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량각도 호텔에 5층이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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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을 방문한 미국의 역사학자는 자신이 머물렀던 량각도 호텔의 승강기에 5층을 가리키는 단추가 없는 것을 보고 의아하게 생각했는데요. 이것은 북한 당국이 호텔에서 일하는 북한 주민이 외국인과 불필요한 접촉을 하지 못하도록 통제하기 위해 취한 조치로 밝혀졌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미국 워싱턴의 민간연구단체 우드로 윌슨 센터에서 북한 국제문서화 작업을 담당한 제임스 퍼슨(James Person) 연구원은 지난 6월 11일부터 18일까지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그런데 평양을 방문하는 외국 관광객이 주로 투숙하는 량각도 호텔에서 승강기를 탄 퍼슨 연구원은 층수를 알리는 단추가 있는 판에 5층을 나타내는 숫자 5가 빠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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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슨 연구원

: 대동강 한가운데에 량각도 호텔이 있습니다. 평양을 방문한 외국인이 강으로 둘러싸인 호텔에 격리되어 있죠. 게다가 호텔 투숙객이 5층에서 내릴 수 없도록 숫자 5번 단추가 없습니다.)

퍼슨 연구원은 왜 5층에서 외국인 투숙객이 타고 내리지 못하도록 돼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량각도 호텔은 48층으로 알려져 있는데 어떤 이유일까요?

북한을 잘 아는 소식통에 따르면 5층은 이 호텔에서 일하는 북한 주민이 거처하는 곳입니다. 이들이 외국인 호텔 투숙객을 접촉해 사상이 흐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호텔 승강기가 5층에 멈출 수 없도록 했다는 설명입니다. 이 소식통은 특히 5층에는 호텔에서 근무하는 북한 주민이 이곳에서 사상을 재무장할 수 있도록 선전 선동화가 벽에 가득하다고 밝혔습니다. ‘침략자들을 단매에 쳐부실수 있게 준비하라” “승냥이 미제를 천백배로 복수하자”와 같은 문구가 적힌 벽화가 벽을 둘러싸고 있다는 것입니다.

퍼슨 연구원은 지난14일 우드로 윌슨 센터에서 열린 방북 보고 설명회에서 평양과 개성, 향산 등 5개 도시를 방문했는데 어디를 돌아봐도 북한 당국이 주민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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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슨 연구원

: 평양을 포함해 북한 전역에서 정권에 반대하는 세력이 싹트지 못하도록 각종 건축물과 선전 선동 포스터 등이 가득했습니다. 김일성 김정일 부자가 없다면 북한이 외국의 침략에 희생될 것이라는 사상을 주입하고 이들을 신격화하고 우상화합니다.)

퍼슨 연구원과 같이 북한을 방문한 찰스 암스트롱(Charles Armstrong) 미국 컬럼비아 대학 교수도 북한의 엘리트 계층이나 학생들이 한국전이나 북한과 미국과의 관계 등에 관한 진실이 무엇인지를 궁금해 하지만 북한 당국은 주민들을 사상적으로 계속해서 재교육하고 통제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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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트롱 교수

: 북한 당국이 얼마나 주민의 사상을 잘 통제하는 지를 보고 놀랐습니다. 하루에 8시간이나 확성기를 통해 주민에게 사상 교육을 하더군요. 하지만, 중국이나 한국에서 정보가 유입되면서 당국이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북한 주민 중 일부는 북한 당국이 밝히는 역사와 진실이 다르다는 것을 은연 중에 시인하기도 하고 이들이 가져간 미국의 시사주간지나 우드로 윌슨 센터에서 발간한 북한의 역사와 관련한 서적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습니다.

퍼슨 연구원과 암스트롱 교수는 한반도 전문가 에이브라함 김(Abraham Kim) 한미경제연구소(KEI) 부소장 등을 포함한 몇몇 미국인과 함께 지난 6월 평양과학기술대학과 김일성대학 그리고 역사유적지, 공장과 과수원 등을 돌아봤습니다.