선전(propaganda)으로 판단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북한의 최근 경제개선 움직임이 단지 중국과 미국, 일본 등 국제사회로부터 지원을 끌어내기 위한 북한의 술책인지 아니면 북한이 정말 뭔가 변화하려는 것인지 판가름이 날 것이란 설명입니다.

고스 국장은 과거 중국은 북한 정권이 붕괴하지 않을 정도로만 대북 지원에 나섰는데 이는 북한이 조금이라도 남는 여유 자원을 무기개발 등 이른바 ‘선군정치’ 구현에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고스 국장은 이번 방중 기간 장 부위원장이 중국 측에 경제개발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을 강조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북한 당국은 최근 리영호 총참모장의 숙청을 통해 군보다는 경제를 우선시 한다는 징후를 실제 내보이기도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과거 북한의 경제개혁 관련 상황을 살펴보면 단 한 번도 제대로 성과를 낸 사례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번에도 큰 기대를 걸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이는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워싱턴의 한 북한 전문가는 이번 장 부위원장의 방중을 통해 알려진 구체적인 성과는 중국이 나선과 황금평 경제지구에 대한 관심을 재차 표명한 것 정도 밖에는 없다면서 향후 북중 간 경협 강화나 북한의 경제개혁 진전 가능성을 낮게 전망했습니다.

이 전문가는 중국은 앞서 수십 년 간 북한이 중국식 경제개혁에 나설 것을 촉구했지만 북한은 여전히 이를 거부하고 있을 뿐 아니라 개혁이라는 용어에도 큰 거부감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설사 북한이 현재 경제개선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실제 일부 개혁적인 조치가 시행된다 해도 얼마 지나지 않아 이를 철회하곤 했던 게 과거 북한의 모습이고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