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웨거 "북한의 조용한 변화 주목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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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부터 스위스개발협력처의 평양사무소장으로 일하다 2011년 말부터 미국 스탠포드대학 아시아태평양연구소로 자리를 옮긴 카타리나 젤웨거씨. RFA PHOTO/ 정보라
2006년부터 스위스개발협력처의 평양사무소장으로 일하다 2011년 말부터 미국 스탠포드대학 아시아태평양연구소로 자리를 옮긴 카타리나 젤웨거씨. RFA PHOTO/ 정보라

앵커 : 오랜 시간 대북 지원활동에 적극 참여해 오다 이제는 미국에서 연구 논문 작성과 강연 활동을 통해 북한을 알리고 있는 카타리나 젤웨거씨를 뉴욕에서 정보라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지난 7일 뉴욕의 민간단체 '코리아 소사이어티'에서 '축제냐 기근이냐'라는 제목으로 북한 출판화 20여점을 선보인 젤웨거씨는 특히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조용한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말했습니다.

문) 젤웨거씨, 안녕하세요? 국제기구 소속의 대북 지원담당자로 일하신 지 20년 가까이 되셨는데요. 오랜 현지경험을 토대로 대북 지원사업의 핵심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요?

답) 1995년에 북한을 방문하기 시작했으니까 되돌아 보니 꽤 오랜 시간이 지났군요. 북한에 대기근이 시작된 1995년부터 본격적으로 대북 지원 사업에 몰두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국제 구호단체 ‘카리타스’의 홍콩 지부에서 일했는데 1995년부터 2006년 사이 51 차례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일 년에 4~5 번 북한을 방문한 셈이지요. 이같은 경험을 토대로 볼 때 저는 대북 지원사업의 핵심을 한 마디로 투명성(Transparency)으로 표현하고 싶습니다.

문) 어떤 측면에서의 투명성을 말씀하시는 것인지요?

답) 국제기구의 담당자로서든 개인으로든 북한 주민이나 관리들에게 다가갈 때 신뢰를 형성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투명한 관계에서 접근하는 것입니다. 북한과의 사업도 마찬가지입니다. 북한에 돈을 투자하기 전에 북한 관리와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고, 그 관계는 신뢰를 바탕으로 해야 합니다. 제가 북한에 있을 때 주민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 바로 신뢰, 투명성을 보여줬기 때문인데요. 어차피 저도 그들로부터, 그들도 저로부터 뭔가를 배워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양측에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으면 안되었고, 그 공감대는 바로 투명성, 신뢰를 바탕으로 형성되었습니다.

문) 오랜 대북 지원 활동을 통해 북한의 상황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북한이 변화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답) 비록 변화의 속도가 느려 북한의 변화를 지켜보는 외부 세계에 엄청난 끈기를 요하기는 합니다만, 북한은 조금씩 변하고 있습니다. 현재 스탠포드대학에서 작성중인 논문의 주제가 바로 제가 대북 지원활동을 하면서 직접 보고 느낀 북한의 변화상입니다. 지난 수년 간 북한의 변화상은 한 마디로 5M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는 시장(Markets), 돈(Money), 휴대전화(Mobile), 자동차(Motor cars), 소수의 중산층(small Middle class) 등을 일컫습니다. 북한을 변화시키는 여러 요인들이 있구요, 이같은 변화는 국가 전체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문) 북한이 최근 자본주의 경제 체제를 배우는 데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옵니다.

답) 그렇습니다. 최근 북한 관료들은 자본주의 경제구조를 배우는 데 굉장히 열심입니다. 일례로 제가 스위스개발협력처 평양사무소장으로 있을 때 ‘평양 비즈니스 스쿨’이라는 경영대학원을 운영했습니다. 학기 당 15명 정도의 북한 관료를 중국에 있는 대학으로 6주 간 보내 국제법과 금융 체계, 경영학 등을 연수시키는 프로그램이었는데 북한 당국이 매우 좋아했습니다.

문) 그렇다면 북한이 이같은 자본주의 경제구조를 배우는 목적이 무엇입니까?

답) 북한 당국은 국내 기업을 육성하는 것 뿐 아니라 외국 기업들과 함께 사업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으며, 이를 위해 조금씩 개방되어야 한다고 현실을 직시하는 분위기입니다.

문) 지난 몇 년 간 폐쇄적인 북한과 교역하려는 국가들이 하나둘씩 줄어들면서 현재는 중국이 유일한 교역국이라 할 수 있는데요. 최근 중국에 대한 북한의 의존도가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답) 실제 중국은 북한의 최대 교역국입니다. 평양시내 시장을 가거나 북-중 접경 지역을 가면 75%의 공산품이 중국산입니다. 제 생각에는 중국이 없으면 북한 경제는 지금보다 훨씬 어려워질 것입니다. 비록 중국 정부가 대북 식량 지원 규모를 발표하지 않고 있어 실제 얼마나 많은 식량이 북한에 보내지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중국이 북한에 식량을 계속 지원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문) 최근 북한은 가뭄 사태가 심각하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의 식량 부족 사태가 가중될 것이라는 세간의 우려도 나오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보십니까?

답) 북한의 식량 사태는 만성적이지만 극심한(acute) 기아 사태는 아닙니다. 최근 북한의 가뭄 사태와 관련해서는 제가 특별히 말할 만한 것이 없습니다. 유엔이 조만간 북한의 가뭄 사태의 심각성을 평가하는 작업을 시작할 것이기 때문에 곧 그에 따른 결과가 뉴스를 통해 보도되리라 봅니다. 개인적으로는 상황이 어떠하든 북한 어린이들이 식량을 지원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아무 식량이 아니라, 비타민과 미네랄이 포함돼 있어 영양을 보충해 줄 수 있는 식량이어야 어린이들의 성장, 발육을 도울 수 있습니다.

문) 젤웨거 씨,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카타리나 젤웨거 전 스위스개발협력처 평양사무소장과의 단독 회견을 전해드렸습니다. 회견에 정보라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