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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러시아와 맞닿은 중국 지린성의 훈춘시내 상점의 간판 글씨가 중국어는 물론 한국어, 러시아어 등 3국 언어로 내걸리고 있습니다. 북중러 3국 간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데요, 경색된 남북관계가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 지린성의 훈춘시내 상가 건물 외벽에 최근 들어 러시아어 간판이 잇따라 내걸리고 있다고 연변일보가 16일 보도했습니다. 국제화의 관문으로 거듭나려는 훈춘시의 발걸음이 빨라지면서 러시아인을 겨냥해 간판 하나에 중국어와 한국어, 러시아어 등 3국 문자를 동시에 사용하는 상점이 늘고 있다는 겁니다.
이 신문은 또 관광이나 쇼핑을 위해 훈춘시를 방문하거나 아예 상주하려는 러시아인이 최근 들어 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러시아어 간판이 늘면서 러시아 문자가 ‘러시아 쇼핑거리’의 경우 간판 전체의 절반을, 그 외 나머지 상가에서는 중국어 또는 한국어보다 커서는 안 된다는 제한 규정도 마련됐습니다.
앞서 훈춘시는 지난 달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국제협력모델 지구를 설치해 물류와 관광 거점으로 육성할 계획을 밝히는 등 북중러 3국 간 경제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또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주요 국경도시를 잇는 3국 무비자 관광 상품 개발을 위해 지난 달 중순 대만 여행사 대표를 불러 순회 시범 관광을 실시하는 등 3국 간 연계 개발에 큰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이에 화답하듯 러시아 측도 오는 10월 하산과 북한의 라진을 연결하는 북러 양국 간 국경 화물열차를 재개통할 예정입니다. 북러 양국 간 경제협력 확대 의지를 내비치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북러 양국 간, 그리고 북중러 3국 간 경제협력이 본궤도에 오르기 위해선 남북 간 관계가 먼저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북한과 경제협력 강화에 적극적인 근본 이유 중 하나는 대규모 투자 여력이 있는 한국을 염두에 뒀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대한투자무역진흥공사 모스크바 무역관의 오명훈 과장은 러시아의 낙후된 극동지역 개발에 필수인 한국과 경제협력에 주요 장벽 중 하나가 북한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오명훈 과장]
(러시아는) 북한과의 철도나 다른 영역에서 경제협력을 통해서 종래에는 한국 기업들이 극동지역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의미거든요.
북한은 지난해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직접 러시아 극동 지역의 아무르주를 방문하는 등 양국 간 경제협력에 심혈을 쏟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러 양국 간 경제협력은 아직은 구체적인 성과 없이 모색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는 지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