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 당국이 외국에 인력을 파견해 외화벌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일부 북한 의사들은 자기 전공을 속이고 외국에 나가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외국에 파견되는 북한 의사들 가운데 자신의 전공과 무관한 업종에 취업하는 ‘8.3 의사’, 즉 ‘엉터리 의사’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연락이 닿은 한 북한 주민은 자유아시아방송에 “요즘 북한 의사들도 벌이가 시원치 않아 ‘외국에 나가 한탕 벌자’는 희망이 커졌다”면서 “하지만, 외국에 나가자면 경쟁이 치열해 전공을 속이고 나가는 ‘8.3 의사’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의사들은 하루 병원에 출근해봤자, 담배 세 갑 벌이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외국에 한번 나가 버는 것이 소원”이라고 그는 말했습니다.
그는 “얼마 전에도 평양 제1병원에 근무하던 홍문과(항문과) 의사가 간부들과 사업하고(짜고) 외과의사로 서류를 꾸며가지고 리비아에 파견됐다”면서 “비록 의사들이 나가기 전에 석 달 정도 강습을 받는다고 하는데, 전문지식을 습득하기엔 턱없이 짧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나마 북한 체제 선전이나 외국에서의 대처요령 같은 교육을 받는 데 시간을 허비하다 보면 북한 의사들의 수준이 형편없다는 겁니다.
북한 보건당국은 아프리카나 중동의 우호적인 국가들과 보건협정을 맺고, 북한 의사들을 취업 형식으로 모집해 파견하고 있는데, 북한 의사들은 보통 뇌물로 200달러를 건네야 선발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은 11년제 의무교육제도 혜택으로 북한에 의사들이 많고, 교육수준도 높다는 점을 선전하면서 해당 국가에서 의사취업 비자도 어렵지 않게 따내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습니다.
북한의사들이 진출하는 국가는 대부분 아프리카와 중동의 발전도상국가들로, 해당 국가는 의료체계가 열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식통은 “외국에 파견되는 의사 뽄트(할당량)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전공이 다른 의사들도 지원을 한다”면서 “그래서 홍문과(항문과) 의사가 심장과 의사로 둔갑해 외국에 나가는 현상이 벌어진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에서 의사를 지냈던 탈북자도 “2000년대에도 의사들이 외국에 파견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그 중에는 외국에서 의료사고를 내고 강제 추방당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보건 당국은 의약품이 턱없이 부족하자, 양의학을 전공한 의사들에게도 ‘고려의학으로 환자를 치료하는 방법을 장려하라’는 지시를 내려 대부분 의사들이 뜸과 침통을 차고 다닌다고 이 탈북자는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